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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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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판으로 때려, 별명 현산군" 농구스타 예능인 학폭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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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교 후배 K씨, 커뮤니티에 학폭 주장

원산폭격 등 괴롭힘에 단체 도망

K씨 전화인터뷰 "TV서 보고 싶지 않아"

A씨 "귤 껍질 억지로 먹였다" 주장

H씨 연락 안닿아, 당시 얼차려 문화 주장도

중앙일보

농구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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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프로농구 스타 출신’ 예능인 H씨의 학창 시절 학교폭력(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당대 최고의 농구 선수 H의 진실’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K씨는 ‘H씨와 같은 학교에서 운동했던 2년 후배다. H씨 어머니가 국대 출신 농구 선수였고, 아버지는 사업을 했고, 그는 운동을 아주 특출 나게 잘했다. 위 아래도 없는 독보적인 존재이자 독재자였다’며 피해 사례 11가지를 게재했다.

H씨는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스타로 프로농구 선수와 감독을 지냈다. 현재는 코트를 떠나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이다. K씨는 H씨의 학교 2년 후배라며, 본인이 1992년 추계전국남녀 중고 농구연맹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상장 사진도 함께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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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씨에게 학폭을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K씨가 올린 중학생 당시 상장 사진. [사진 보배드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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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아파서 병원에 가려면 H씨 허락을 받아야 했고 ▶ 운동장에서 원산폭격(뒷짐을 진채 몸을 굽혀 머리를 땅에 박는 동작)을 10~30분 시키고 버티지 못하면 주먹이나 발로 때렸고 ▶ H씨 농구화에 발자국을 새긴 사람이 나오지 않자 단체로 혼냈고 ▶ 후배들이 잘못하면 장기판 모서리로 때렸으며 ▶ 본인 도시락 반찬 소시지에 방귀를 뀌어서 후배들에게 강제로 먹으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 K씨는 ‘H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1, 2학년 후배 13명이 단체로 도망가기도 했다. 또 학생 신분으로 해서는 안되는 것을 했다는 이유로, 수십대 귀싸대기와 주먹 발로 구타 당하다 ‘맞아 죽겠다‘ 싶어 운동을 그만둔다고 하니 때리는 것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K씨는 ‘13명 직속 후배 중 연락이 닿은 7명, 대학 후배 한 선수 등 8명이 겪은 힘들고 아픈 일을 게재한거다. H씨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앞으로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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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H씨 학폭 폭로 글. [사진 보배드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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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난 1977년생으로, H씨의 중고등학교 2년 후배이며, 올린 글은 사실이다. H씨가 2~3년 전부터 TV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걸 보는 게 괴로웠다”며 “H씨가 부인한다면 다른 피해자들이 추가 증언해줄거라 생각한다. 내 실명도 공개할 의향이 있다. 솔직히 사과 받을 생각도,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냥 TV에 안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교 후배 A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H씨가 내게 귤 껍질을 억지로 먹였다. 운동하다가 맞는 건 그나마 이해하겠는데, 길 아스팔트에서 원산폭격을 시켰다. 누구도 대응을 할 수 없었다. 연산군에 빗댄 별명 ‘현산군’으로 불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난 40대인데도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그가 TV에 나온 걸 보면 괴롭다. 피해자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 이해하지 못하실 수도 있다. 사실 나중에라도 ‘그 때 형이 미안했다’고 한마디만 했다면 어땠을까. 보상 이런걸 원하는건 절대 아니다. 그저 지금이라도 상처 준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H씨의 중학교 후배의 친구라는 B씨도 전화 인터뷰에서 “내 친구는 H씨에게 장기판으로 맞아 머리가 찢어져 꿰맸다. H씨는 ‘학폭의 끝’이었다”고 주장했다.

H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농구계 관계자는 “당시 H씨가 다닌 중학교는 고등학교와 같은 휴게 공간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H씨가 고등학교 선배 앞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른 농구계 관계자는 “20~30년 전에는 얼차려가 비일비재했다. 당시 농구선수라면 많은 이들이 학폭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농구계 관계자는 “그 때는 얼차려가 당연시 되던 문화는 맞다. 다만 얼차려와 도를 넘는 괴롭힘은 구분해야 한다”고 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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