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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윤석열, 고건·반기문과는 다르다 [김세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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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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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형칼럼] 윤석열의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1위 기세가 날로 위세를 떨치고 있다.

    3월 12일 갤럽 조사에서 차기 대선에서 정권 교체 희망은 53%, 현정권 유지는 40%로 나타났다.

    이 두 조합을 결합하면 윤석열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별의순간'을 포착한 듯하다.

    우리는 과거 대선을 1년 남짓 앞두고 이회창, 고건, 반기문 등의 여러 별들이 떴다가 명멸해가는 걸 지켜봤다. 이번엔 다를까?

    윤석열 본인의 입으로 정치판에 나서겠다거나 대선레이스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적은 없다.

    말과 행동으로 은유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짧은 퇴임사에 나타난 어휘 구사, 암시를 보면 정치레이스 참여는 공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싱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사퇴 후)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

    이 같은 윤석열의 총장 퇴임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대표 출신 현역 여당 의원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과 법치 같은 단어들은 정치 참여 의지를 굳혔다는 선언"으로 해석했다.

    헌법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비판은 문재인 대통령을 정면으로 들이받은 행동으로 본다.

    김종인 위원장이 국내 정치의 장(場)에 소개해 유명해진 별의순간(Sternstunde)은 영어로 하면 star moment쯤 될 것이다.

    '결정적 순간'으로 해석되곤 하는데 새 시대정신을 격발하는 역사적 순간을 의미한다.

    한 인물이 대통령선거에 뛰어들 결심을 했다고 해서 '별의순간'으로 표현한 것은 너무 올려준 것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진보·보수의 역사의 물결을 바꾼다면 그럴 정도의 의미는 있겠다.

    나는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슈테판 츠바이크가 말한 그런 의미로 윤석열을 해석했느냐"고 물은즉, "그렇다. 그런 뜻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윤석열과 대학을 함께 다녔다는 석동현 변호사에게 "원래부터 윤석열 총장이 대통령 꿈을 갖고 있었느냐"고 물어봤다.

    석 변호사는 "문재인정부 들어 중앙지검장으로 적폐청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를 할 때만 해도 정치에 뜻이 없고 정치는 맞지 않는다는 말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1년여 상황이 그를 정치적 상황으로 밀어 넣어버린 것"으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윤석열을 대선판에 불러들인 장본인은 문 대통령인 셈이다.

    석 변호사는 "윤석열도 부족한 부분은 있다. 그러나 황교안·문재인·이회창·반기문 등의 장점을 다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결단력, 솔직한 성격, 친화력, 언변, 정치감각 등이 그렇다는 것이다.

    국정감사장에서 "어느 정권에서 검사로서 일하기 가장 좋았느냐"는 국회의원의 물음에 "이명박 정권이 가장 쿨했다"는 답변에 성격이 일부 드러난다.

    정치해설란에 자주 등장하는 김형준, 김민전, 박명호 교수, 그리고 고성국 등 정치해설가들에게 물어보면 그가 청문회나 퇴임사에서 내보인 메시지를 보면 "언어감각이 좋다"고 말한다.

    윤석열이 문재인정부에 반기를 들고 뛰쳐나오면서 헌법 파괴를 강조한 것은 폭정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헌법 파괴는 검수완박과 중수청 설치 의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선한 의지로 약자를 보살피고, 없는 계층을 더 잘살게 해주고, 기득권을 적폐로 보고 청산하고 말겠다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나름 추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한 '신념윤리'가 조국 사태를 계기로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고, 나는 선, 너는 악으로 갈등을 촉발시켰다.

    내 편을 붙들기 위해 운동권, 노조, 환경단체(탈원전) 등의 입김에 휘둘리면서 국민통합의 초심은 완전히 날아갔다.

