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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명진 스님 "스무살 학생까지 상처 준 MB국정원 불법 사찰…지금도 눈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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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국정원의 불법 사찰 문건 받아 든 명진 스님
"톨게이트·카드 내역까지 들춰봐…죽음 생각도"
"지인들은 직장 잃고 측근들은 세무조사 받기도"
"MB도 안다는데 실세 박형준 수석이 모른다?"
한국일보

이명박(MB) 정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이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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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명진 스님은 "50년 동안 살아온 승려의 삶을 부정당했다"고 말했다. MB 정부가 자신에게 한 행위는 단순한 '사찰'이 아닌 '공작'이며, 인격 말살 수준의 민간인에 대한 국가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최근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MB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했다고 폭로하고, 국정원이 법원 판결 등을 근거로 관련 문건을 공개하면서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명진 스님은 종교계 인사 중 대표적 사찰 피해자로 꼽힌다.

3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명진 스님은 예상과 달리 10년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당한 고초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명진 스님은 2010년 11월 오랫동안 몸 담았던 봉은사에서 쫓겨났고, 2017년 5월 승적을 박탈당하며 강제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며 "제가 뭐 쌓은 부가 있습니까, 가족이 있습니까. 저보다 진실을 숨겨야 하는 사람들이 머리가 아프겠죠"라며 미소까지 보였다.

이런 명진 스님이지만 유독 한 대목에선 눈시울을 붉혔다. 목소리도 떨렸다. 분노보다 슬픔이 가득했다. 영문도 모른 채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야 했던 쓴 기억에 몇 번이나 목이 잠겼다.

명진 스님은 2011년 어느 날 미국에서 갓 스무 살을 넘긴 신도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스님에 대한 추문을 들었다. 이제는 스님을 뵙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명진 스님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은 고등학생 때까지 부모와 함께 봉은사를 드나들며 반갑게 합장을 했던 어린 신도였다.


한국일보

2014년 9월 11일 대선·정치개입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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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그때는 그 신도가 왜 그랬는지 몰랐다. 미국에서도 종종 안부 전화를 했던 친구였는데 냉정하게 돌아선 모습이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나중에 시간이 지난 뒤 말도 안 되는 소문이 도는 걸 들었다. 그제서야 그 친구가 왜 나에게 등을 돌렸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당시 봉은사 신도들에게 '명진이 숨겨 둔 여자와 두 명의 자식이 있고, 초호화 럭셔리카를 타며 사치를 부린다'는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한다.

자신을 잘 따랐던 어린 학생에게 상처를 줬다는 미안함, 오래 쌓아 온 인연이 한순간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끊어질 수 있다는 허탈함과 비통함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승적 박탈을 당할 때와 봉은사를 떠나야 했을 때, 국정원이 자신의 카드 사용 내역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땐 "황당한 일"이라며 쓴웃음으로 넘긴 명진 스님이었지만, 유학생과 사이의 일화를 전할 때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듯했다.

"크게 실망한 학생 생각하면 MB 정부 사람들 용서 못 해"

한국일보

이명박(MB) 정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이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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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이번에 공개된 MB국정원 사찰 문건에 대해 "내 나이가 70이다. 19세에 출가해 50년 동안 불교에 몸을 담았다. 50년 세월을 저격당한 것"이라며 그동안의 심경을 밝혔다. 명진스님이 국정원의 불법 사찰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지 어느덧 1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국정원 사찰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가장 외롭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

"봉은사 주지를 할 때 나를 잘 따랐던 신도 중 고등학생이 있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 공부하고 있다면서 존경한다고 자주 인사를 했다. 그 학생에게 인연을 끊자는 연락을 받고 눈물이 나더라. 얼마나 실망이 컸을까. MB 정부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는 이유다.

국정원에서 만든 유언비어가 신도들한테 영향을 줬다. 어느 날부터 합장하는 신도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몰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벤틀리를 타고 다니고 여자와 아이 둘이 있다. 그 여자는 식당을 한다'는 등 내용이 아주 구체적이었다. 이런 헛소문을 퍼뜨려 나에 대한 신도들의 신뢰를 떨어뜨렸다."

-사찰을 겪으면서 종교 지도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

"하루는 한 경찰관이 저한테 '스님이 자기 관할 지역에 넘어오시면 언제 넘어왔는지 알게 된다'고 말해 줬다. 고속도로를 통과하면 하이패스가 찍히는데, 그 정보가 수사기관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언제 어디에서 얼마를 썼는지, 카드 사용 내역까지 다 넘어간다고 들었다.

