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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윤석열 “직 걸겠다” 靑 “국회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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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박탈 놓고 갈등 고조

조선일보

지난 2019년 11월 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공정사회를 향한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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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전제로 추진하는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수사청)을 2일 공개적으로 반대해 청와대·여당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 총장은 이날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며 사실상 총장직을 걸고 ‘배수진(背水陣)’을 쳤다.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때리기’를 자제하면서도 ‘3월 수사청 법안 발의’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대검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이 ‘여당이 당론으로 국회 통과를 추진하면 사퇴도 고려하고 있느냐’고 질의하자 검찰 관계자를 통해 “윤 총장은 어떤 사안에서도 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국민이 피해 볼 제도가 만들어지는 부분에 대해 공직자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퇴 가능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총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는 “(수사청법은) 70여 년 형사 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자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클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며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도 했다.

윤 총장의 수위 높은 반발에도 내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여권은 ‘확전’을 않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검찰은 국회를 존중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분히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며 윤 총장을 우회적으로 ‘질책’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임기를 4개월 남겨둔 검찰총장의 말씀”이라며 “국회의 역할은 충실히 진행할 것”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3월 대구 고검·지검 방문에서도 재차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져 갈등은 증폭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윤석열 “수사청은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추진을 저지하기 위한 여론전의 전면에 나섰다. 그는 수사청·공소청 분리를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에 대해 “법치 말살” “민주주의 퇴보” “헌법 정신 파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그 같은 수위로 공개 반대한 전례는 찾기 어렵다.

조선일보

지난해 2월 10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해“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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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인터뷰에 이어 대검은 이날 오후 기자단에 윤 총장 발언을 뒷받침하는 부연 설명과 해외 사례 자료 등을 배포하는 추가 여론전을 했다. 오는 3일 대구 고검·지검 방문 때도 윤 총장이 직접 반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여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윤 총장은 인터뷰에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수사청 추진은)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관계되는 중요한 사항”이라며 “이제 여론에 호소할 방법밖에 없다. 국민들께서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는 “법 집행을 통한 정의의 실현이란 결국 재판을 걸어 사법적 판결을 받아내는 일”이라며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고도 했다.

이 같은 인터뷰에 대해 대검은 이날 오후 “(윤 총장이) 수사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소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힌 내용”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윤 총장이 정권과의 갈등을 감수하고 직접 나섰다는 의미였다. 곧이어 대검은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의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현황을 정리한 자료도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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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공수처장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은 내달 서울·부산시장 선거 등을 의식해 ‘맞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윤 총장은 계속 ‘강경 모드’로 나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이날 박범계 법무장관은 “언제나 (윤 총장을) 만날 생각이 있다”고 했지만 대검은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이날 윤 총장 발언 중에서 ‘대국민 여론전’을 언급한 부분에 주목하기도 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당이 수사청 법안을 발의할 경우, 윤 총장이 사표를 던지고 나온 이후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은 이날 “원칙대로 길을 계속 뚜벅뚜벅 걸었더니 아예 포클레인을 끌어와 길을 파내 없애려 한다”고 했다. ‘검수완박’이 ‘정권 수사’에 대한 보복이란 인식을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윤 총장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전면화하면서 정치에 뛰어들 가능성을 점치는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尹, 대구고검 방문서도 목소리 낼 듯

윤 총장은 3일 대구고검·지검 방문도 예정돼 있다. 전국 일선 고·지검 순환 방문의 일환이지만 이날도 수사청 반대에 대한 ‘2차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윤 총장은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외압을 폭로한 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당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선거법 위반 기소를 고수하다 과거 정권에 찍혀 ‘유배’당했던 대구에서 윤 총장이 현 정권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이처럼 윤 총장이 총장직을 건 배수진(背水陣)을 치고 나오자 검찰 내부에선 “작년 말 추미애 전 장관의 ‘윤석열 징계’ 국면에서 벌어진 전국적 검란(檢亂)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수사청 설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대형 사건은 수사 검사가 아니면 공소 유지가 어려울 수가 있고 공소 유지가 안 돼 무죄가 선고되면 (수사기관의) 반부패 수사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11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책 ‘검찰을 생각한다’를 펴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국가수사본부에 이어 중수청(수사청)까지 대규모 수사기구가 난립하면 국민이 혼란에 빠지고 외려 수사 효율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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