    정치인의 소명의식으로 가장 중요한 책임감, 균형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것은 문 대통령의 정치철학이 빈곤함을 말해준다. 자칭 선한 의지가 부익부빈익빈을 가속화시키고 경제 악법들을 쏟아내 "이러다간 나라가 망하는 거 아니냐"는 국민의 위기감을 부채질해 정권교체 여론이 53% 찬성에 이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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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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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세력에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안 보이니 문재인 폭정에 꿋꿋하게 반대해온 윤석열이 상징적 인물로 부각된 게 오늘의 상황이다.

    윤석열 1등이 유지돼서 정권교체 열망까지 도달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고건·반기문 같은 짝이 나고 말 것인가는 앞으로 본인이 하기에 달렸다.

    4월 7일 보궐선거가 끝나면 윤석열도 이제 무대에 올라야 할 것이고 그때부터 숨소리까지 해부될 것이다.

    윤석열의 승부는 늦어도 민주당이 차기 대선 후보를 확정하는 올 9월 9일 무렵이면 결판이 날 것이다.

    정치해설가들은 '윤석열은 다르다'에 일단 점수를 준다.

    우선 고건·반기문은 그전 정부의 폭정이나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선 장면이 없었는데 윤석열은 1년 반 이상 정권에 혈혈단신 정면승부한 혼(魂)을 평가한다.

    그런 면에서 김영삼 대통령에게 대들다 잘린 이회창이 당에 뛰어들어 단번에 휘어잡고 대선후보가 된 모델에 비유하는 이도 있다.

    만약 이회창이 권위주의의식을 버리고 DJP연합을 막아냈다면 틀림없이 대권을 잡았을 것이다. 그는 권위주의 청산이란 시대정신을 놓쳐서 노무현에게 졌다.

    문재인정부는 공정과 정의라는 촛불정신을 스스로 배반하여 자중지란에 빠지고 말았는데 김종인 위원장은 윤석열이 잡아야 할 시대정신은 여전히 '공정'이라고 말한다.

    윤석열의 거취는 보궐선거 이전에는 정중동 속에 정치 내공을 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그 후에도 한동안은 그런 시간이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라는 광야에서 바람과 맞딱뜨려야 하는 시간의 운명은 피할 수 없다.

    그는 3가지 시험에서 관문을 훌륭하게 넘어야 별을 딸 것이다.

    첫째는 이명박·박근혜 적폐청산 과정에서 피해를 본 극우세력과의 화해다. 김재원 전 의원처럼 "윤석열을 안고 가자"는 주장도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파열음이 날 것이다. 아예 세력이 갈려 나가는 분파현상도 나올 수 있다. 이 첫 관문에서 대미지를 입지 않아야 한다.

    둘째는 본인 외의 집안 관련 송사(訟事)랄지 제반 문제들이 깔끔하게 정리돼야 할 것이다.

    윤석열 청문회 때 그의 아내 검증팀에 소속됐던 야당 의원은 "서울대 MBA과정 출석부까지 뒤져봤는데 별게 없었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 시험에서 작은 돌부리에라도 걸리지 않는다면 가장 중요한 마지막 관문은 정치세력에 합류하는 과정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제3지대에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고 했듯이 밖에서 뛰다가 반기문처럼 비용문제가 걸림들이 돼 뜻을 접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바로 '국힘에 뛰어들어라'라는 주문도 있다. 한편으론 보궐선거에서 안철수가 이기면 그와 합류하여 새 당을 만들어 국민의힘, 민주당 내 비문세력 등까지 빅뱅으로 뒤흔들어라는 그럴듯한 시나리오도 전개된다.

    이런 과정에서 김무성·홍준표 등도 모종의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소문도 그럴듯하게 포장돼 돌기 시작했다.

    아무튼 6월이 될지, 7월이 될지 모르지만 이때부터 본게임은 시작된다.

    노무현의 친구 김정길 전 행안부 장관은 윤석열은 이번에는 최재형 감사원장, 김동연 전 부총리 같은 인물을 당선시키는 킹메이커가 되고 차차기를 노려라는 충고를 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를 구해봤더니 "윤석열 본인의 서바이벌 게임도 어려운 판에 한가한 이야기"라며 "정치는 본인의 지지율이 곧 권력인데 두 사람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정도가 한참 모자란다"고 잘라 버렸다.

