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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LH 투기 논란에 고개 숙인 변창흠 “2·4 공급대책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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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토지매입 의혹 일부 사실로 확인” 사과

셀프조사 논란엔 “불가피한 측면…신뢰 확보할 것”

세계일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3기 신도시 투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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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 일부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직원들의 토지매입 의혹이 일부 사실로 확인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공공개발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소관 업무의 주무부처 장관이자 직전에 해당 기관을 경영했던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변 장관은 “조사 결과 위법행위 등이 확인되는 경우 고소, 고발, 징계 조치 등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담당 공직자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부동산 거래를 엄격히 제한하고 부동산 거래 시 반드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업무 담당자가 아니더라도 미공개 중요정보를 편취해 토지거래에 이용한 자에 대한 처벌방안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변 장관은 이번 논란에도 불구하고 2·4 공급대책 등 기존 주택 공급대책은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신규 택지 2차 공급 계획은 예정대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변 장관은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공공이 신뢰성을 상실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제기된 투기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에 따른 관련자 처벌을 명확히 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기반 위에 정책을 추진한다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정책 집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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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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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LH 투기 의혹과 관련해 전날 I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관련해 “신도시 투기 의혹이 일부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었는지, 뿌리 깊은 부패 구조에 기인한 건지 준용해서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교통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신규 택지개발 관련 부서 근무자 및 가족 등에 대한 토지거래 전수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라고 지시한 데 이어 연이틀 강경 목소리를 낸 것이다.

정부는 합동조사단을 꾸려 진상 조사에 나선다. 국무조정실·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가 참여하는 조사단은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택지면적이 100만㎡를 넘는 과천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8곳을 전수 조사한다. 국토부와 LH를 비롯한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공기업 직원, 3기 신도시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 등 해당 기초 지방자치단체 8곳의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이 조사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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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직원들이 사들인 뒤 묘목을 심어 놓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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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자체조사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각에서는 조사를 믿지 못하겠다며 ‘3기 신도시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광명·시흥 땅 투기 의혹이 변 장관이 LH 사장 재직시절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조사 주체에 국토부가 포함된 것은 ‘제 식구 감싸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LH 직원과 가족 등 20명은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일대 총 10개 필지를 100여억원에 구입했는데, LH 직원들이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시기는 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했던 1년 9개월 중 1년 3개월가량 겹친다.

변 장관은 국토부가 조사 대상이면서도 조사 주체가 된 상황에 대해 “국토부가 토지거래전산망을 운영하고 있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라며 “그러나 현재 총리실 지휘하에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조사 결과에 따른 위법성 여부 판단은 기관별로 파견된 감사관실이 하게 될 것이기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주체에 감사원이 빠진 것을 두고 조사의 신뢰성을 저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감사원이 판단할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빠르고 엄정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감사원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감사원은 독립적으로 감사를 결정하는 기관이고, 운영도 행정부로부터 독립한 대통령 직속 기관이기 때문에 그것은 감사원이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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