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단체 상세 정리…적군·아군 구분해 대응전략 제안
'국정원의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규탄' |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지난해 촛불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좌파단체 반대 활동이 지역·분야·계층을 넘나드는 조직화 단계 이전에 선제 대응·국책사업 추동력 확보."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등이 15일 공개한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정황 문건 8종에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한 시민사회·종교단체·학계·언론계 등의 약점을 파헤치고 대처방안까지 국정원의 전략적 대응이 담겨있다.
◇ 당근과 채찍 전략…찬반 단체·계층 공략 방법 제시
청와대 정무·민정·국정기획수석과 기획관리비서관을 수신처로 한 '4대강 살리기 반대세력 연대 움직임에 선제 대응' 등 문건에 따르면 국정원은 "단체별 취약점을 공략하는 등 맞춤식 대응으로 투쟁 전열·의지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환경단체의 경우 보조금 유용 조사·기업 후원금 차단 등으로 활동을 위축시키자고 했다. 한 교수의 모임과 관련해서는 '보수 언론을 통해 비난여론 조성'이 방법으로 제시됐고, 변호사를 세무조사로 압박하자는 내용도 있다.
종교계 사찰은 불교·가톨릭에 집중됐다. 특정 성직자가 신자들의 반응에 민감하다는 등 '약점'과 함께 친분 있는 인사를 통해 '순화'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개신교는 "교리상 환경·생명 문제에 덜 민감해 상대적으로 반대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천 인근 농민들을 사찰한 뒤에는 "경제력이 취약해 체벌보다 벌금형 등 경제적 불이익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벌금 부과는 물론 보상 시 불이익 방침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반면 찬성 단체들에는 "대외 과시욕이 강하고 반대급부에 민감하다"며 "자문위원 위촉과 정부 차원의 홍보활동비 지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원 4대강 사업반대 민간인 사찰 규탄' 기자회견 |
◇ 선관위·언론 등 동원 제안…사찰대상, 일목요연 정리
국정원은 독립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를 동원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종교계의 4대강 살리기 반대활동 실태 및 순화 방안' 문건 중 '견제 강화' 항목에서 선관위를 지목하며 "지방선거 시 4대강 반대 후보 지지 입장에 관한 선거법 위반사항 적발 및 의법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활동을 적대시하는 언급도 곳곳에 눈에 띈다. 사회단체 관계자 3명에 대해선 "종북좌파 활동, 국익 저해 사례를 공개해 국민적 거부감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대강 사업 반대 교수 견제 조치로 활동 위축 유도' 문건은 "강의 등 본분은 소홀히 한 채 종교단체에 반대 논리를 제공하고 여론 왜곡에 혈안이 돼있다" 며 "일탈 행태를 건전 언론에 제공해 비판 여론 조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청와대 등의 요청으로 2008∼2010년 작성된 이들 문건에는 단체 수십 곳의 주요활동·대표 프로필·관계가 일목요연하게 담겼다. 단체들의 향후 계획은 물론 소문으로 나돌던 각종 비리 의혹 등 동향도 구체적으로 들어갔다.
공개 문건들에는 공백도 많다. 어떤 인물을 관리 대상으로 삼았는지, 어떤 인물을 '친분 인사'로 분류해 접근하려 했는지는 지워져있다. 10쪽짜리 '국가정체성 확립 관련 유관부서 회의 자료'(2010년 3월 4일)는 아예 통째로 백지다.
정보공개 청구를 한 4대강국민소송단 등은 "특별법을 제정해 과거 사찰·공작활동의 공소시효를 중단토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지원 국정원장 |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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