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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대선지지층, 진보가 보수보다 처음으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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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유권자 지층 구조 추이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보다
최소 2%포인트, 최대 5%포인트 먼저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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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선대위원장이 유세장을 찾아 후보의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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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 보수진영보다 최대 5%포인트 앞서 출발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결과 대로라면 1987년 이후 진보의 우세로 막을 여는 전국 선거는 처음이다. 30년 넘게 지속된 보수 우위 구도가 역전됐다는 의미다. 실제 올 들어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선호도·적합도 등) 합산 결과를 보면, 진보진영 후보들이 보수진영 후보들을 많게는 더블 스코어 차로 앞섰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유권자 지층 변화는 2012년 대선 이후부터 시작됐고, 2017년 촛불 대선 무렵 본격화됐다.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는 종단 분석(실제 투표한 유권자의 총득표를 기준으로 분석)과 횡단 분석(1987년 대선~2020년 총선 결과를 지지층 구도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끌어냈다. 결론은 유권자 지층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최정묵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대표는 “진보 지지층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보수 지지층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보수진영의 소극 지지자들이 교차 투표층(스윙보터·중도층)으로 이동한 것도 변화의 요인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보수의 몰락이 만든 ‘평평한 운동장’

종단 분석결과, 30년(1987~2016년) 동안 더불어민주당 평균 지지층의 총합은 39.5%였다. 적극 지지자 19.3%, 소극 지지자 20.2%를 합한 수치다. 반면 국민의힘은 적극 지지자 33.3%, 소극 지지자 19.3%로 지지층 총합이 52.6%로 나타났다. 교차 투표층은 7.9%였다. 2012년 대선결과도 이 분석치와 거의 비슷하다. 당시 여야 후보 득표율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 48.0%,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51.6%로 나타났다. 문 후보는 민주당의 적극·소극 지지자와 교차 투표층까지 합한(총합 47.4%)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박 후보는 교차 투표층 없이 적극·소극 지지자의 지지(52.6%)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방정식이 나온다. 유권자 지형 구도상 여야 일 대 일 구도에선 진보(민주당)의 필패를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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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후보자를 지원하는 유세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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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구도는 2012년 대선부터 2020년 총선결과를 거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 유권자 지층이 달라진 것이다. 민주당은 적극 지지자 31.4%, 소극 지지자 11.5%로 평균 지지층 총합이 42.9%로 과거에 견줘 3.4% 포인트 늘었다. 소극 지지자가 적극 지지자로 변한 것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적극 지지층이 늘어난(12.1%포인트) 배경은 소극 지지자들의 합류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은 적극 지지자 11.7%, 소극 지지자 28.5%를 보였다. 총합 40.2%로 이전보다 12.4%포인트 줄었다. 연구소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적극 지지자와 소극 지지자가 각각 7.6%포인트, 4.8%포인트 빠졌다. 무엇보다 소극 지지자 상당수가 교차 투표층으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교차 투표층은 같은 기간 대비 7.9%에서 17.0%로 9.1%포인트 증가했다. 교차 투표층을 제외한 지지층 구성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2.7%포인트 격차로 앞섰다.

2017년 대선 결과는 변화된 유권자 지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당시 득표율은 문재인 민주당 후보 41.1%, 심상정 정의당 후보 6.2%로 진보진영 후보 득표율 총합은 47.3%였다. 연구소 측이 분석한 결과(민주당 적극·소극 지지자 총합 47.4%)와 사실상 동일하다. 야권의 홍준표·유승민·안철수 후보의 합산 득표율은 52.2%였다. 이 결과도 유권자 지층 구성(국민의힘 적극·소극 지지자 총합 52.6%)과 거의 일치한다. 2012년과 달리 2017년 대선에선 교차 투표층 없이도 민주당이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지지층 구조가 바뀐 것이다.

