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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대형주 공매도 5월 3일 재개 ‘공매도 혐오’ 제도 개선으로 극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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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변동성 완화장치로 금지됐던 공매도가 오는 5월 3일부터 일부 재개된다. 공매도가 가능한 종목은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편입기업으로 제한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일단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사서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이다. 주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로 개인투자자들에게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며 공매도 재개여부는 금융권은 물론 정치권에도 지속적인 뜨거운 감자였다.

금융위는 코스피와 코스닥 대형주에 속하는 기업들에 대한 공매도를 먼저 재개하는 부분적인 제도시행을 통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종목들은 별도의 기한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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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광고를 설치한 버스를 운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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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3일 오후 임시 금융위 회의를 통해 이 같은 방안을 의결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출렁이자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은 상황 등을 고려해 공매도 금지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한 바 있다. 총 1년간 공매도 금지조치를 이어간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공매도 재개 의지가 강했으나 정치권 일각과 개인투자자인 ‘동학개미’들의 반발이 커짐에 따라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한발 뒤로 물러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상황과 다른 국가의 공매도 현황 등을 고려했을 때 공매도 재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금지 조치의 연장에 무게를 실었다고 밝혔다. 동학개미운동을 비롯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이 머무는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선요구 등을 고려해 금지 조치 기한을 일정 기간 더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오는 5월 3일 이전까지 제도 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개선과제는 무차입공매도 적발 주기 단축 등 거래소 시장 감시 강화, 공매도 투자자별 대차 정보보관을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개인 주식대여 물량 확보(4월 말까지 2조∼3조원)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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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사들 공매도 수수료 수익 연간 수천억

개인투자연합 ‘공매도세력과의 전쟁’ 선포


공매도 재개결정이 있기 이틀 전인 지난 2월 1일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와의 전쟁을 예고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이처럼 공매도 대항 운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공매도의 폐해를 바로잡고 우리나라 700만 주식투자자 권익 보호한다”는 슬로건을 내걸며 행동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한투연의 주요 요구는 공매도 금지기간을 1년간 더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투연 측은 성명서를 통해 “불법 공매도가 원천적으로 근절될 수 있는 제도개선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재개를 운운하는 것은 난파선에 있는 구멍을 수리하기도 전에 시간이 됐으니 빨리 배에 타라고 보채는 행위”라며 “구명조끼는 공매도 투자자만 입고 있는데 누가 죽고 누가 살아남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도를 재개할 경우 과거와 같은 불법 공매도가 일어날 우려가 있으며 시장자체도 크게 흔들릴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투연 측은 공매도 재개 전에 100% 전산화된 무결점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기존의 1개월 주기가 아닌 매일 실시간으로 불법을 적발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외에 공매도 주체의 수익도 밝힐 것을 촉구했다. 주요 국가와 우리나라 공매도 주체의 5년 또는 10년간 수익을 조사 후 비교한 뒤 존치 여부를 사회적 논의로 결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오랫동안 자행된 자본시장의 부정의를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바로잡겠다”며 “한투연 주도하에 1차로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 주주가 연합하면 사실상 100만 동학개미가 뭉치게 되는 셈이고, 공매도 피해가 큰 기업들의 주주들이 더욱 가세하게 되면서 공매도 세력과 싸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외 증권사들이 지난 7년간 공매도 수수료로 35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월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외 56개 증권사에서 공매도 중개 수수료로 얻은 수익은 총 354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증권사의 공매도 수수료 수입은 2014년 413억5100만원 수준이었으나, 2015년 667억4500만원까지 증가했다. 이후 2018년에는 710억5200만원, 2019년 446억4100만원을 벌어들이는 등 매년 400억~700억원대의 수수료 수입을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의 공매도 금지조치가 시행되자 수수료 수입은 95억60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년 동안 가장 많은 수입을 거둬들인 국외 증권사는 크레디트스위스(CS) 증권 서울지점(867억2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590억7800만원), 모건스탠리 서울지점(568억1100만원), UBS증권 서울지점(487억6900만원) 등이 이었다.

증권사 중 공매도 수입을 가장 많이 거둬들인 증권사는 삼성증권(168억200만원)이었으며, 그 뒤를 미래에셋대우(94억9600만원), 신한금융투자(75억5400만원), NH투자증권(47억4400만원), 한국투자증권(44억5200만원), KB증권(15억5300만원) 등이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용진 의원은 이에 대해 “주식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증권사들은 공매도 수수료로 이익을 본 것이 확인됐다. 공매도가 유동성 공급의 순기능이 있지만 이를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며 “금융시장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공매도를 거래 직후 감독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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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개미들은 지금 공매도와의 전쟁 중

세계 곳곳에 펼쳐지는 공매도 혐오현상


국내 개인 주주들의 대대적인 연대활동은 최근 미국 증시를 뜨겁게 달군 ‘월스트리트베츠’ 사태에 영향을 받았다. 한투연은 “우선 1차로 거래소와 코스닥 내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주주 연합과 연대하고 동학개미들의 지원을 이끌어내 공매도 청산을 유도한 후, 나아가 미국 내 개인투자자인 로빈후드와 연대하겠다”며 “이를 위해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를 본뜬 K스트리트베츠(KSB)를 구성하고 개인 주주 대응의 구심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베츠가 일으킨 반공매도 운동은 게임스톱이란 작은 회사에서 시작된다. 지난해 여름 미국의 온라인 반려동물용품 쇼핑몰인 ‘츄이’의 최고경영자(CEO) 라이언 코언이 지난해 8월 게임스톱 주식 900만 주를 샀다고 밝히면서다. 한물갔던 게임사의 주가는 4달러에 불과했는데 한 달 만에 10달러가 됐다.

