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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LH 투기 일파만파...공공개발 벼랑 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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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에 대한 부동산 업계 반응이다. LH 땅 투기 사태가 전 국민 공분을 사자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까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론은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급기야 정부 부동산 정책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임기 초 주택 공급을 등한시하다 집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공공 주도 개발’을 부동산 대책 핵심 키워드로 내걸었다. 그런데 정작 공급 주체인 LH 직원이 정보를 빼돌려 투기에 나서면서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었다. 3기 신도시 주민들은 “더 이상 LH를 믿고 집, 땅 소유권을 넘겨주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서울, 수도권의 공공 재건축, 재개발 대상 지역 주민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가 사실상 마지막 카드로 내건 공공 개발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벼랑 끝에 선 공공 개발 실상과 해법을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매경이코노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7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직후 ‘부동산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지 국세청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홍남기 부총리,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영 행정안전부 차관.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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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불신에도 3기 신도시 예정대로?

원주민 반발 토지 보상부터 차질 불가피


LH 전현직 임직원들의 광명·시흥 땅 투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모습이다. LH뿐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 정치권 등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전국으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이번 사태는 시민단체 폭로에서부터 시작됐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캪H 전현직 임직원 14명과 가족 등은 2018년 4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과 무지내동 일대 10필지(2만3028㎡)를 약 100억원에 매입했다. 직원들이 앞장서서 투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 상당수는 금융기관에서 58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LH 직원 땅 투기 일파만파

▷2017년 이후 광명·시흥 토지 거래 급증

앞서 정부는 2·4 공급 대책에 따라 광명·시흥지구 1271만㎡를 3기 신도시로 추가 선정했다. 광명, 시흥시 일대에 아파트 7만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일산신도시(6만9000가구)보다 큰 규모로 3기 신도시 중 가장 주목받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실제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광명·시흥지구 일대 토지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명 순수 토지(건축물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은 지난해 2520필지였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지역을 발표했던 2018년에는 광명 토지 거래량 1665필지 중 무려 33.1%가 서울 거주자 거래였다. 시흥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순수 토지 거래량이 9243필지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8년 기준 서울 거주자의 매입 비중도 25%에 달했다.

다른 신도시에서는 ‘지분 쪼개기’ 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9월 중순부터 3개월간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토지 거래 429건 중 42.4%(182건)가 지분 거래였다. 2018년 전체 거래(3082건)에서 지분 거래 비중은 32.1%였는데 3기 신도시 1차 발표(2018년 12월 19일)를 앞두고 투기로 의심할 만한 거래가 급증했다. 한 필지를 여러 사람이 지분을 나눠 사들였다는 것은 그만큼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몰렸다는 의미다. 수도권 신도시뿐 아니라 부산, 세종, 제주 등에서도 투기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LH 직원 투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LH 직원 전수조사에 이어 국무총리실 주도로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경기도, 인천시가 참여하는 정부합동조사단까지 꾸렸다.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뿌리 뽑겠다며 부동산 등록제 등 상시 감시 체제 도입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정부가 제시한 4대 시장 교란 행위는 비공개·내부 정보를 부당 활용한 투기, 담합 등 시세 조작 행위, 허위 매물 등 불법 중개·교란 행위, 불법 전매·부당 청약 행위 등이다. 부당행위로 얻은 이익은 자본시장법상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을 참고해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서는 부당 이득의 3~5배를 벌금으로 물릴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토지 개발, 주택 업무 관련 부처와 기관 직원은 일정 범주 내 토지 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 거래는 신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발 방지를 공언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정부합동조사단에 검찰과 감사원이 빠져 있어 법망을 피해가는 편법 거래를 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다. 국세청, 금융위원회가 합류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LH 직원 투기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변은 “정부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 수사와 감사원 감사 등도 병행돼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부와 LH가 국민의 불신을 받는 상황이다. 정부합동조사단에서 국토부는 빠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놨다. ‘셀프 조사’의 객관성이 의심받고 있다는 의미다.

LH 권한을 줄이거나 내부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또다시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캪H 직원이 고급 정보를 빼돌려 친인척이나 지인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할 경우 현재로서는 적발할 방법이 없다. 이참에 LH에 집중된 공공 개발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매경이코노미

▶주택 공급 대책 삐걱

▷‘신도시 지정 취소’ 주장도

이번 땅 투기 의혹으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주택 공급 대책 자체가 삐걱댈 우려도 크다.

정부는 일단 2·4 공급 대책을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월 7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83만가구를 공급하는 2·4 대책을 포함한 주택 공급 대책은 반드시 일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2·4 대책 후보지와 지난해 8·4 대책에 따른 2차 공공 재개발 후보지를 3월 중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4월에는 11만가구 규모의 2차 신규 공공 택지 입지를 발표하고 7월에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시작한다. 정부가 주택 공급 대책을 강행하는 것은 이번 사태로 대책 추진을 잠정 보류하거나 재검토하면 주택 시장 불안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LH 직원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합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이면 자칫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분위기도 심상찮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번 사건 10건 중 9건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이던 시절 발생했다. 이쯤 되면 기획 부동산 LH의 전 대표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에서는 변창흠 장관 해임뿐 아니라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심지어 여당 내부에서는 3기 신도시 지정 취소를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신도시 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당 일각 의견에 대해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조사나 2차 조사 결과에도 상당히 비리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면 그럴 가능성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처럼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면서 3기 신도시 개발 등 부동산 대책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잇따른 정부 대책에도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인 LH 직원 투기 의혹까지 드러나 정부 부동산 대책이 흔들릴 우려가 크다. 공공 주도 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로 토지 보상이 지연되면서 주택 공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염려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도시 투자 수요를 막으려면 토지 보상 체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편에서는 아예 신도시 지정을 철회해야 땅 투기자에 대한 실질적 처벌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적잖다. LH 직원이 처벌을 받는다 해도 실형이 아닌 몇천만원 수준의 벌금형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경민·강승태·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0호 (2021.03.17~2021.03.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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