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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K팝, 안무영상마저 뜬다…팬덤 놀이문화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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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5억9600만뷰…안무영상도 억대뷰

“숨소리, 발소리 등 날 것의 재미”

연습실 배경에서 영상미, 연출기법 가미

“글로벌 홍보 도구”이자 “팬서비스 차원” 제작

보는 재미 넘어 커버댄스로…팬덤 놀이문화로 확장

헤럴드경제

‘블랙핑크’의 인기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안무영상은 뮤직비디오처럼 막대한 제작비와 감각적 연출 기법이 동원된 것이 아닌데도 현재 조회수 5억 9600만회를 기록 중이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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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의상은 블랙, 배경은 핑크’. 그룹의 이름을 영상으로 고스란히 표현한 ‘블랙핑크’의 인기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안무영상. 뮤직비디오처럼 막대한 제작비와 감각적 연출 기법이 동원된 것이 아닌데도 조회수는 5억 9600만회를 기록 중이다. 블랙핑크는 K팝 안무영상 콘텐츠의 절대 강자다.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는 3억 4800만회, ‘아이스크림’ 3D 아바타 버전은 1억회. 대부분의 안무영상도 억대뷰로, 뮤직비디오로도 달성하기 힘든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K팝 안무영상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부상 중이다. 블랙핑크를 필두로 모든 K팝 그룹들이 뮤직비디오와 함께 안무영상을 선보이며 K팝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영상 차원의 보는 재미를 넘어 글로벌 홍보 수단이자, 팬덤의 놀이문화로까지 확장되는 요즘이다.

안무영상은 각양각색이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기획사의 연습실 배경이다.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은 잠시 내려놓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오로지 안무에만 집중한다. 여기에 영상미나 연출기법을 가미한 경우도 많다. 블랙핑크의 ‘하우 유 라이크 댓’만 해도 배경의 변화를 줬다. 촬영 방식도 고정된 버전, 무빙 버전 등 다양하게 시도한다. 기존 안무영상 외에도 특별한 콘셉트의 안무영상을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의 기본 안무영상과 함께 댄스 브레이크 버전 영상을, 에스파는 테크웨어 차림의 안무영상을 선보였다.

‘안무영상’은 애초 팬들과 공유하는 콘텐츠는 아니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에는 음악방송 제출용이나 내부 모니터링의 용도로 검토하고 컨펌받기 위해 사용했던 안무영상이 2007~2008년 무렵 각인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무렵 UCC가 등장하고, K팝 그룹의 안무영상이 유출되며 팬들에게 인식”된 것이다.

2007년 연습실을 배경으로 ‘U’의 안무를 선보이는 슈퍼주니어의 영상 유출 사례가 ‘안무영상’의 시초 격이다. 이후 SM 소속 소녀시대 엑소를 비롯해 JYP 소속 가수들의 안무영상이 줄줄이 유출됐다. 흥미로운 점은 K팝 팬들은 유출된 영상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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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영상은 K팝 그룹의 숨소리, 발소리까지 담아내며 화려한 무대에선 볼 수 없던 날 것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안무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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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평론가는 “화장기 없고, 편안한 의상에 운동화를 신고 춤을 추는 그룹의 모습에서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됐다”라며 “춤 출 때 들리는 발자국 소리,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에이티즈가 소속된 KQ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역시 “멤버들의 땀방울, 숨소리, 심지어 운동화가 바닥에 쓸리는 삑삑 대는 소리까지 들려 날 것의 생동감이 담겨 그동안 보지 못한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방송이나 뮤직비디오에선 해당 파트에 등장하는 멤버 위주로 앵글이 잡히는 반면, 안무영상은 고정 카메라로 풀샷을 잡으니 몇 번씩 돌려보면서 멤버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다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기획사들은 이 점을 ‘셀링 포인트’ 삼아 글로벌 ‘홍보의 도구’나 ‘팬서비스 차원’에서 안무영상을 제작하게 됐다.

안무영상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도록 일조한 최초의 그룹은 엑소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SM에서 안무영상을 본격적으로 만들어 보여주기 시작했는데, 특히 엑소의 원테이크 영상을 만들어 선보인 것을 현재의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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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상남자’ 안무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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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음악 장르와 달리 K팝의 안무영상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것은 K팝을 규정하는 요소에서 퍼포먼스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 평론가는 “해외의 댄스음악 장르는 안무를 하는 수준에 머물지만, 한국의 댄스 음악은 단순히 안무 수준을 벗어나 댄서가 노래를 하는 정도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K팝 장르의 댄스 DNA는 현진영,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등 90년대 댄스음악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후 1세대 아이돌 H.O.T 멤버인 문희준 장우혁 등 “프로댄서 수준으로 춤을 잘 추는 K팝 그룹”이 등장해 보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가 K팝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규정됐다. 이를 무대 위의 다듬어진 모습이 아닌 ‘날 것’ 그대로의 연습과정을 통해 보여주자 “아이돌의 성장 서사까지 엿볼 수 있는 콘텐츠”(박희아 평론가)로 자리 잡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초창기부터 이어진 연습실 안무 영상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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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안무영상의 진화는 커버댄스로 이어지며 한류 확장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하고 있다. K팝 팬들은 단지 영상을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한다. 에이티즈의 남미 지역 팬들은 ‘에스파냐 갓탤런트’에까지 출연해 그룹의 커버댄스를 선보였다. [에스파냐 갓 탤런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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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영상의 진화는 ‘한류의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지 영상을 보는 데에 그치지 않고, K팝 팬들로 하여금 그들이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게 한다. K팝 그룹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커버댄스’가 대표적이다.

‘커버댄스’는 전 세계 K팝 동호회를 통해 대표적인 K팝의 소비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2009~2010년 무렵 유튜브가 확장되고, 아이돌 시장이 2세대에서 2.5세대로 넘어갈 때 “플래시몹, 커버댄스도 함께 유행”(정민재 평론가)하게 됐다. 그러면서 과거엔 “댄스 학원에서 올리던 K팝 그룹의 안무”(박희아 평론가)를 기획사에서 직접 연습 영상으로 올리며 호응이 커졌다. “음악방송에선 특수효과나 카메라 워크 등으로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안무영상을 통해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무영상의 거울모드까지 등장해 보다 완벽한 ‘커버댄스’로 이어졌다.

해외팬들의 커버댄스는 안무만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룹의 의상과 콘셉트까지 연출하며, 각자의 개성과 취향, 생활방식까지 반영한다. 심지어 커버댄스로 또 다른 도전을 꿈 꾸기도 한다. 그룹 에이티즈의 남미 지역 팬들은 ‘에스파냐 갓탤런트’에 출연, 에이티즈의 의상과 함께 커버댄스를 선보였다. 지난달 유튜브에도 공개된 이 영상은 무려 42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연출까지 곁들여진 안무영상을 통해 K팝 팬들이 소비할 콘텐츠가 하나 더 생기게 됐다”며 “이는 전문적인 커버댄스 등 팬덤의 놀이문화로 이어지며 확장성을 갖춘 한류 콘텐츠로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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