최 대표는 “2012년 대선은 사실상 촛불 민심의 발화점이라 할 수 있다. 이때를 시작으로 민주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역대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유권자 지형과 2022 대선…

이는 1987년 대선부터 2020년 총선까지 양당 득표율을 시뮬레이션한 ‘횡단 분석’ 추정치에서도 확인된다. 1987~2020년 동안 더불어민주당(진보)과 국민의힘(보수) 계열로 양분돼 치러졌던 전국 선거 23회 중 보수는 17승을, 민주당은 6승을 기록했다. 민주당 승률은 26.1%에 불과했다. 그러나 횡단 분석 전체 추정치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2~5%포인트 격차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대선 이후 민주당의 3연승이 과거 선거 추이를 뒤집은 셈이다. 최 대표는 “유권자 지층 구조 추이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은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보다 최소 2%포인트, 최대 5%포인트 먼저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다만 구체적인 후보군과 정책 방향, 정당 행태(혁신 여부)에 따라 민심은 가변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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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결론적으로 2012년 대선 이후 내재된 촛불 민심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민주당 정체, 국민의힘 감소, 교차 투표층 증가’를 추동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7년 대선결과를 ‘진보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올 들어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추이에서도 변화된 유권자 지층이 확인됐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곳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4일 발표한 지난달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NBS·1~3일,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진보진영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지지율 총합은 42%로 나타났다. 이를 2012~2020년 유권자 지층 구조에 대입하면 진보(민주당) 후보들은 현재 적극·소극 지지자(총합 42.9%)의 지지를 받고 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 마지노선 40% 왜

보수진영 후보의 지지율 총합은 21%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소속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오세훈 전 의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무소속 홍준표 의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을 합한 결과다. 지난달 조사에선 이들의 지지율 총합이 24%였다. 마찬가지로 이를 2012~2020년 지층 구조에 대입하면 보수(국민의힘)는 거의 적극 지지자의 지지(28.5%)만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당 득표율도 비슷한 흐름을 띠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월 4차례 조사·발표한 정당 지지율(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3.1%포인트)을 보면 민주당·정의당·열린민주당의 지지율 총합은 평균 42%였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평균 27%에 그쳤다. 차기 대선주자 공식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적극·소극 지지자의 지지를, 국민의힘은 적극 지지자의 지지만 받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같은 기관 조사에서 무당층은 평균 31%였다. 이 수치를 유권자 지층 구조로 풀어 보면 ‘국민의힘 소극 지지자가 이탈해 무당층에 머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마지노선 지지율은 ‘40%’라는 것이 정치권의 정설이다. 즉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지율 최저선이 40%대라는 의미다. 이는 적극 지지자와 소극 지지자의 지지를 모두 유지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권자 지층 구조가 이를 역설하고 있다. 1월 리얼미터가 9차례 조사·발표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조사에서 긍정 평가 평균은 40%였다. 2012~2020년 유권자 지층 구조에서 민주당 적극 지지자(31.4%), 소극 지지자(11.5%)의 총합 규모와 거의 같은 수치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촛불 시민의 지지세가 강한 만큼 역대 정권에 견줘 ‘마의 40%’ 유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50%대가 넘었을 때는 적극·소극 지지자에 교차 투표층 일부가 결합했던 경우다. 달리 말하면 진영·이념 정치에 치우치거나 혁신에 실패할 경우 교차 투표층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말이다. 같은 기관의 이달 2~5일 조사에선 국정에 대한 긍정 평가가 30%대로 떨어졌다. 이 무렵엔 판사 탄핵 추진, 당·정 재난지원금 갈등, 김명수 대법원장 녹취록 공개 논란 등이 정국을 뒤덮었다.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대표 최정묵)는 자살위기자·저층주거지 화재·범죄발생·복지사각지대·코로나19 등 시민권에 직접영향을 주는 사회문제를 예측분석한다. 선거 때는 마이크로(골목길) 선거예측지도를 제작한다.

구혜영 정치부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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