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반대 단체·인사들 사찰 공략법 분석
"박형준, 문건 요청해놓고 모르쇠… 고발할 것"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MB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폭로 기자회견에서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관계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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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한 민간인들을 불법 사찰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담긴 국가정보원 문건이 공개됐다. 공개를 주도한 단체들은 이들 문건 중 일부가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이던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요청으로 작성됐다며 박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4대강국민소송단 내놔라내파일시민행동 등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문건 8건을 공개했다. 총 107쪽 분량의 이들 문건은 지난달 2일 녹색연합 녹색교통운동 생태지평연구소 환경정의 환경운동연합 등 5개 단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국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것이다.
8개 문건은 2008~2010년 작성된 것으로, 각 문건의 제목은 △4대강 살리기 사업 반대활동 동향 및 고려사항 △4대강 살리기 반대세력 연대 움직임에 선제 대응 △주요 환경단체 관련 자료 △4대강 사업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 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인물 관리 방안 등이다. 단체들은 "국정원은 이외에도 관련 문건이 다수 있다고 확인했으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국가정보원법' 등에 따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문건 8건 중 6건은 청와대를 문건 작성을 요청하거나 문건을 받아본 기관으로 명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문건 2건은 작성 이유가 '청와대 요청'이라고 적었고, 5건은 청와대 조직(대통령실장, 정무·민정·국정기획·경제·교육문화 수석, 기획관리비서관, 홍보비서관)을 배포처로 표시했다.
MB 국정원, 민간인 불법사찰 정황 뚜렷
문건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국정원은 4대강 사업 반대자들을 △환경단체 △종교계 △학계 등으로 구분하고 각 단체 또는 개인별로 활동 현황, 취약성 등을 면밀히 조사했다.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이 이뤄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반대 단체들이 반발 여론을 결집하면 정국 주도권을 상실해 대응이 쉽지 않다"며 "촛불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반대 활동이 조직화되기 전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강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 이명박 정부 초반 국정 동력을 떨어뜨린 2008년 촛불시위(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의 재판이 될 수 있다며 국정원이 '정치적 판단'을 내놓은 셈이다.
국정원은 이어 반대세력별로 '맞춤형' 선제 대응책을 마련했다. 4대강 반대 논리를 찬성 논리로 무력화하거나 단체 구성원을 회유 또는 공격하자는 것이 골자다. 특히 국정원은 주요 인물로 지목한 20명에게 전담관을 붙이거나 친분 있는 인사를 이용해 반대 입장을 꺾자는 관리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뉴라이트 등 보수단체의 측면 지원을 받아 정부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담았다.
국정원은 종교계 및 학계 인사의 경우 4대강 반대 주장이 본분을 벗어난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그들의 사회적 위신에 흠집을 내 활동을 위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문건에는 "종교인들의 본분 이탈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하고, 비판 활동을 주도하는 종교인의 개인비리·약점 등을 활용(해야 한다)"이라고 쓰였다. 또 "교수 본분인 강의·논문 집필보다 정치 활동에 치중하는 행태를 폭로해 압박을 가한다" "교과부가 대학 복무규정 준수를 감사하고, 교원실태 등을 점검해 활동 견제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박형준 비롯한 MB 청와대 인사들 책임져야"
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강행하려 국가권력이 총동원돼 국민을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았다"며 "국정원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이 이명박 정부의 손발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당시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법적인 책임과 도덕적 책임을 따져 묻겠다"며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관으로 △4대강 사업 찬반 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 △4대강 사업 주요 반대 인물 관리 방안 등 문건 2건의 요청자로 적시된 박 후보에 대해선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단체 관계자는 "박 후보는 지난달부터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사찰에 관여한 적이 없고 지시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번 문건 공개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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