국가 기관에서 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본다는 데 소름 끼쳤다. 심부름 센터도 아니고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이런 짓을 벌인다는 게 부끄럽고 창피했다. 어떻게 MB 정권은 이렇게 추잡할 수 있나. 내가 소심한 사람이었다면 죽음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봉은사 출입자 미행감시에 측근 포섭까지, 숱한 배신당해"

한국일보

명진 스님 측이 공개한 국가정보원 사찰 문건 내용. 명진 스님 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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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도 사찰을 당했다고 했다. 공무원 중에는 스님과 가깝게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사찰을 당한 건 물론 자리에서 물러난 이들도 있다고 했다. 박종환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경찰교육원(경찰종합학교, 현 경찰인재개발원) 교장 당시 사찰을 당했고, 평생을 몸담은 경찰을 나오게 됐다고 명진 스님은 주장했다.

-사찰 문건에 '측근 미감(미행감시)'이라고 나온다. 주변인까지 사찰당한 것인가.

"봉은사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출입자를 미감(미행감시)했다고 한다. 내가 수행에 들어가면 일정 기간 문 밖을 나가지 않을 때가 있는데, 국정원은 그때도 출입자들을 철저하게 감시했다."

-주변인 중 사찰로 피해를 본 사람도 있나.

"봉은사를 자주 찾던 공무원은 그 일로 옷을 벗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박종환 총재도 피해자다. 경찰종합학교장 때 나와 자주 대화를 나눴다. 그 일로 경찰을 나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옆에서 일을 도왔던 친구들은 세무조사를 당했고, 나중에 한 중견 언론인은 자기도 국정원한테 시달림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문건에는 '측근 포섭'도 나온다. 명진 스님 측근 중 국정원과 손을 잡은 사람이 있었나.

"하루는 저를 잘 따르던 보살(여신도)이 나한테 울면서 '숨겨둔 여자와 자식이 있다니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고 하더라. 어디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냐고 묻자, 내 옆방을 쓰며 나를 보좌하는 스님한테 들었다고 하더라.

내가 바로 삼자대면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스님이 자신은 그런 얘길 한 적이 없다고 펄쩍 뛰더라. 나중에 알았는데 국정원이 그 스님을 포섭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었다.

2010년 11월 봉은사를 나와야 했을 때 그 스님이 나에게 '스님이 봉은사를 위해 떠나달라'며 등을 돌렸다. 그때가 제일 가슴이 아팠다. 이 스님과 나의 인연은 오래됐다. 내가 이분에게 봉은사 살림을 믿고 맡겼을 정도다.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다. 지금에서야 말할 수 있는 배신의 추억이다."

'스노보드 타는 스님' '불교계 박태환'이 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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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이 지난해 3월 MBC 예능프로그램 '배철수 잼'을 통해 공개한 스노보드 타는 모습. MBC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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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스노보드 타는 스님'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일흔이란 나이에 20대 못지않은 보드 실력을 뽐낸다. 유튜브는 물론 방송을 통해 보드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명진 스님이 보드를 타게 된 건 사찰로 2010년 11월 봉은사를 떠나면서부터다. 사찰의 고통을 잊기 위해 무언가 집중하며 머리를 식힐 일이 필요했다. 명진 스님은 "스노보드는 나 나름대로 수행한 하나의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보드를 잘 타는 스님으로 유명하다.

"겨울에는 스노보드, 여름에는 수영, 봄·가을에는 등산을 자주 한다. 봉은사를 떠난 뒤 10년 동안 꾸준히 해 온 취미 활동이자, 불법 사찰 피해로 쌓인 울분을 해소하는 시간이 됐다.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온 정신을 보드에 집중하게 된다. 속도가 워낙 빠르니 복잡한 생각도 잊게 된다."

-보드는 어떻게 배우셨나.

"스키장을 자주 찾으니 보드를 타러 온 20대들과 이야기하는 기회가 많았다. 그들한테 자연스럽게 보드를 배웠다. 내가 70대지만 보드를 배울 때만큼은 20대 청년들이 나에게는 선생님이다. 스키장에서 만나는 청년들은 내가 얼굴이 알려진 스님이라는 건 알지만, 어떤 일을 했고 불법 사찰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는 잘 모른다. 그들에게 나는 '보드 잘 타는 스님'이다."

한국일보

2017년 불의한 정권과 야합해 온 불교계의 반성과 조계종 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명진 스님(오른쪽)의 무기한 단식 농성장을 찾은 고 백기완 통일문제연구 소장. 통일문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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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도 수준급 실력이라고 알려져 있다.

"여름이 되면 동해안 해수욕장을 자주 찾아 수영한다. '불교계의 박태환'이란 별명도 있다.

고(故) 백기완 선생님이 살아계셨을 땐 백 선생님을 모시고 등산과 해수욕장을 갔다. 지난해 여름에도 백 선생님이 바깥 바람을 쐬고 싶다고 하셔서 모시고 갔다. 백 선생님은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시더니 '불교계의 박태환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네'라며 한바탕 웃으셨다."