대주주가 된 코언은 게임스톱의 이사진으로 합류한 이후 “오프라인 점포를 온라인 유통점으로 바꾸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개미들이 게임스톱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주가가 오르자 헤지펀드는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팔자’로 대응하며 리포트를 낸 이후 유통물량의 144%를 공매도로 확보했다.

‘개미들의 성지’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SB)’를 중심으로 분노한 개인투자자가 결집했다. 현물 주식뿐만 아니라 파생상품시장에서 콜옵션(만기일 이전에 미리 행사한 가격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권리)까지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일론 머스크도 가세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지난 1월 26일 자신의 트위터에 ‘개미들의 성지’로 불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주식토론방인 ‘WSB’의 링크를 올리며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한 줄을 덧붙였다. 스통크(Stonk)는 주식을 뜻하는 ‘stock’의 은어이자 맹폭격이란 의미다. 이후 주가는 폭등했다. 정규장 마감 이후 머스크가 트윗을 올렸지만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0% 이상 급등하며 300달러를 넘어섰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소유하지 않은 집이나 자동차는 팔 수 없지만 소유하지 않은 주식은 팔 수 있다”며 “공매도는 사기”라고 썼다. 공매도와의 일전에 나선 개미들은 머스크의 메시지에 환호했다. WSB에는 각종 히어로 영화 포스터에 머스크의 얼굴을 합성한 ‘밈(meme·사진이나 동영상을 재밌게 합성한 것)’이 퍼졌다.

주가가 급등하자 헤지펀드인 멜빈 캐피털이 37억달러(약 4조1325억원)가 넘는 손실을 내고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 계약을 청산했다. 멜빈 캐피털이 게임스톱에서 손을 뗀 다음 날 주가는 장중 483달러까지 올랐다. 금융분석업체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을 비롯한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톱 공매도로 본 손실 규모는 50억달러(약 5조5845억원)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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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는 손실을 줄이려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 공매도 계약을 끝내야 한다. ‘공매도 쥐어짜기(쇼트 스퀴즈)’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후 미국 개미투자자 이용률 1위 주식앱 로빈후드가 게임스톱의 매수를 제한하며 주가는 폭락했다. 이에 손해를 입은 일부 투자자는 로빈후드의 자의적 거래 제한 조치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집단소송을 걸기도 했다.

한편 게임스톱 대란을 겪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공매도 투명성 제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SEC가 2010년 제정된 도드 프랭크 법의 공매도 관련 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법은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금융개혁법이다.

현재 SEC는 게임스톱 사태를 분석, 이번 소동에서 공매도의 역할을 검토해 정책 변화를 권고할 방침이다. 주가가 폭등했다가 붕괴한 요인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구상이다.

▶개인투자자 차등적 공매도 허용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요구 빗발


금융위 역시 오는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 전 시장에서 지적해온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먼저 공매도 기회에 대한 기관과 개인 간 불공정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개인투자자에 공매도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단 개인의 공매도를 폭넓게 허용할 경우 오히려 개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개인의 경험과 능력에 맞는 차등적인 공매도 허용을 적용하기로 했다.

공매도에 처음 투자하는 모든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매도 거래의 특수성과 위험성에 대한 사전교육 및 차입-매도-매수-상환의 실제 투자절차를 반영한 모의투자를 의무화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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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공매도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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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반투자자의 경우 투자손실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어느 정도 투자경험이 쌓일 때까지 투자한도를 두기로 했다. 초기 투자한도는 2019년 개인 공매도 참여자의 평균 차입잔액이 2300만원임을 감안해 3000만원으로 설정했다. 최근 2년 내 공매도 횟수 5회 이상이고 누적차입규모 5000만원 이상일 경우 7000만원까지 허용된다. 공매도 투자경험이 2년 이상이거나, 개인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차입한도를 두지 않을 예정이다. 이외에 개인들도 안정적으로 주식을 차입할 수 있도록 증권금융이 결제위험을 부담하는 ‘개인대주’ 제도도 확대 개편한다.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개인 주식대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용공여 한도규제 등도 불편함 없이 개선한다. 현재 신용융자와 개인대주를 포함한 신용공여 규모는 증권사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돼 있다. 신용공여 한도가 대주서비스 제공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법 개정을 통해 4월 6일부터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사처벌 부과가 가능해졌고, 불법공매도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정보를 전산시스템을 통해 5년간 보관토록 의무화했다. 또 무차입공매도 적발주기 단축, 적발기법 고도화 등을 통해 불법공매도 사후 적발·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현재 증권사, 대차중개기관 등 관련 기관들은 4월 6일 법시행과 5월 3일 공매도 부분재개 일정에 맞게 차질 없이 시스템 구축 작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고, 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도 전면적으로 확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불법공매도 점검을 위한 전담조직이 출범하고, 무차입공매도에 대한 적발주기도 현재 6개월에서 1개월 이내로 단축된다. 당일 선매도·후매수 등 다양한 방식의 불법공매도에 대응해 적출 기법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장조성자의 과도한 공매도 우려에 대해서는 오는 3월 16일부터 시장조성자 제도를 전면 개편해 미니코스피200 시장조성자의 주식시장 공매도를 금지하는 등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를 현재의 절반 이하로 축소하고,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에 대해 업틱룰을 전면 적용키로 했다.

은 위원장은 “개인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에 큰 제약이 되지 않도록 추후 개인공매도 확대 및 관련 리스크 추이 등을 봐가며 차입한도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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