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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팬데믹 속 그리스 난민 수천명 홈리스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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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난민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유럽연합(EU)의 지원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그리스의 난민 수천명이 당장 홈리스가 될 위기에 처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난민들에게 지원금과 보호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종료되면서 난민 수천명이 거처를 잃고 노숙할 상황에 닥쳤다고 전했다. EU는 필로세니아(환대)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통해 난민들에게 약간의 현금을 지원하고, 호텔들과 계약해 거처를 제공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월까지 호텔들과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난민들은 살 곳을 잃게 됐다.

경향신문

지난 7일(현지시간) 난민들이 배를 타고 그리스 레스보스섬으로 향하고 있다. 레스보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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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위원회(IRC)의 이모겐 서드베리 이사는 가디언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많은 난민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극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필요한 서류나 정보, 언어능력이나 자립을 위한 다른 수단도 없이 많은 이들이 실업자나 노숙인이 될 심각한 이험에 처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유럽에는 중동·아프리카·아시아 출신 난민들이 많이 몰렸다. 특히 그리스는 유럽 본토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게 됐다. 난민 유입이 시작된 6년 전 초기에는 그리스를 비롯해 여러 유럽 국가들이 난민들을 받아들였으나, 수가 급증하면서 점차 국경을 닫았다. 그리스는 레스보스 등 여러 섬에 난민들을 묶어두었고 EU는 그리스에 지원금을 주고 난민을 떠맡기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난민들은 난민캠프에 사실상 갇힌 채 방치된 생활을 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 9월 화재로 전소된 모리스 난민 캠프는 최대 수용 인원이 3000명에 불과했지만, 한때 2만명까지 머물게 두면서 ‘지옥’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그리스에는 본토와 섬을 포함해 약 8만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 모리스 캠프를 재건할 계획이 없으며 임시로 이관된 카라 테페 캠프만 그대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구호기구들은 “카라 테페 캠프는 이미 수용가능 인원을 넘겼고 화장실과 수도, 의료지원 등 최소한의 기본설비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로 ‘제2의 모리스 캠프’가 됐다”며 “난민들을 본토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부기구 시빌플리트는 최근 “카라 테페 캠프 거주자의 36%가 어린이들인데 상당수가 말을 멈추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해와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난민위기가 발생한 지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EU도 그리스도 근본적인 정책을 수립하지 못한 채, 팬데믹 속에서 난민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호기구 솔리대러티 나우의 레프테리스 파파지아나키스는 가디언에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난민위기가 시작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국가의 통합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난민들을 우리 사회에 포함시키려는 진정한 노력이 없다면 같은 문제를 계속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유럽의 백신접종이 늘어나면서 곧 국경이 열리게 되면 많은 난민들이 바이러스 전파자로 의심받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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