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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기획특집]순환경제의 확산과 바람직한 방향 ②기업‧국가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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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주 기자(springkj@hanmail.net)]
프레시안

▲충북대 환경공학과 김재용 교수는 “음식물 쓰레기와 축산분뇨 문제는 여전히 처리에 어려움이 많다”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 곤충에 의한 처리법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한다. ⓒ프레시안(박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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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를 위한 기업과 국가의 노력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가들은 관련 법령을 제정해 재활용 가능 폐기물의 자원화를 강제하고 있고,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의 기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는 2015년 5월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한 뒤 1년 뒤인 2016년 5월 29일 ‘자원순환기본법’을 제정해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정부의 입법과 협업,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배터리 전쟁, 적대국 간의 협력 모색 등을 찾아본다.

자원순환기본법

이 법은 제정 목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폐기물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발생한 폐기물의 순환이용 및 적정한 처분을 촉진하여 천연자원과 에너지의 소비를 줄임으로써 환경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기본원칙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자, 국민 등 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통하여 폐기물 발생 최대한 억제 △폐기물 발생이 예상될 경우 폐기물의 순환이용 및 처분의 용이성과 유해성 고려 △발생된 폐기물은 기술적·경제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다음 각 목의 원칙에 따라 순환 이용하거나 처분할 것 △ 폐기물의 전부 또는 일부 중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재사용할 것 △ 재사용이 곤란한 폐기물의 전부 또는 일부 중 재생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재생 이용할 것 △재사용·재생이용이 곤란한 폐기물의 전부 또는 일부 중 에너지회수를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에너지회수를 할 것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규정에 따른 순환이용이 불가능한 것은 사람의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적정하게 처분할 것’ 등을 규정했다.

일단 정부가 순환경제로의 진입을 위한 기본 방침을 법률로 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국민의 역할과 책무를 정해 촉진제가 된 셈이다. 이로 인해 각 산업 부문에서 기업들의 참여와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분야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재활용 제품, 첨단기술 개발 등이다. 쓰레기 재활용에서 첨단 기술개발 경쟁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 극복과 이를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이다.

음식물 쓰레기와 곤충 활용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하는 기술은 곤충의 먹이로 활용한 뒤 이를 단백질 공급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해양투기에 의존하던 막대한 양의 유기물부터 축산분뇨 등 다양한 폐기물들이 활용된다.

충북대 환경공학과 김재용 교수는 “2017년 이후 정부 차원에서 쓰레기와 폐기물이란 용어는 폐자원으로 대치하고 있고, 국내 시급한 유기성 폐자원은 축산분뇨,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라며 “이를 선순환시켜 에너지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정부 시책은 이를 에너지로 변환시키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대표적인 방법으로 동애등에를 이용해 음식물을 분해하고 다시 이들 동애등에를 단백질 분말 등의 제품으로 만들어 반려동물의 먹이로 활용하고 있다. 유충에서 성충까지 약 45일 걸리는데 단계적으로 나눠보면 5령으로 이 가운데 음식물을 먹어 치우는 시기는 2~4령으로 어떤 대규모 기계 장치 투자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버려지는 음식물을 재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음식물뿐만 아니라 축산 분뇨 처리와 이의 자원화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곤충을 이용한 연구 성과를 제자들과 사업가들에게 전수했고, 이를 전수 받은 이들은 곤충을 이용한 퇴비 사업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친환경 첨단기술 개발 경쟁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경쟁도 치열하다. 경쟁이 극명하게 드러난 예는 LG와 SK간 배터리 신기술 전쟁이다. 지난 2019년 4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한 이후 2021년 2월 10일 미국 ITC가 최종 판단을 하기까지 654일간 특허 소송을 벌였다. 이 싸움은 2차전지(충전해서 다시 사용 가능한 연료 전지) 분야의 신기술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었던 전쟁이다. 2차전지는 자동차를 비롯해 모든 동력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 필수적 제품이다. 자동차에서 선박, 항공기, 드론에도 활용할 수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러한 배터리를 장착한 제품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배터리를 장착한 아이오닉5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전기차인 테슬라에 안방 시장에서도 밀렸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5를 통해 전세를 뒤집는다는 전략이다. 유럽연합이 오는 2035년부터 기존의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승인을 해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친환경 자동차 생산을 위한 기술 경쟁은 점점 격화하고 있다.

정부·산업계 공동 협력

정부도 이들 산업계와 발을 맞추고 있다. 고가의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이용 주기 전반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산업통상자원부‧현대글로비스‧LG에너지솔루션‧KST모빌리티 등이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업무 협약을 맺고 협력을 약속했다. 전기 택시 배터리 대여와 사용 후 배터리 실증 사업을 위해서다.

협약을 보면 택시 플랫폼 사업자가 전기차 구매 후 배터리 소유권을 리스 운영사에 매각하면 전기차 보유기간 동안 월 단위로 배터리 리스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배터리 가격을 제외한 비용으로 전기차를 사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의 사용 후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로 만들어 전기차 급속 충전에 활용하고, 여기에는 심야 시간대 싼 전기로 ESS를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협력 업체들이 담당하는 업무도 정해졌다.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대여 서비스 운영과 사용 후 배터리 회수 물류를,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 후 배터리 매입 및 ESS를 제작‧차량 운용사인 KST모빌리티에 판매, KST모빌리티는 전기차 기반의 택시 가맹 서비스를 운영하고 택시 충전에 ESS 급속 충전기를 활용하게 된다. 전기 택시 운행을 통해 수집되는 주행 및 배터리 데이터는 MOU 참여 기업에 제공한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급격한 자동차 산업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자동차 산업의 리더로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연대와 협력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변화에 적응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적대국간 협력 모색 움직임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도 순환경제 분야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권과 경제를 문제 삼는 미국에 대해 중국이 신에너지·신기술 분야에서는 미국과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 23일 연합뉴스는 중국 외교정책의 수장 격인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미국과의 협력을 희망하고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용해 보도했다.

조 바이든 신임 미 행정부에서도 대중 강경 기조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국은 잇따라 화해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21일 중국 관영 인민일보에 “중국은 신에너지와 신기술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 일본을 포함해 여러 파트너와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고 심화해나갈 것”이라며 “중국은 다자주의를 확고히 지지하며 국제사회 규범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SCMP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야심 찬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기술과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며, 이런 상황에서 양 정치국원이 미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밝혔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에 앞서 “시 주석은 ‘국제사회에 2060년 탄소 중립을 약속하고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줄이겠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중국 학계는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가장 협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분석했다.

연합뉴스는 “왕이웨이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양제츠는 중미가 상호 신뢰 구축을 위해 협력이 필요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필요가 있고,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하고, 중국과 유럽연합(EU)도 신에너지 분야에서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할 많은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홍콩‧인권 등 전통적 이슈에서는 중‧미가 대척점에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관심을 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신에너지 산업은 두 나라가 협력을 해야 하는 분야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주 기자(springk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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