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난' 범야권 일제히 환영…재보선 이후 본격 행보 전망
윤석열 전 검찰총장 |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차기 대선을 1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행보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가 임기를 4개월여 남겨둔 채 검찰을 박차고 나오면서다.
고질적인 인물난에 시달려온 범야권은 높은 잠재력의 '자연인 윤석열'에 열광한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섰던 윤 전 총장의 상징성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7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에게로 힘을 모아주려는 움직임들이 이미 포착되고 있다"며 "대권에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럴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 5일 윤 전 총장을 "야권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반겼다. 국민의당에선 벌써 '철석(안철수+윤석열) 연대'라는 키워드를 거론한다.
윤 전 총장은 정부·여당을 규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직을 던졌다는 점에서 정치 행보를 이미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일찌감치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상위권에 랭크됐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여야를 통틀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가 마지막 대검 출근길에 읊은 사퇴의 변에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한 것은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로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본격적인 정치 개시 시점은 미지수다. 4·7 재보선 결과에 따라 범야권이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관전 모드'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제1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 통합이 시도되면서 윤 전 총장을 끌어당길 수 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승리할 경우 중도 제3지대에 그의 공간이 열리면서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당선 시에는 범야권 전체가 흔들리며 윤 총장에게 오히려 빠르게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이자 '블루칩'에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로 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문재인 정부 초반 적폐 청산의 칼을 휘두른 '구원'이 거론된다. 윤 전 총장이 존재감을 키워갈수록 보수의 기존 잠룡들이 지지자들의 반감을 이용해 견제구로 힘을 뺄 수 있다.
스스로 정치력을 증명해야 하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27년 검사 생활을 떨치고 여의도 문법에 재빨리 적응해야 '별의 순간'을 놓치지 않을 것이란 조언이다.
이런 고비를 유연하게 극복해내지 못하면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유력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가 금세 지지율이 빠져 출마조차 포기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중진은 "윤석열을 지렛대로 야권 판을 먹으려는 세력이 우글거린다"며 "불쏘시개가 아니라 주역이 되는 것은 그가 하기에 달렸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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