    윤석열을 포함하여 오세훈·안철수·원희룡·유승민·홍준표, 혹은 김동연, 그 누구라도 단일화를 위한 경선과 검증작업을 거쳐 최종 승자 1명을 가려야 한다.

    지난 대선에선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등 보수세력이 총 52%를 얻고도 보수 분열로 41%를 얻은 문재인에게 패하고 말았다.

    차기 대선에선 보수진영도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배신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이전 선거에서 안철수는 "내가 MB 아바타냐"는 한마디로 큰 내상을 입었다.

    윤석열도 경쟁자들과의 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처럼 상대방들을 쓰러뜨리고 사다리 최고봉에 올라야 한다.

    결국은 국가운영 비전에 대한 실력, 지지세력 구축, 팬덤화할 수 있는 카리스마 등이 중요하다.

    윤석열은 이 세 번째 어려운 관문을 넘어야 비로소 “이회창·반기문과 다르다”고 큰소리칠 수 있을 것이다.

    책사로 이름을 날린 윤여준 전 장관은 "평생 특수검사라는 경력이 조금은 걱정스럽다. 외골수는 민주주의사회에 안 맞는다. 단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도 윤 전 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그는 아버지(윤기중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의 영향으로 경제, 금융 분야도 교양을 쌓았다고는 한다. (정운찬 전 총리는 법대생 윤석열이 자신의 화폐금융론을 수강했다고 최근 필자에게 말해줬다. 청문회 땐 밀턴 프리드먼의 고전 '선택할 자유'를 애독했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 관련 분야에는 전문가이겠지만 경제·금융·환경·외교 등은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하다.

    보궐선거 후 대선바람은 광풍처럼 몰아닥칠 것이다.

    관훈클럽,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같은 언론기관들은 어서 윤석열이 출연하라고 성화가 대단할 것이다.

    국정운영에 관한 식견을 인정사정없이 물을 것이며 좌파언론들은 흠집을 잡으려고 예리한 레이저광선을 쏘아댈 것이다.

    일부 좌파언론은 벌써부터 전문관료 출신은 정치에 진출해선 안 된다며 그 근거로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한 대목을 인용하기도 한다.

    이 책 번역본의 34~35페이지를 보면 '현직'일 때의 논리를 잘못 읽은 것으로 윤석열처럼 퇴임 후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하등 문제될 게 없다.

    윈스턴 처칠은 국방장관, 프랑스 마크롱은 경제장관 하다가 정치에 뛰어들어 정상에 오른 인물들이다. 베버는 심지어 언론인도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썼는데 처칠, 현재 총리인 보리스 존슨 등은 저널리스트 출신이다.

    고건·반기문·황교안 등 전형적인 관료만 했던 인물들은 맷집이 약하단 말을 들었다.

    그것은 곧 권력의지를 말한다.

    베버는 '직업인으로서 정치'라는 고전의 마지막 단락에서 정치인의 진정한 자질은 '권력의지'라고 강조했다. "정치란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다. 온간 어려움과 좌절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어떤 난관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정치적 소명의식의 소유자"라고 썼다.

    사시 9수(修)라는 보통 사람에겐 비정상으로 보이는 경력은 3단계 이상 시험을 치러야 할 현재의 윤석열에겐 쓸모 있는 뚝심으로 보인다.

    윤석열이 대선후보 1등을 지키면 더욱더 다양한 각도에서 공격이 들어올 것이다.

    심지어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 선거로 한 번도 평가받은 경력이 없다는 경험 부족에 대한 시비도 붙을 것이다.

    결국은 본인이 대응하기 달렸다. 한국에서 승자가 독식하는 단임 5년 대통령제는 지나치게 국론을 분열시킨다는 점에서 수명을 다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통령은 국방·외교 등에 치중하고 내치는 총리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이원정부제 국가 운용 포부를 선언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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