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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산업재편 가속화] Part Ⅱ 주요 그룹 | M&A로 혁신 노리는 한화·현대重·네이버·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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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에 뚝 떨어졌던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지난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M&A)이 재계의 화두다. 국내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 외에도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굵직한 M&A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장에 방점을 찍은 투자 덕에 주요 기업들의 주가도 활기를 띠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창업세대가 기업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면 현재 3~4세대들은 고효율과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경쟁시대에 산업 간 융·복합은 이미 필수가 됐다”고 전했다.

기업들의 M&A 활성화에 대한 질문에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글로벌 저성장과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의 확대, 저금리 등 기업 성장을 위한 경제 여건은 불리한 반면 자금 조달 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상황”이라며 현재의 유동성 장세를 평가했다. 또한 ▲저성장 지속에 M&A를 통한 규모 확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은 줄이고 수익성은 극대화하는 전략 ▲개별 기업의 자체 역량으로는 급변하는 환경 변화와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기 힘들다고 판단, 혁신의 대안으로 M&A 선택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재무적 투자자와 전략적 투자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매각차익 구상 등 3가지 항목으로 기업들의 M&A 추진 이유를 설명했다.

매일경제

항공엔진 검수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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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향하는 한화그룹

M&A를 추진했거나 추진 중인 국내 기업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기업은 한화그룹이다. 최근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탐사로봇)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안착하는 등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화그룹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 1월 국내 유일의 인공위성 업체 쎄트렉아이 지분을 3자 배정 유상증자로 20%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한 후 전환사채 500억원을 통해 최종적으로 30%의 지분을 확보했다. 쎄트렉아이는 1992년 국내 최초 위성 ‘우리별 1호’를 개발한 카이스트 인공위성연구센터 인력들이 1999년에 설립한 회사다. 주로 지구 관측용 위성과 방위사업용 위성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는 소형위성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고 쎄트렉아이는 한화의 플랫폼을 이용해 사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2015년 삼성과의 빅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삼성테크윈)를 탄생시키며 항공·우주사업 분야를 강화했다. 그런가 하면 한화시스템도 저궤도 위성안테나 기업인 미국의 키메타 지분 9.11%를 332억원에 인수했다. 항공엔진이 주력사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일부 인공위성 부품을 제작하고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은 초소형위성과 SAR(Synthesized Aperture Radar, 지상으로 전파를 발사해 지표면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장비), EO(Electro-Optical, 전자광학) 등 위성 부품을 제작하며 인공위성 안테나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디펜스가 발사대, ㈜한화가 고체발사대를 제작하는 등 그룹 내 전반적인 시너지도 예상된다.

매일경제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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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부터 중소형까지, 국내 조선업계의 M&A

국내 조선업계도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빅딜로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중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과 지난해 8월 싱가포르에 이어 세 번째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통지서에 “중국 반독점법 26조를 검토한 결과 두 기업 간 기업결합에 따른 시장 경쟁 제한이 없음을 결정했다”고 명시했다. 한국조선해양은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견제가 심할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 독과점 관련 적극적인 소명으로 무조건 승인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이번 승인으로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3개 경쟁당국 심사만 남게 됐다. 이 중 EU는 팬데믹 이후 심사 일정이 중단된 상태다. 업계는 이번 기업결합심사 최대 분수령으로 EU를 꼽고 있다. 경쟁법이 가장 엄격하고 까다로워 EU 결정이 다른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선 양사의 합병심사가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심사를 진행 중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 여파로 시장 상황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추가 자료를 확보해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외에도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조선업계의 M&A 열기가 뜨겁다. 업계에선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대한조선과 삼우중공업 등도 M&A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에 자회사는 제외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한 삼우중공업은 2007년 설립된 선박용 기자재와 해상플랜트 설비 제작업체다. 2010년 대우조선해양에 편입된 후 2019년 매출 1556억원, 영업이익 64억원 등 흑자를 기록했다. 1987년 전라남도 해남에 설립된 대한조선은 중형급 유조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을 건조하고 있다. 2019년 매출 6131억원, 영업적자 92억원을 기록했다. 또 다른 자회사인 신한중공업도 매각을 위한 본입찰(2월 22일 현재)을 진행 중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마무리되고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까지 새 주인을 맞게 되면 국내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는 셈”이라며 “최근 불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랠리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KDB인베스트먼트와 함께 국내 건설기계 1위 업체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약 35%를 85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은 매각에서 제외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계열사로 현대건설기계를 두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건설기계는 국내 1위, 세계 7위권 도약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두 회사를 합병하지 않고 독립 경영 체제로 유지하며 연구·개발과 중복 투자 등을 조율하기로 했다. 현재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에서 두산인프라코어는 9위, 현대건설기계는 22위다. 업계에선 국내 1·2위 업체의 결합이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굴착기 등 중형기계, 현대건설기계는 산업용 차량 등 초대형 기기에 강점을 갖고 있다. 양사의 주력 분야가 서로 달라 규모의 경제가 예상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국내 최정상 건설기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영업 노하우 및 훌륭한 인재들을 맞이하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성장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다”며 “두 회사가 세계 시장 최고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시장 흐름 변화에 맞춘 미래기술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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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T 공룡, 네이버 vs 카카오

