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워싱턴서 양측 대표 회동
13% 인상, 5개년 다년 협정 유력
한미 양국이 방위비분담금협정 체결을 앞두고 있다. 이르면 5일(현지시간) 진행되는 협상대표 간 9차 회의에서 전격 타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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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을 끌어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체결이 임박했다. 분수령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수석대표 간 9차 회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의엔 한국 측 정은보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도나 웰튼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참석한다. 지난달 5일 8차 회의가 화상으로 진행한 것과 달리 이번엔 수석대표 간 대면 회의를 갖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기류가 180도 바뀌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입장을 존중·배려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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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상이 마지막이길"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한미 간 9차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4일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로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이고 공평한 협상의 결과가 조속히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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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을 둘러싼 이견이 대부분 해소됐다는 점은 양측이 밝힌 공식 입장에도 드러난다. 정은보 대사는 4일(현지시간) 워싱턴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추가적인 대면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 3일 협상 진척 상황과 관련 “합의 도달에 매우 근접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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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거부한 '13% 인상안' 합의 유력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한국 측에서 부담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한·미는 그간 5년마다 협정을 갱신해 왔다. 이에 따라 2019년 말부터 2020년 분담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 지난해 3월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하며 최종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배가량 인상된 금액인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의 분담금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1년간 공회전을 거듭했다.
분위기가 바뀐 건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무리한 분담금 인상 요구를 ‘동맹 갈취’로 규정하며 조기 타결로 협상 기조를 바꿨다. 이에 따라 앞서 한·미가 잠정 합의했던 13% 인상안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마련한 상태다. CNN은 지난달 11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미가 기존보다 13% 인상하는 안에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계약 형태는 1년 계약이 아닌 5년간의 다년 계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 계약이 맺어질 경우 연간 분담금 상승률이 중요한 변수다. 첫해에 13%가 인상된 뒤 이듬해부터 매년 7~8%의 인상을 거듭할 경우 마지막 해인 5년 차에는 첫해 대비 50% 가까이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소식통은 “연간 상승률은 매해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되 4~5%의 상한선을 두는 등 상호 간 수용 가능한 방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2014년 체결된 9차 방위비분담금협정은 연간 상승률이 4%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 규정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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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무급휴직, 블링컨 방한에 협상 추동력
한미 양국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7~18일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놓고 막판 조율중이다. 방위비분담금협상 타결에 이어 블링컨 장관 방한까지 성사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 동맹 복원 기조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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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면 회의에서 한·미가 합의에 이른다 해도 최종 발효하려면 행정적·외교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협상팀이 귀국해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야 한다. 이후 양국 정부가 협정 체결 사실을 공식 발표하고 협정 문안에 가서명한 뒤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야 공식 발효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협상이 타결될 경우 현재 막판 조율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3월 셋째 주 방한 일정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장관이 서울에서 협정 문안에 가서명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한미동맹의 모습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어 양측 모두에 의미가 있다.
협상이 3월 내에 마무리되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이 4월 1일부터 ‘무급 휴직’ 처지에 놓인다는 것도 타결을 재촉하는 물리적 변수다. 이미 한·미 간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다면 더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예산 회기와 관련해 4월 전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인 직원에 대한 임금 문제가 발생한다”며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양측의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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