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용의자, 살인 혐의로 기소…인종적 동기 부인
희생자 대다수 아시아인 등 정황상 증오범죄 해석 확산
진술 그대로 공개한 경찰에 "본질 호도" 비판 쇄도
백인인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은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범행 동기를 둘러싸고 현지 한인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롱은 경찰에 자신이 섹스 중독증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희생자 대다수가 아시아인이라는 점 등으로 미뤄보아 롱이 특정 인종을 겨냥한 증오범죄를 저질렀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당국이 롱의 진술을 공개해 '증오범죄'라는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현장에 놓인 조화 |
이날 수사 당국은 롱을 8건의 살인과 1건의 중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범행 동기 등 사건 경위에 관해선 연방수사국(FBI)도 투입돼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애틀랜타 경찰은 사건 발생 당일 롱의 진술 내용을 공개했다.
실제로 롱이 과거 성중독 치료를 받았으며, 재활시설에 머무는 동안 "성행위를 위해 마사지 가게에 갔다"라고 말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경찰은 아직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규정하기엔 이르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 |
이번 사건의 희생자 8명 중 대다수가 아시아인이라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스파 두 곳에서 숨진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총 6명이 아시아인으로 알려졌다.
롱이 콕 집어 노린 마사지숍과 스파는 아시아계가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라는 점도 '인종혐오' 의혹에 무게를 싣는다.
롱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에 중국인 혐오 인식이 담긴 점도 증오범죄 가능성을 높인다. 이 글은 중국을 '거악'으로 규정하며 중국에 맞서 싸울 것을 선동하는 내용을 담았다.
'연쇄 총격범 두둔성 발언'…논란 빚은 미 애틀랜타 경찰 대변인 |
이런 가운데 참사가 발생한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용의자의 진술을 여과 없이 공개한 경찰에 대한 비판도 쇄도하고 있다.
그의 '성 중독' 주장을 그대로 발표해 인종 혐오라는 사안의 본질을 가리는 데에 일조했다는 지적이다.
롱의 처지를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듯한 발언에 가려 자칫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비판에서다.
이 발언의 장본인인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과거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를 SNS에 올린 것으로 전해져, '증오범죄를 수사하는 주체가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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