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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술주 팔아야 하나…모건스탠리 "더 떨어진다" vs JP모건 "연준 무시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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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사태를 전후해 국내외 증시 'V자 반등'을 이끈 대형 기술주 주가가 비틀대고 있다. 뉴욕증시의 '전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과 '자동차 업계 시총1위' 테슬라, '반도체 강자' 엔비디아·TSMC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코스피지수를 떠받쳐온 기술 대장주가 줄줄이 올해 상승분을 반납하고 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의 미래에 투자해온 개인 투자자들도 불안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고평가 기술주 주가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동시에 오히려 지금이 기술주 대량 매수 기회라는 상반된 진단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위주'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2.41% 떨어진 1만2609.16에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달 12일 고점(1만4095.47) 대비 10% 이상 시세가 떨어졌다는 점을 들어 나스닥 지수가 조정국면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나스닥 부진은 8일 하루에만 각각 4.17%, 5.84% 떨어진 애플과 테슬라 주가 충격 여파다.

같은 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5.41% 떨어져 2762.75에 마감했다. 지수가 담고 있는 주요 반도체 기업 주식 매도세가 집중된 탓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가 6.97% 하락해 1주당 463.73 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램리서치(-8.23%)와 자일링스(-6.55%), 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시스(-5.81%), 대만 TSMC(-5.69%) 가 줄줄이 급락했다.

최근 기술주 급락에 대해 모건 스탠리의 마크 윌슨 미국주식전략가는 추가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연준이 아닌 시장이 이끄는 장세·경기순환주로 자금이동·나스닥 약세 심화에 따른 매도 압력'이다. 그는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이 가짜 인플레 기대에 따른 것이든 아니든 금리가 급등한 상황이 연준으로 하려금 지난 달 대차대조표를 1800억 달러로 확대하도록 이끌었다"면서 "당분간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는 과정에서 가치주 혹은 경기순환 부문으로 자금이 이동할 텐데 특히 '나스닥100지수'가 20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 전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스닥 100은 나스닥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중 100개 우량기업 주가로 구성된 지수다.

특히 로스캐피털의 크레이그 어윈 연구원은 "현재 테슬라 주가는 200달러여도 과장된 것"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 투자자들보다 매도를 망설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테슬라 주가 조정 기간은 다른 기술주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월가 유명 헤지펀드 투자자인 데이비드 태퍼 애팔루사매니지먼트 창업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주식시장이 더한 약세장으로 가기는 어렵다"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 사태를 야기한 국채 매도세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채 가격과 국채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 매도세가 집중된 탓에 가격이 떨어지면 국채 금리가 오르는 식이다.

에버코어ISI의 데니스 드부셰르 거시경제 연구원은 8일 메모를 통해 "지난 주 기술주가 50일 이동평균선 밑으로 떨어졌고 특히 나스닥 지수 포함 종목 18.6%가 과매도 상태"라면서 "다만 10년물 국채금리가 2%선이 되더라도 실질 금리는 마이너스러는 점에서 고성장·고수익 기술기업 투자가 괜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JP모건자산운용의 앰브로스 크로프턴 글로벌시장 전략가는 "최근 주식시장이 미국 국채 금리 급등 탓에 체한 상채"라고 진단하면서 "시장이 무질서해지면 우호적인 금융 환경과 완전 고용을 위해 연준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한 파월 의장의 지난 주 발언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언급했다. 연준이 시장 상황에 끌려간다는 모건스탠리 진단과 반대된다.

한편 웨드부시의 대니얼 아이브스 연구원은 "지금은 당황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전기차 시장이 날로 확장되면서 올해 연말까지 테슬라 시가총액이 1조 달러(8일 현재주가는 563달러·시총 5403억9700만달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이 테슬라 주식을 대량 매수할 기회"라고 언급했다.

한국증시와 관련해 유안타증권의 정인지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급락 사태가 연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정 연구원은 "그간 IT(정보기술)와 2차전지·반도체 등이 코스피지수를 견인했고 실물과 증시의 괴리가 과도한 측면은 있지만 GDP가 증시와 관련 없는 부분도 많다"면서 "오히려 코로나19 사태가 기술·성장주들의 진보를 촉진시킨 측면도 적지 않으며 국내총생산(GDP)등 통계는 과거 지표인데 미래 산업인 IT 기업들 성장이 반드시 이와 함께 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기술주 급락·미국 국채금리 급등을 부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8일 MSNBC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라고 선을 그었다. 옐런 장관은 "지금 경제는 'K자형 회복'이 진행 중일 뿐이며 내년에 완전고용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조 바이든 정부의 1조9000억 달러 부양책이 결코 과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K자형 회복이란 고학력·고소득 노동자들이 경제 침체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반면 저학력·저소득 노동자는 오히려 더 가난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부르는 말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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