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타살 혐의점 없고 유서 발견 안돼"
택배노조 "과로사 추정… 규탄집회 열 것"

지난해 10월 쿠팡에서 야간근무를 마친 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가 2월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주최해 열린 과로사 대책 마련 촉구 및 쿠팡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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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게 심야·새벽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40대 택배 노동자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명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7일 택배노동자 이모(48)씨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오후 3시쯤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배우자 신고를 받고 송파구 한 고시원에서 그를 찾았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흔적도 없었고, 유서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며 "명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8일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이씨는 쿠팡 송파1캠프에서 심야·새벽 배송을 담당하던 쿠팡맨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자녀 2명과 배우자를 지방에 두고 서울로 올라와 홀로 고시원에서 생활해왔다. 이씨는 작년에 쿠팡에 계약직으로 입사해 근무하던 중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배우자에게 수시로 심야 노동의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이씨가 1년 이상 야간업무를 전담해온 만큼 과로사로 추정할 수 있다고 본다"며 "고인이 최저임금을 갓 넘는 수준인 280만원 월급을 받으며 심야노동을 전담해왔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쿠팡 야간 택배 노동자가 사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장덕준(당시 27세)씨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 판정을 받기도 했다. 당시 쿠팡 측은 장씨의 평균 근무시간이 44시간이었다는 보도자료를 냈지만, 장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에는 장씨가 사망하기 전 일주일간 62시간을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연대노조는 8일 오후 2시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앞에서 심야배송이 이씨의 과로사로 이어졌다는 내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