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들이 사들인 경기도 시흥시 무지내동 소재 농지 일대의 모습. 2021.3.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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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100억원대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형사 처벌 및 토지 몰수·시세차익 환수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5일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부패방지법에 따라 LH 직원들의 투기 행위를 처벌하고 토지를 몰수할 수 있다고 본다. 유죄 입증에는 '업무상 비밀을 활용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최대 쟁점이란 지적이다.

업무상 비밀 활용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부패방지법 86조(업무상 비밀 이용의 죄)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할 경우 처벌하도록 한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취득한 재물·재산상의 이익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다.

◇'업무상 비밀' 어디까지…법조계 "신도시 개발 계획도 포함"

단순히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지구에 땅을 샀다는 이유 만으로는 불법으로 단정할 수 없다. 위법한 행위라는 점이 인정되려면 이들이 '업무상 비밀'을 활용해 토지를 매입했단 전제가 필요하다.

이에 '업무상 비밀'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에서는 업무상 비밀이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객관적이고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게 상당한 이익이 있는 경우도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비춰보면 신도시 개발 계획은 당연히 업무상 비밀에 포함된다는 것이 법조계 해석이다.

대법원은 국가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도로개설계획을 업무상 비밀로 판시한 바 있다. 미리 알려질 경우 땅값이 올라 계획 실행을 어렵게 하고, 부지를 매수하기 위한 협의·보상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Δ객관적 가치에 관한 주요 정보가 비밀이고 Δ시세가 정보를 반영하지 못한 채 실질적 재산 가치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는 경우, 공직자가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할 때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입증까진 첩첩산중…"내부조사는 한계, 수사로 증거 확보부터" 촉구

문제는 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매수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한 것이 아니라, 향후 개발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항변하면, 확실한 물증이 없는 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해서다.

실제로 투기 의혹을 받는 지역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당시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됐던 곳이다. 2014년 지구 해제됐지만, 이후에도 신도시 후보지로 꾸준히 물망에 올랐다. 2018년 발표됐던 3기 신도시 때도 후보지로 거론됐으나 막판에 제외됐다.

토지 매수 시점이 2019년 전후로, 지난달부터 시작된 지구지정 절차와는 시차가 크다는 점도 입증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다만 직원 여러 명이 인접한 토지를 매입해 지분을 나누어 가진 점, 땅값 절반이 넘는 돈을 대출로 충당했다는 점 등은 여전히 석연찮은 지점으로 남는다. 내부 정보를 토대로 지역 개발에 대한 확신을 가진 것이 아닌 이상 이같은 시도를 하긴 어렵단 분석이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내부 조사가 아니라 신속하게 수사에 나서 증거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내부조사는 강제권이 없어 한계가 크다"며 "증거 인멸이나 입맞추기가 이뤄지기 전 휴대전화 압수 등 강제 수사로 증거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정현 법무법인 정앤파트너스 변호사도 "공식적으로 신도시 관련 의사 결정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획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사를 통해 관련자 진술을 받으면 시점을 특정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입증이 가능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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