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계속해서 불거지고 있습니다. 캐면 캘수록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개발 정보를 이용해 신도시 발표를 앞두고 땅 투기에 나선 것은 물론이고, 막대한 보상금을 받기 위해서 정부 보상 기준에도 없는 희귀 품종의 묘목들을 심었습니다. JTBC 취재 결과 나무 이름은 '에메랄드그린'. LH 보상 담당 직원이 감정 평가사와 입을 맞추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옮겨심기만 해도 9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보상비를 많이 챙기려고 전문 투기꾼들이 쓰는 수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고, 그럼 이런 일들을 앞으로 어떻게 뿌리 뽑을 수 있을지, 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조사에는 여전히 사각지대가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안태훈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경기도 광명·시흥 신도시입니다.
LH 직원들의 땅에 2천 개 넘는 어린나무들이 빼곡합니다.
이상하게도 이들 묘목은 한겨울에 심어졌습니다.
[LH 직원 농지 관리인 : 1월 말쯤 했을 거예요. (작업) 다 하니까 (신도시) 발표가 나더라고요.]
묘목을 심은 지 한 달 뒤 정부는 광명·시흥을 3기 신도시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 나무를 심는 건 보상을 노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A씨/조경전문업체 : 1월에 식재할 경우 나무가 동해도 받을 수 있고 지반이 얼어 있어 식재하는 품도 많이 들어갑니다. 해동이 된 다음에 3~4월 식재가 제일 적기라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에메랄드그린'을 심은 건 고수 중의 고수라는 평이 나옵니다.
[B씨/조경전문업체 : 조달청에 (단가) 등록이 안 돼 있어요. 등록이 안 돼 있으니 (보상가격) 기준점이 없는 거죠. 감정평가하기 나름이겠죠.]
보상비를 정할 때는 LH와 지자체, 주민 측이 감정평가사를 고용합니다.
보상 담당 LH 직원이라면 감정평가사들과 잘 알고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한 묘목 전문 시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에메랄드그린 묘목입니다.
시중에서 2천 개 정도 산다고 했을 때 1주당 가격은 2천 원입니다.
그런데 2~3년이 지나면 보시는 것처럼 1미터 이상 자라고요.
4~5년 뒤면 2미터가 넘습니다.
생장 속도가 빨라 보상비도 많이 받을 수 있는 겁니다.
운반비와 작업비 등을 모두 더해도 어린나무 1주당 심는 비용은 만 원이 채 안 됩니다.
보상비 책정이 이뤄질 시점엔 가격이 크게 뜁니다.
[B씨/조경전문업체 : (한 그루당) 굴취(나무 뽑기)가 한 4만원 돈 나와요. 식재(나무 심기)가 한 4만5천원이고요. 발표하고 최하 3~5년 차 돼야 보상이 들어가거든요.]
LH 직원들에겐 만 원짜리가 9만5천 원으로, 900% 넘는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마법의 나무'였던 셈입니다.
(VJ : 안재신)
안태훈 기자 , 주수영, 장후원,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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