국내 기업들의 M&A와 합종연횡에 빼놓을 수 없는 분야는 ‘글로벌 웨이브’를 낳고 있는 K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다. 그중 국내 시장의 양대 공룡으로 성장한 네이버와 카카오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네이버는 2017년 YG엔터테인먼트, 2020년 SM엔터테인먼트에 이어 올 1월에는 BTS를 낳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에 4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며 국내 대형 기획사들과의 콘텐츠 동맹을 이어갔다. 네이버가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인수하고 비엔엑스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한다. 네이버의 기술력과 빅히트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량을 합쳐 유튜브에 맞서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앞서 지난해에는 CJ ENM 및 스튜디오드래곤과 지분을 맞교환했다. 업계에선 네이버의 이 같은 행보에 “콘텐츠 협력을 통한 플랫폼 역할 강화”라고 입을 모은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보다 양질의 콘텐츠 기업과 협력해 세를 키우는 전략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콘텐츠 외 다른 분야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금융 분야에선 미래에셋대우와 협력해 영역을 넓혔고, 물류는 CJ대한통운 등 믿을 만한 대기업과 협력하며 사업 분야를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는 2020년 커머스(쇼핑)·핀테크·콘텐츠 매출을 2019년 대비 약 50%나 끌어 올리며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네이버페이를 앞세운 핀테크도 연간 70%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8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밝힌 2020년 실적은 매출 5조3041억원, 영업이익 1조2153억원. 2019년 대비 매출액은 21.8%, 영업이익은 5.2% 늘어난 수치다. 네이버는 조만간 야후 재팬과 통합이 예고된 라인의 실적을 지난해 3분기부터 제외하고 있다. 네이버가 라인 실적을 빼고 연 매출 5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네이버는 콘퍼런스콜 현장에서 “빅히트·YG·SM과의 협업으로 엔터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K팝 인기가 높은 북미, 남미, 유럽 지역 등으로 영향력을 확장해갈 것”이라며 “CJ대한통운과의 물류 협력 등 자체 사업보다 협력 및 외부소싱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부분들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직장생활을 그린 네이버웹툰 <오피스 누나 이야기>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내부 통합에 나섰다. 올 3월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합병해 종합 콘텐츠 업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새롭게 탄생한다. 자회사 합병을 통해 기업 가치 7조원의 대형 엔터테인먼트사가 출범하는 것이다. 웹툰과 웹소설이 중심인 카카오페이지는 1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카카오M은 배우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 등 드라마와 영화, 공연제작사를 두고 있다. 매출 규모가 수천억원인 카카오 자회사들끼리의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육박하는 만큼 중소엔터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네이버가 외부와의 협업과 M&A를 통해 영역을 확장한다면 카카오는 제작부터 유통까지 자체 콘텐츠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 쉽게 말해 네이버는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로 플랫폼 기능을 강화하고 카카오는 콘텐츠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생태계를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콘텐츠와 관련한 내부 수혈이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장기적인 목표는 글로벌 확장이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해외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올 1월 6억달러(약 6596억원)를 주고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고, 카카오재팬은 일본 최대 콘텐츠 IP 회사 가도카와의 최대 주주가 됐다. 왓패드는 2006년 설립된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이다. 전 세계 이용자만 9000만 명에 달하고 5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네이버와 왓패드를 합치면 월간 순이용자만 1억6000만 명을 확보하게 된다. 왓패드의 웹소설을 네이버웹툰으로 제작한다면 글로벌 독자 확대도 가능하다.

카카오는 웹툰 플랫폼 ‘픽코마’로 일본에서 비게임 부문 앱 매출 1위에 올랐다. 한국산 ‘웹툰’으로 디지털 만화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는 이제 일본 최대 콘텐츠 회사인 가도카와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며 IP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가도카와는 1954년 일본 도쿄에 설립된 종합 콘텐츠 기업이다. 만화·애니메이션·영화·잡지·게임·대중소설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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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BTS. 사진: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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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모투자펀드도 투자금 회수에 나서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도 투자금 회수에 나서거나 전략적 투자자로 M&A에 나서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북아 최대 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현지 항공 국제화물 운송업체 에이펙스로지스틱스 매각 작업에 나섰다.

인수전에 DHL, 페덱스, 파트너스그룹 등 글로벌 물류기업과 PEF들이 대거 뛰어들며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BK파트너스 중국 법인이 두 차례에 걸쳐 약 1900억원을 투자해 이 회사 지분 64%를 소유하고 있다. 중국 현지 모건스탠리가 자문을 맡아 매각을 진행 중이다. 프리미엄 골프 클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마제스티골프도 매물로 나왔다.

IB업계에 따르면 중규모 바이아웃 전문 사모펀드 오케스트라PE가 최근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마제스티골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매각 대상은 마제스티골프코리아 지분 100%. 매각가는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케스트라PE는 2017년 약 800억원에 한국 코스모그룹으로부터 마제스티골프를 사들였다. 일본에 본사가 있던 마제스티골프의 한국 자회사를 먼저 사들인 뒤, 지난해 일본 본사 지분 86%도 마저 확보하며 한국 법인의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후 일본 법인의 헬스케어 사업부문을 분사한 뒤 매각하는 등 브랜드파워를 지닌 핵심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집중해 왔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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