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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덕도신공항’의 딜레마···선거에는 효과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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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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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로 최종 선출된 박형준 후보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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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했던 부산시장 선거 구도가 명확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반 박형준’을 외치며 갈라졌던 집안싸움을 마무리했다. 지난 3월 4일 국민의힘은 부산시장 후보로 박형준 후보를 최종 선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로 지지율 반전 기회를 잡았다. 최종 후보가 확정되면 가덕도 신공항을 바탕으로 흥행몰이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선거가 본격적인 양자 대결로 들어가기에 앞서 미리 쟁점들을 살펴봤다.

■민주당 지지율은 올랐지만…

선거판을 흔들 기회를 먼저 잡은 것은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뒤진 민주당이다. 가덕도 신공항 현실화가 성큼 다가왔다. 국회는 지난 2월 26일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재석 229인 중 찬성 181표로 가결했다. 반대 33표는 주로 대구·경북(TK)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법안은 신공항 건설에 필요한 여러 제약 조건들을 무력화했다.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전타당성 조사’ 간소화 등이 대표적이다.

법안 통과에서 민주당이 부각되는 것은 그동안의 행보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잇따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약속했다. 특히 법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정부도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당과 청와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민주당 김영춘·변성완·박인영 후보는 가덕도 신공항 이슈를 선점했다. 이들은 여당 시장이 나와야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민주당 주도로 법안이 통과되며 이 논리는 더욱 힘을 받게 됐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이 선거에 호재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부산시장 선거와의 연계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리얼미터는 YTN, 부산일보 공동의뢰로 지난 2월 27~28일 부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가덕도 신공항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7%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여당 후보’라는 응답은 37%, ‘야당 후보’라는 응답은 16.2%였다. 부산시 중점 현안을 묻는 질문에도 가덕도 신공항은 민생경제, 부동산 문제에 이은 3순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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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경선대회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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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통계를 둘러싼 확대 해석도 나온다. 지난 2월 26일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 여론조사 문제다. 응답자의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도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54%였다는 점이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가덕도 신공항이 아닌 특별법에 대한 부정 여론이 많이 나온 것”이라며 “부울경 조사 결과 역시 부산만이 아닌 권역 조사였다는 점에서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가덕도 신공항’이 화제가 되며 부산 민심에도 변화는 있었다. 다만 그 효과는 부산시장 후보가 아닌 정당지지율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MBC, KBS부산의 공동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2월 21~22일 부산시장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지지율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섰다. 1월 초 진행한 동일 기관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12.3%포인트 앞서고 있었다. 하지만 각종 부산시장 선호도 조사에서는 여전히 국민의힘 박 후보가 민주당 김 후보를 앞선다. 당과 후보 사이에 지지율 괴리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잘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며 “시민은 가덕도 신공항, 동남권 메가시티 등을 김영춘 후보만의 공으로 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위원 역시 “뒤집기에 성공하려면 가덕도 신공항을 넘어 오직 김영춘만이 가능한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며 “가덕도 신공항만으로 큰 폭의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아직 당의 최종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가덕도 신공항도 이제 시작인 만큼 지지율은 계속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형준 ‘사찰’ 개입 의혹, 쟁점이 될까

여당 후보의 극적인 지지율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관심은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 요인에 맞춰진다. 현재까지 박 후보를 가장 매섭게 비판한 것은 국민의힘 이언주 전 의원이다. 경선 과정에서 박 후보를 향해 ‘약점 많은 후보’, ‘과거 책임’ 등의 단어를 쓰며 비판했다. 이는 박 후보가 이명박 정부 시절 요직에 있었다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정원 불법사찰’ 문제다.

박 후보는 2009년 정무수석을 지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과 정치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로 국정 현안에 관여한다. 박 후보를 비판하는 측은 정권 차원에서 ‘사찰’을 진행했다면 정무수석이 모를 수 없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해당 의혹에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김태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고위 관계자들은 박 후보를 향해 “분명하게 소명하라”며 날을 세운다. 이에 박 후보는 “특별사찰 또는 불법사찰 지시에 관여했거나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찰’, ‘MB정부 실패의 주역’ 프레임은 박 후보를 점점 에워싸고 있다.

문제는 의혹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에 미칠 영향력이다. 전문가들은 “증거가 없다면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전국 단위에서 큰 화제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방 선거 이슈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배 위원 역시 “사찰 이슈는 부산보다 서울시장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오히려 민주당이 의혹을 과도하게 몰아가면 부산에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정책이나 순간순간의 이슈는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정권심판 대 국정안정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선거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양 당 모두 오직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고 있다”며 “부산의 지배적인 여론이 정권심판론에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박형준 후보는 가장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인식된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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