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재발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방지 대책 촉구
이준구 명예교수 "그간 '태산명동 서일필'…성과에 의문"
"차등 보상 통해 차단해야"
정부, 거래전 신고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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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정부가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의 부동산 투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회·정치적 분노에 휩쓸린 색출·처벌보다는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법적·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불법 투기가 자행된 만큼 대대적 제도 개혁을 통한 예방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달 말 투기방지 합동대책에 공무원의 재산 등록을 연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하는 방안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15일 학계에 따르면 진보 성향 학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라는 글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재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라면서 "부동산 투기로 큰돈을 벌 수 있는 구조 자체도 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미시경제학의 권위자이자 각종 사회적 문제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아온 이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근본적 해법을 찾지 않고 임기응변식 대응을 해온 나머지 오늘의 지경에 이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일벌백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제까지 비슷한 상황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하더니 뛰어나온 것은 쥐 한 마리뿐이었다·예고만 떠들썩하고 결과는 보잘것없음을 비유)’로 끝나곤 했다며 성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수사력을 동원한다 해도 차명으로 꽁꽁 숨어버린 투기꾼을 색출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역설했다.
정부가 신도시 택지 개발 과정에서 토지 보유 기간에 따른 차등적 보상을 통해 투기 수요를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 택지 개발 때마다 투기 의혹이 있던 만큼 토지 소유와 보유 기간 등에 따라 실농(實農) 여부 등을 구분하고 차등적으로 보상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농사 목적이 아니라면 대출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어 "LH 직원인지와 관계없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강제몰살이 답이 되긴 어렵다. 사더라도 차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도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부동산 거래 전 ‘신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각 부처 또는 공기업 내 감사관실을 통해 부동산 정책 이해관계자들의 거래 내역과 불법 요소를 낱낱이 살피겠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검토해 문제가 있다면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반기 또는 분기별로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고, 공직자 재산등록의무제 대상을 현재 4급 이상 공무원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자 5급 이하 공무원, LH 등 이해관계 공공기관 임직원 전체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LH에 대해서는 내부에 준법윤리감시단을 설치해 상시로 투기를 예방·관리하기로 했다.
세종 =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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