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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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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기본소득+노동시장 유연화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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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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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에 물이 마르면 초식동물도 사라지고, 육식동물도 살아남을 수 없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국 경제의 위기와 공존 방안을 주제로 지난 1년간 전문가들과 벌인 토론을 정리한 책 '기로에 선 한국경제'를 출간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정치적 휴지기를 가졌던 김 전 장관이 신간을 내자 정치활동 재개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정작 그는 7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나 "책에 담은 고민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정국교 전 의원, 이찬우 전 기획재정부 차관보, 최영록 전 기재부 세제실장 등과 공저한 책을 통해 김 전 장관은 정치인들이 언급을 꺼리는 증세 주장부터 진보진영의 금기어인 노동시장 유연화까지 '도발적인' 제안을 꺼내들었다.

"반드시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과제들이 있다. 정치인들이 피해가는 이슈지만 거칠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고쳐나가는 역할을 해나가겠다."

대선 국면을 앞두고 논쟁이 뜨거운 기본소득과 관련해 그는 1인당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해볼 것을 제안했다. 소요 재원은 2021년 기준 연간 190조원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와 유사한 수준의 기본소득(월 50만원)을 10년 이상의 장기 과제로 미뤄둔 상태다.

김 전 장관은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해보니 기존 복지 체계가 보호하지 못하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기본소득 토론을 피해갈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기존 복지제도와 세액공제 조정과 함께 증세까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소득세율 10%포인트, 부가가치세율 3%포인트 인상 등 보편증세 방안이 지지를 얻을 수 있겠냐고 묻자 그는 "기본소득이 단순한 복지제도를 넘어 기존 사회복지 체계를 리셋하고, 이를 통해 파생되는 경제효과까지 함께 논의해 사회적 대타협에 도달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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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 전 장관은 기본소득제를 바탕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적절한 사회보장이 전제되지 못해 노동시장 유연화가 논의조차 되지 못했는데, 이를 위한 장치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정한 실업수당과 재교육·전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시장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규직의 노동조건 유연화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다수인 정규직보다 소수인 비정규직의 보호 수준을 완화하는 것이 용이해 논의가 비정규직에 한정됐다.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정규직 보호 수준을 개혁을 통해 완화해야 한다."

김 전 장관은 노동시장의 경직된 구조를 풀기 위해선 양대 노총의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으로 과거 전통적인 사용자와 노동자 개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환경이 닥쳐오는데 안정적인 일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분들의 삶을 함께 고민할 때가 됐다"며 "양대 노총이 문제 해결 주체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달 재보궐선거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지역마다 균형발전 이슈를 제기하는 가운데 그는 비용과 혜택에 입각한 제안을 내놨다. 지방의 경제적 거점을 조성할 재원 마련 방안으로 수도권 주민 중 일부에게서 도시세를 걷자는 것이다. 가령 수도권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서해안의 화력발전소, 영남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하고 전국 고압선을 타고 송전돼 결국 수도권은 혐오시설 없이 혜택을 누리는 것인 만큼, 사회적 연대를 위해 담세 능력이 있는 수도권 주민이 재원을 분담하자는 주장이다.

최근 논란이 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는 여권 주류와 다른 견해를 내놨다. 김 전 장관은 "동남권 메가시티 조성이라는 큰 목표에는 동의하지만 '절차와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면서 진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면서 "국민 부담이 들어갈 사업을 특별법으로 해 점검을 생략한다면, 추후에 납득할 만한 경과 보고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에는 한국 사회 최대 난제인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법도 담겨 있다. 지난 10여 년간 '돈 줄 테니 아이를 낳아라'는 방식의 정책 접근이 성과를 내지 못한 만큼 정부가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보육부터 일자리, 주거까지 어느 한 가지도 젊은 층이 아이를 낳아 잘 키울 여건이 안 된다"며 "아이를 낳으면 보육, 양육, 교육을 일괄해 국가가 책임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만원 기자 / 문재용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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