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벨리온(왼쪽)과 사피온의 AI 반도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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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기업가치 1조3000억원의 단일 회사로 재출범했다. AI 업계가 미국 엔비디아의 장악력에 균열을 낼 ‘대안 찾기’에 몰두하는 가운데, 두 회사의 화학적 결합이 자금 조달과 인재·고객 확보 등에서 시너지를 낼지 주목된다.
리벨리온은 SK텔레콤의 AI 반도체 계열사 사피온과의 합병 절차를 완료하고, ‘리벨리온’이라는 사명으로 전날 공식 출범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6월 합병 추진을 발표한 이후 6개월 만이다. 기업가치는 약 1조3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그동안 리벨리온을 이끌어온 박성현 대표이사가 단독 대표를 맡아 합병 법인을 이끈다.
오픈AI ‘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은 데이터를 배우는 ‘학습’과 이를 바탕으로 해답을 내놓는 ‘추론’ 기능을 수행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해야 하므로 ‘AI 가속기’ 칩이 필수적이며,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독보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엔비디아 칩은 대당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등 비싸기 때문에 대체품 개발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개발 난도가 높은 학습용보다는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에 연구·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인 리벨리온과 사피온 모두 추론용 NPU에 강점을 지녔다. 2020년 설립된 리벨리온은 창업 1년 만에 AI 반도체 ‘아이온’을 출시했으며,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5나노미터 공정을 이용한 ‘아톰’을 내놨다. SK텔레콤 연구조직에서 분사한 사피온은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반도체 ‘X220’을 개발한 바 있다.
KT의 투자를 받은 리벨리온과 SK텔레콤 자회사 사피온의 합병은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는 AI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마존, 인텔, AMD 등 미국 빅테크들도 직접 AI 칩 개발에 나서고 있는 데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가 만성적인 소프트웨어·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각자도생은 한계’라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엔비디아의 독주와 함께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재편이 시작됐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두 NPU 기업 간 합병은 대한민국 AI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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