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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경쟁률 1000대1 '마케팅 사관학교' 뚫은 자소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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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기형도 시인의 시 '빈집'의 한 구절이다. 취업준비생 시절 이 시를 읽을 때면 시인의 의도와 달리 꼭 '자기소개서'를 대하는 내 마음의 은유처럼 느껴졌다.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의 첫 관문인 자기소개서는 취업준비생들에 짜증을 넘어 공포의 대상이다. 실제 이재영(2012년 입사), 강세리(2019년 입사) 빙그레 마케터도 가장 어려운 채용 절차로 '자기소개서'를 꼽았다.

이과생에게 '꽃직업'이 개발자라면 문과생에게 '꽃직업' 중 하나는 마케터일 것이다. 한 번쯤 꿈꾸고,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직업. 상사와 고객을 설득하는 일이 주요 업무인 마케터들에게 자기소개서 쓰는 팁을 들어봤다.

특히 강세리 프로는 2019년 입사했는데, 당시 경쟁률이 1000대1에 달했다고 한다. 그는 "면접 당시에는 불안한 마음에 빙그레에서 나오는 전 제품을 한 입씩은 다 먹어 봤다"는 열정의 소유자로 인터뷰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다.

이재영 프로는 빙그레에서 현재 메로나, 비비빅, 붕어싸만코 브랜드를 담당하고 있다. 강세리 프로는 투게더와 엑셀런트 아이스크림을 마케팅하고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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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부터 돋보이게 해라
▷강세리 프로=신문도 보면 헤드라인이 가장 중요하잖아요. 첫 문장을 읽고 아래를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합니다. 전략적으로 눈길을 끄는 단어를 앞에다 넣는 것이 필요합니다. 고유명사라거나 내 경험을 압축할 수 있는 단어를 고르고 골라 첫 문장에 최대한 쓰는 거죠.

▷이재영 프로=예컨대 어떤 성과를 보여주는 내용을 쓰고 싶다면 결과물과 관련된 구체적 수치로 첫 문장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턴 활동을 했다면, '인턴 ○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 수 ○○○를 만들다' 이런 식으로요. 수치는 객관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자소서의 신뢰성을 불어넣어 주고 힘이 있어 보이게 합니다. 영상이나 콘텐츠를 제작했던 분이면 자신이 제작했던 영상 총 개수를 언급하는 것도 방법일 거 같고요.


질문을 눈여겨봐라
▷강 프로=질문을 보면 물어보는 게 여러 개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중 하나만 선택적으로 답하는 지원자들이 많아요. 질문에서 묻고 있는 것에 모두 답하는 건 기본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질문을 밑줄을 쳐가면서 읽은 후 자소서를 썼습니다. 예를 들면 저희 빙그레의 경우 두 번째 질문이 '지원 직무에 대한 선정 사유 및 경쟁력을 기술해달라'인데요. 대부분 취업준비생들이 경쟁력만 기술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분명 질문에서 선정 사유를 넣어달라고 했잖아요. 이 경우에는 선정 사유가 앞에 들어가고 경쟁력을 쓰는, 질문의 흐름대로 답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질문에는 하나의 답만 하는 걸 추천합니다. 너무 많은 경험을 하나의 질문에 다 답하는 데 쓰기보다 그 질문에 가장 확실한 답이 될 수 있는 경험이나 사건을 선택해서 풀어쓰는 게 더 눈길을 끄는 자소서라고 생각합니다.


가독성을 높여라
▷강 프로=자기소개서 문장은 최대한 짧고 가독성을 높게 해야 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정말 많은 자소서를 읽기 때문에 읽기 피곤한 자소서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최고' '최선' 이런 뻔한 단어들도 최대한 빼고요. 자기소개서의 한정된 분량을 낭비하는 일이잖아요. 반드시 들어가야 할 단어들을 미리 체크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습니다. 마케팅에 필요한 역량이 어떤 건지를 적어놓고 의도적으로 자기소개서에 넣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훌륭한 자소서는 '그려지는' 자소서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대면하는 대신 글로 만나는 것이니 어떤 사건을 적어줄 때도 쉽게 상상할 수 있게.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적어줘야 할 필요가 있죠.

예컨대 '호의를 바탕으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한다'는 문장이 있다고 쳐봐요. 그렇다면 '호의'라는 단어가 딱 와닿지 않습니다. 어떤 호의였을지 구체적으로 적어주면 좋겠죠. 원활한 의사소통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이뤄진 게 '원활한 의사소통'인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해주면 이 문장도 좋은 자소서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소제목은 감성적 터치 NO 객관적 수치가 낫다
▷이 프로=소제목은 개인적으로 수필처럼 감성적으로 뽑는 것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더 눈길을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그 문단을 대표할 수 있는 핵심 수치, 가장 핵심인 단어들을 넣으면 소제목을 쉽게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소제목은 제가 자소서를 쓸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굉장히 시간을 많이 들였던 부분이기도 하죠. 의외로 소제목이랑 아래 쓰인 내용이 전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무조건 소제목은 뒤에 나올 이야기들의 '얼굴'이어야 합니다.


소개팅처럼 콘셉트가 필요해
▷이 프로=사실 너무 절실해서 자기소개서에 내가 했던 경험과 가진 장점 다 넣고 싶은 마음이 들죠. 하지만 오히려 다 넣으면 머릿속에 안 그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기업마다 직무마다 나만의 '콘셉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소개팅에 나가서 제 장점만 계속 말하면 매력 없잖아요. 내 장점 중 한두 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 자기소개서에 쓴 경험을 빙그레와 마케터란 직무에 연결 짓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맛집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하면, 빙그레도 음식 제조 회사인 만큼 충분히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죠. 또 대외 활동에서 광고 등을 많이 만들잖아요. 그 경험에 비추어 '빙그레 슈퍼콘의 광고가 이랬는데 내 경험상 이렇게 수정되면 더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식의 접근도 가능하고요.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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