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하며 세입자들의 고통이 더욱 커졌다. 월세값이 매달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원룸 월세 마저 한달만에 6% 넘게 상승한 것이다. 임대차보호법 이후 나타난 전세 매물 품귀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세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한 세입자들이 반전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재산세 폭탄으로 인해 월세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다.
3일 KB아파트 2월 서울 월세지수는 104.9로 사상 최고치 기록했는데 전년대비 4.93%, 연말대비 1.16% 오른 수치다. 2015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고 상승률이다. 매달 100 근처에서 0.1포인트 씩만 움직이던 이 지수는 작년 임대차법 시행(7월 31일)직후 변동폭이 10배 이상 커졌다. 그해 8월 100.4였던 이 지수는 9월 101.2로 치솟더니 11월 102.7을 찍고 1월엔 104.1까지 올랐다.
특히 서울에서 지난 1년 동안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한강 이남 11개 구가 6.12%로, 한강 이북 14개 구(3.70%)의 약 1.7배에 달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59.96㎡는 작년 2월 20일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70만원(12층)에 계약이 체결됐지만, 지난달 9일에는 같은 보증금에 월세 230만원(9층)으로 가격이 올랐다.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84.943㎡는 작년 2월 11일 보증금 1억원에 월세가 370만원(17층)이었으나 지난달 3일에는 같은 보증금 액수에 월세가 430만원(18층)으로 1년 새 가격이 16% 뛰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이 오르면서 월세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전세와 마찬가지로 월세도 물건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 가격 오름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정일자를 바탕으로 집계한 결과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아파트의 월세 비중은 작년 1월 26.8%에서 올해 1월 39.5%로 1년 새 12.7%포인트 상승했다. 서울은 아파트 외 주택의 월세 비중도 증가세다.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된 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물건을 집계한 결과, 강남구의 경우 월세 비중이 지난해 2월 77.0%에서 올해 2월 88.4%로 상승했다. 전·월세 물건 10개 중 9개가 월세인 셈이다.
그간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로 인해 월세시장의 비중은 미미했다. 세입자들이 월세보다는 전세를 압도적으로 선호해 임대인이 월세를 크게 올리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난이 가속하면서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몰리면서 월세 시장의 비중은 급속도로 커졌다. 급등한 전세금을 맞추기 어렵자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거나 아예 월세를 사는 것이다.
특히 심각한 건 사회초년생, 대학생들의 주 거주지 원룸과 투·쓰리룸의 월셋값도 크게 올랐다는 점이다. 다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51만 원으로 전월 대비 6.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월세가 오른 지역은 직장인들이 밀집한 서초구(68만 원)로 전월 대비 7.9% 상승했다. 이외에 강남구(71만 원), 마포구(55만 원), 종로구(50만 원) 월세가 각각 6% 내외로 크게 올랐다. 특히 강남구 평균 월세는 지난 1년 기준 최초로 70만 원대를 돌파했으며, 전년 동기(65만 원) 대비 9.2%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투·쓰리룸 평균 월세는 91만 원으로 전월 대비 2.2% 상승했다. 가장 큰 오름폭을 보인 곳은 동대문구(76만 원)로 전월 대비 7% 상승했고, 이밖에 영등포구(70만 원), 송파구(97만 원), 종로구(97만 원)가 4~6%씩 올랐다. 다방 관계자는 "전세품귀,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서울은 주요 지역뿐만 아니라 대부분 지역에서 월세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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