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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영국모델 중수청 놓고 與·尹 대립각···대체 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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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핵심인 중대범죄수사청법 공방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해외 형사사법 제도를 두고 당사자들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다. 수사ㆍ기소 융합이 세계적 추세”(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정반대 해석을 앞세우고 있어서다.

'영국모델'을 표방하는 민주당이 국가범죄수사청(NCA, National crime agency)이나 중대부정수사청(SFO, Serius fraud office) 등 생소한 영국의 수사기관 이름을 자주 등장시키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수사ㆍ기소…“분리가 스탠더드” vs “융합이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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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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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수사ㆍ기소는 “분리가 글로벌 스탠더드”(황운하)일까 “융합이 추세”(윤석열)일까. 양쪽 모두 절반의 진실이다. 평범한 형사사건에 대해선 수사(경찰)ㆍ기소(검찰) 분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제범죄ㆍ반부패 사건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본래 검ㆍ경의 구분이 없었던 영국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재판에 넘기는 ‘사인(私人) 소추’가 발달했다. 이후 1829년 경찰력이 형성되면서 경찰이 수사ㆍ기소를 동시에 맡았다. 그러나 경찰의 부패와 높은 무죄율 등 독점의 폐해가 심해지자 1986년 기소를 전담하는 왕립기소청(CPS, Crown prosecution service)을 만들어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

반면 수사ㆍ기소권을 융합하려는 흐름도 나타난다. 영국에서 1970~80년대 부패ㆍ경제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판사 출신인 로스킬(Roskill) 상원의원이 제도 개선을 위한 위원회를 맡았다. 로스킬 위원회는 3년간의 활동 끝에 1986년 ‘로스킬 보고서’를 발간해 “통합된 기구(a new unified organisation)의 필요성”을 의회에 권고했다. 이후 정부ㆍ의회 논의를 거쳐 1988년 설립된 기관이 수사ㆍ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경제범죄 전문 수사기관인 중대부정수사청, 즉 SFO다.

미국과 일본 등 기타 선진국에서도 대형 사건의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유권자 상대 향응 제공 의혹을 도쿄지검이 직접 수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역시 뉴욕시 맨해튼 지방검찰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이다. 경찰 출신인 황운하 의원이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하면서도 “문명국가 어디에서도 검찰이 직접 수사권을 ‘전면적’으로 행사하는 나라는 없다”(지난 23일 중수청 공청회)는 단서를 다는 이유다.



중수청 모델은 NCA? S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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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NCA(National crime agency) 홈페이지에 게재된 NCA의 수사대상 범죄.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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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제시한 중수청의 모델은 NCA(national crime agency)일까 SFO(serious fraud office)일까. 윤 총장은 SFO를 상정하고 수사·기소 분리를 역주행으로 보는 반면, 황 의원은 "중수청은 NCA에 가깝다"고 말한다.

큰 틀에선 NCA는 중수청, SFO는 공수처와 유사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NCA는 4100여명 규모로 광역 범죄에 대응해 설립됐다. 이는 작으면 2000명, 크면 5000명 규모가 될 거라는 말이 나오고 현재 검찰에 남겨진 6대 범죄(부패ㆍ경제ㆍ공직자ㆍ선거ㆍ방위산업ㆍ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넘겨받는 다는 중수청과 유사한 면이 많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가 준비 중인 법안에선 “중수청은 영장청구권이나 기소권이 없는 수사전담기관이 될 것”이라는 황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역시 NCA와 비슷한 점이다.

그러나 NCA는 내무부 산하 기관인데 반해 민주당은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은 작지 않은 차이다. 중수청이 경찰이 속해있는 행정안전부 산하로 가느냐 검찰이 속해 있는 법무부 산하로 가느냐에 따라 중수청의 인적 구성이나 검·경과의 관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ㆍ기소 융합의 예시로 꼽힌 SFO는 역시 두 권한을 모두 가지고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가깝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부패사건을 핵심 수사대상으로 삼는다는 점도 공통정이다. 조직 규모에서도 SFO는 500여 명으로 수천여명 규모가 유력한 중수청보다는 공수처(100여명)에 가깝다. SFO는 영국 법무부 산하이지만 공수처는 독립 행정기관이라는 점은 차이다.

학계에서는 여권이 국내 사법체계와 전혀 다른 토양에서 발전해 온 ‘영국 모델’을 차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정웅석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은 “영국은 경찰권이 강해 기소청을 설치해 권력 분산을 꾀하긴 했지만, 자치 경찰과 사인 소추의 전통 등 한국과는 사법적 토양이 정반대에 가까운 나라”라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더욱이 NCA는 쪼개져 있는 자치경찰 역량을 하나로 모았다는 점에서 SFO와 마찬가지로 수사효율을 겨냥해 탄생한 조직”이라며 “수사 구조 개편 과정엔 국내 실정이 보다 면밀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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