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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인도·호주 등 '쿼드(Quad)' 4개국 정상이 12일(현지시간) 영상 정상회의를 열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의 막을 올렸다. 2017년 설립된 쿼드는 인도·태평양 지역 4개국 간 비상설 안보협의체로 이번이 첫 번째 정상회의다.
이들 4개국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5세대(5G) 기술표준을 확립하기 위한 워킹그룹(실무협의체)을 구성하고 희토류 조달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공동기금을 조성해 인도산 백신 생산량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표면적으로는 쿼드가 중국을 포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제어하기 위한 구체적 작업에 착수하는 셈이다.
미국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회의 전날인 11일 사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분명히 강조하기 위해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며 "21세기에 정의하게 될 (새로운) 지역구조의 시작점에서 우리가 공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 정상회의에 앞서 실무선에서 이미 주요 협력의제에 대한 합의를 마쳤다.
가장 눈에 띄는 합의는 4개국이 미래 기술 분야 표준과 규범을 만들기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하는 것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4개국 모두 사이버보안 문제와 21세기에 매우 중요한 5G, 기타 기술의 표준을 확립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5G 네트워크 기술을 필두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 분야가 총망라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표준 워킹그룹에는 4개국 정보기술(IT) 기업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화웨이를 글로벌 5G 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들로 구성된 '클린 네트워크'를 출범시키는 등 반(反)화웨이 연대 구축에 공을 들였다. 한국을 향해서도 화웨이 제품 사용 중단과 클린 네트워크 가입을 압박했다.
또 바이든 정부는 쿼드 정상회의를 앞두고 화웨이 5G 장비에 이용될 수 있는 반도체, 안테나, 배터리 등의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규제를 발동했다. 기존 계약에 대한 예외를 인정받아 화웨이에 일부 제품을 수출해왔던 업체들도 발이 묶이게 됐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쿼드 4개국은 중국이 압도적 점유율을 갖고 있는 희토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공동 조달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주요 광물 등 4개 품목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강화 전략을 마련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는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이 전략의 '1탄'이 희토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정상회의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의 분산 필요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한 협력방안으로는 생산·정제 과정에서의 협조, 기술 개발 자금의 상호 지원 등이 논의됐다.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는 전기차 모터, 전지, 풍력발전기 모터, 전투기, 미사일 등 주요 제품과 '탈(脫)탄소' 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소재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이 58%에 이른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상대국과의 분쟁에서 언제든 무기로 사용할 수 있고, 2011년에는 일본에 대해 이런 조치를 취한 적도 있다. 당시 일본에서 희토류 가격은 9배 뛰었고 이후 일본은 대체 공급처를 찾으며 중국 의존도를 90%에서 60% 수준으로 겨우 낮췄다. 미국도 자국산 광석을 중국에 수출한 후 정제된 것으로 수입하는 방식이 많아 중국 수입 의존도가 80%에 달한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희토류 생산량에서 중국의 비중은 58%였다.
또 쿼드 4개국은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외교에 대항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 백신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4개국은 기금을 조성해 인도에서 존슨앤드존슨(J&J) 백신을 생산키로 했다. 인도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라이선스 생산하고 있다. 미국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4개국 코로나19 전문가로 구성된 고위 협의체도 구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한편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4월 미국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고위 당국자도 스가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첫 대면 정상회담 상대라는 점을 확인했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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