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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수사청법 속도 늦추자” 尹과 정면대응 피한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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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땐 되레 존재감 높여줄 우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언론 인터뷰와 입장 발표를 통해 공개적으로 여권의 ‘검찰 수사권 폐지’ 추진에 반발하고 나왔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면 대응을 삼갔다. 민주당에서는 “총장이 검찰 힘을 빼는 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과 함께 “윤 총장과 정면 대립해 그의 존재감을 높여줄 이유가 없다”는 말이 나왔다. 여권 인사들은 “수사권 폐지 추진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지도부가 윤 총장 반발에 로키(low key)로 대응하면서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윤 총장 반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임기 4개월 남은 총장의 말씀이고, 국회 역할은 충실히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반발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폐지를 위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법’ 입법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다만 이날 민주당 의원 등은 과거처럼 윤 총장에 대한 격한 공격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작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윤 총장과 정면 충돌해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윤 총장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았느냐”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수사청법 발의 시점을 늦추는 등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무리하게 법안을 발의해 밀어붙일 경우 검사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은 여권으로서도 부담이란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수사청법의 주요 사항에 대해 의원들 간 이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법안 발의가 늦어지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준비 중인 수사청법은 ‘1차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쳐 검찰에 남겨둔 ‘6대 중요 범죄 수사권’마저 수사청에 넘김으로써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수사청의 규모와 구성, 통제 장치 등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청 신설 후 가동에 들어가는 법 시행 시점을 두고도 민주당 안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시행 유예 기간을 2~3년 이상 두자는 의견과, 내년에 바로 문을 열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안에선 누가 법안을 대표 발의할지를 두고도 의견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를 완성하는 법안인 만큼 서로 대표 발의를 하겠다는 의원들 사이에 눈치 싸움이 있다”고 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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