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희생자 4명 하나같이 ‘가족 위해 헌신한 어머니’
美언론 및 기부플랫폼 통해 안타까운 사연 알려져
美전역서 애도·추모 물결…온라인서도 기부 행렬
애틀랜타·뉴욕 등서 아시안 겨냥 증오·폭력 반대 시위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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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인 여성 4명 등 모두 8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을 계기로 20일(현지시간) 미 전역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향한 폭력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열렸다. 동시에 희생된 한인 여성 4명의 신원이 공개되면서 이들을 향한 애도의 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韓희생자 4명 신원공개…가족 위해 헌신한 어머니들
애틀랜타 경찰은 지난 19일 연쇄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4명의 한인 여성이 김순자(69)씨, 유영(63)씨, 박순정(74)씨, 그리고 현정 그랜트(한국 이름 김현정·51)씨라고 밝혔다. 이후 이들의 사연이 미 언론과 기부 플랫폼 ‘고펀드미(GoFundMe)’ 등을 통해 널리 퍼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하나 같이 ‘타지에서 가족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던 현정씨의 사연은 그의 첫째 아들인 랜디 박(23)씨와 NBC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려졌다. 미국에서 홀로 일하면서 두 아들을 키우던 싱글맘이었던 현정씨에 대해 아들 박씨는 “어머니는 남동생과 저만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 여행도 못 하시고 일을 너무 많이 하셔서 몇 주에 한 번 집에서 쉬는 게 유일한 휴식이었다”고 했다.
그는 현정씨가 사건이 일어난 직장까지 매일 밤 약 30마일(약 48km)을 운전해서 오가야 했는데, 이 때문에 스파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내 제일 친한 친구였다. 디스코 음악을 좋아하는, 10대 소녀같은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두 자녀와 세 명의 손녀를 둔 또다른 희생자 김순자씨도 40여년 전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편의점, 청소 등 2~3개의 일을 한꺼번에 하며 가족들을 보살폈다. 나머지 두 희생자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박순정씨는 스파 관리를 돕거나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등 소일거리를 하다 변을 당했다. 유영씨는 코로나19로 해고당했으나 안마치료사 자격증 덕에 일을 다시 시작했던 차였다.
이들의 사연은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현정씨의 아들 박씨의 경우 기부 플랫폼인 고펀드미에도 도움을 요청하며 글을 올렸는데,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후 4시 기준 총 6만 3411명이 기부를 했고 기부액은 264만 5910달러(약 29억 9000만원)에 달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물결은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았다. 뉴욕 맨해튼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는 수백명이 흰 옷을 입고 촛불을 든 채 애틀랜타 희생자를 기리며 밤을 지새웠다. 또 총격 사건이 일어난 각 현장에는 인종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꽃과 촛불, 각종 추모 메세지가 적힌 푯말을 놓고 갔다.
(사진=고펀드미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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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뉴욕 등서 아시안 겨냥 증오·폭력 반대 시위
미 주요 도시에서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비롯한 수백명의 사람들이 조지아주 의사당 인근에 모여 아시아계를 향한 폭력 반대 시위를 벌였다. 지나가는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며 지지 뜻을 나타냈다. 참가자들은 “아시안을 향한 증오를 멈추라”, “아시안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등의 팻말을 들고 미국 국기를 흔들었다. 시위 참가자들은 총격 사건의 희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 뉴욕시에서는 수백명의 시위자들이 타임스퀘어에 모여 맨해튼 차이나타운을 향해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자녀들과 함께 행진에 동참하기도 했다. CBS방송에 따르면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서는 한국계 여배우인 샌드라 오가 깜짝 등장해 연사로 나섰다. 그는 약 2분 동안 구호를 외치며 수백명의 군중과 함께 했다.
이외에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리노이주 시카고, 텍사스주 휴스턴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총격 사건 사흘 만인 전날 애틀랜타를 찾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아시아계 의원 및 지도자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뒤 “아시아계 지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찢어졌다”며 “너무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공격을 당해 살해당했다. 특히 아시아계 여성들이 더욱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증오와 폭력은 보이는 곳에 숨어 있고 침묵과 자주 만난다“면서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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