"국정원 사찰 연루된 박형준, 억울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

한국일보

5일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부산시장 후보로 선출된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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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진 스님은 자신이 겪었던 불법 사찰과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로 뛰고 있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홍보기획비서관의 관련성을 언급했다.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반박하는 박 전 수석을 향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자신에 대한 사찰이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도 개입된 일이었고, 당시 명진 스님 퇴출에 공을 들인 자승 전 총무원장과 박 전 수석이 가깝게 지냈기에 모를 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명진 스님은 박 전 수석이 과거 사찰에 연루돼 있다고 강조하며 "내 말에 문제가 있다면 나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 전 수석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국정원이 그 문건에 대해 (나에게) 대면 보고를 한 적이 없다. 불법적인 내용을 인지했거나 불법 사찰이라고 생각되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오히려 "국정원의 일반적인 정보 보고를 사찰이라고 규정하는 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찰 배후로 박 전 수석을 지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9년 10월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가 있었다. 이때 정무수석실에 보고된 (국정원) 문건에는 '불교계 좌파가 조계종 총무원장이 되면 안 된다'고 나온다. 이 문건이 보고된 뒤 자승이 총무원장이 됐다.

다음 달 박 전 수석이 취임 축하 난을 들고 자승을 찾아간다. 보통 총무원장 취임 축하 인사는 청와대 불자회(불교신자회) 회장이 가는 게 관례다. 당시 불자회 회장은 박재완 국정기획수석이었다. 불자회장이 아닌 수석이 청와대를 대표해 축하 인사를 간 건 이례적이다."

-박 전 수석은 선거를 앞둔 공작이자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한다.

"당시 '좌파 주지 가만두면 되겠느냐'며 나를 퇴출하려고 했던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를 증언하려고 했던 김영국 거사에게 압력을 행사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 모두 처음에는 잡아뗐다.

이 수석이 김영국 거사에게 증언하지 말라고 회유·압박하면서 'VIP(이명박 전 대통령)가 모든 사실을 알고 계신다'고 말했다. VIP가 아는데 정무수석이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정말 몰랐다면 허수아비거나 영향력이 거의 없는 정무수석 아닌가. 이건 대통령을 보좌하지 않았단 얘기다. 박 전 수석 스스로 자리만 차지한 채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월급을 받아 간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꼴이다.

당시 김재경·조해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와 청와대 인사들 모두 나에게 '정부 좀 그만 비판하라'고 설득했다. 박 전 수석이 이런데도 내 주장이 문제라고 한다면 나를 고소하면 된다."

"보궐선거에 이용돼 불쾌하다…민주당, 진상규명 나서야"

한국일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국정원감시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국정원 불법사찰 정보공개 및 진상규명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노웅래(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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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박 전 수석 연루 의혹으로 이번 사찰에 대한 관심이 커진 걸 인정하면서도 정치권이 4월 보궐선거와 연관 짓는 데 대해선 "불쾌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국가의 일반인 폭력 사태인 사찰 자체보다 선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찰 문건은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박 전 수석 때문에 화제가 됐다.

"10년간 얘길 해도 귀담아듣지 않다가 박 전 수석 일로 회자가 되는 게 불쾌하다. 민주당에도 이런 부분에 대해선 항의하고 싶다. 민주당은 이 일을 선거로 연결 짓고 넘어가선 안 된다. 사찰 방지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이번 일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박 전 수석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자신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하지 않겠나.

"결과를 예측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국가가 일반인을 상대로 한 폭력 행위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선 안 된다. 이 문제는 보궐선거와 상관없이 끝까지 싸울 생각이다."

"5·18 빚이 있다…종교인, 부당한 권력에 맞서야"

한국일보

이명박(MB) 정권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불법 사찰을 당한 봉은사 전 주지인 명진 스님이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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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 스님은 숱한 모욕을 당하면서도 세상 일에 대해 목소리를 계속 내는 이유를 묻자 "종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국가 폭력에 대해선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삶이 파괴됐다고 표현했는데도 정부 비판을 계속한 이유는 무엇인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빚이 있다. 당시 국가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보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종교와 종교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 좋은 일을 많이 한 사람에게 천당에 가라고 빌어주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나. 누군가 탄압과 위협을 받을 때 잘못된 폭력 행위를 막고 일깨워주는 게 종교의 역할이다.

도를 닦고 염불이나 하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한테 교황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교황도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지만, 늘 세상에 울림을 준다. 스님들도 중요한 위치에 있다면 부당한 권력을 비판해야 한다."

-이번 국정원 사찰 문건 공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분단으로 촉발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 반공 이데올로기 속에서 국가 안보에 피해를 준다면 개인을 향해 아무리 위협을 하고 피해를 줘도 된다는 논리가 먹혔다.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면 이런 일은 더는 용서되지 않을 것이다. 국정원이 안보를 이유로 일부 문건(MB 정부 시절 불법 사찰 관련)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 안 된다. 국가 폭력에 대해선 깨끗하게 공개해야 한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장윤서 인턴기자 chang_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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