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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때는 문재인의 '우리 총장님'…광야로 나온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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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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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9.7.2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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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친문(親文)으로부터 '우리 총장님'이라고 추앙받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마침내 사표를 던졌다. 2년 전과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친문 그룹은 그를 '배신자'로 낙인찍었다. 도리어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017년 5월19일 청와대 춘추관. 윤영찬 당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춘추관에 앉아있던 기자들 사이에서 "우와"하는 소리가 나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댔다가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의 화려한 귀환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2년 동안 박근혜·이명박 정부의 비위 등 수사에 매진해왔던 윤 총장은, 2019년 6월 검찰총장에 지명됐다. 야당의 반대에도 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법 집행에 있어)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과 친문 그룹도 환영 일색이었다. 이인영 원내대표(현 통일부 장관)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검찰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고하게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박범계 의원(현 법무부 장관)은 "후보자가 주권자인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조직으로 조직을 잘 이끌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 윤 총장님' 칭송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9년 8월 무렵 '살아있는 권력'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가 본격화됐고, 윤 총장은 '배신자'가 됐다. 여당은 윤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조 전 장관을 무리하게 수사한다고 주장했고, 청와대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불만이 노골적으로 나왔다. 일찌감치 여권에선 "윤 총장과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사태'를 거치며 윤 총장은 도리어 야권의 대선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임명을 반대하던 야당 의원들은 윤 총장 칭송에 바빴고, 엄호하던 여당 의원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추 전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으로 인해 지지율이 30%대까지 떨어지는 상처를 입었고, 결국 추 전 장관 교체를 결단했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윤 총장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감싸기도 했지만, 결국 4일 사표를 수리했다. 박범계 장관의 검찰 내 '추미애 라인' 중용, 여당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통한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이 이어지며 윤 총장 스스로 직을 던졌다.

윤 총장을 안고 가려 했던 문 대통령, 그리고 윤 총장이 눈엣가시였던 여당 강경파 간 이견도 노출됐다.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파동', '중수청 속도조절 논란'이 대표적 사례로, 이는 문 대통령의 '레임덕 논란'까지 초래했다. 결국 윤 총장 사퇴 직후 신 수석 교체까지 이뤄졌다. 사실상 여당 강경파가 윤 총장이 뛰쳐나갈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윤 총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말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정계진출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 야권의 반문 세력을 규합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보수야권 정치인들도 저마다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야권의 구심점이 될 것" "힘을 보태겠다"며 윤 총장의 정치입문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사퇴 결심을 굳힌 날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중수청 추진은 당론이 아니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은 "정치는 아무나 하나"라며 "윤석열의 모험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말로는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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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퇴의사를 밝힌 뒤 이동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 2021.3.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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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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