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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승자 없는 전쟁 10년째…시리아의 ‘빼앗긴 봄’은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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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10년 전과 같은 외침 “자유” 시리아의 민주화 시위대가 15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세습 독재에 반대하는 ‘아랍의 봄’ 시위 10주년을 맞아 이들리브에서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리브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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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만명 사망·난민 1200만명
내전 10년 맞아 수만명 집회

인구 3분의 2가 지원 절실
아사드는 4연임에만 몰두

“독재정권은 무너지고 시리아는 자유를 찾을 것이다.”

시리아 내전 발발 10주년을 맞은 15일(현지시간) 반군 점령지인 이들리브 거리에 시민 수만명이 쏟아져 나왔다. 10년간 38만명이 목숨을 잃고 난민 1200만명이 발생했지만, 시리아에서는 아직도 승자 없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아랍의 봄’을 꿈꾸는 국민들의 염원에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은 독재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들리브 중심가로 나온 시민들은 10년 전과 똑같이 “자유”를 외치며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시민들은 ‘세계가 시리아를 버린 10년’ ‘알아사드 정권이 심판을 받을 때까지’ 등을 쓴 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 다힌은 “50년이 걸리더라도 우리의 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했고, 시민기자 살와 압둘라함은 “목숨을 잃은 사람들의 피가 헛되지 않게 자유와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전은 10년 전 시리아 남부의 작은 도시 다라에서 시작됐다. 10대 청소년 15명이 벽에 ‘민중은 정권의 퇴진을 원한다’는 낙서를 한 것이 계기였다. 이들이 끌려가 고문을 당하자 독재정권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011년 3월15일 다마스쿠스 등에서 열린 대규모 시위에 알아사드 정부는 무력진압으로 대응했다. 내전이 일어나자 정부는 이란, 러시아의 힘을 빌렸고 반군세력은 터키 등의 지원을 받았다. 결국 내전은 외세가 개입한 대리전으로 번졌다. 현재 알아사드 정권은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해 시리아 영토의 60%를 차지했다. 나머지 지역은 무장단체와 반군들이 난립해 있다.

도시 절반이 폐허가 된 시리아의 경제 상황은 참담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시리아 인구 1750만명의 3분의 2인 1340만명이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상처가 깊다. ICRC가 19~25세 시리아 청년 1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7%가 친척·친구의 죽음을 겪었고, 6명 중 1명은 부모 중 한 사람 이상이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절반가량은 교육을 받지 못했고, 생계도 끊겼다.

국민들의 고통에도 알아사드 대통령은 권력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오는 4~5월 치러질 대선에서 그는 4연임을 노리고 있다. 내전 중 자행한 전쟁범죄를 숨기기 위해 알레포 등의 희생자 매몰지를 이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가디언은 “매몰지가 이전되면 민간인에게 대량살상무기, 화학무기 등을 사용한 증거가 은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내전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이날 미국 토니 블링컨, 프랑스 장이브 르드리앙, 독일 하이코 마스, 이탈리아 루이지 디 마이오, 영국 도미닉 라브 등 5개국 외교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내전의 평화적 해결 방법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이르 페데르센 유엔 시리아 특사는 BBC 인터뷰에서 “최전선의 접전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전국적인 휴전을 이끌어낸 뒤 단계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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