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총장, 19일 김 명예교수 자택 방문
사퇴 후 첫 외부 일정…'상식', '정의' 등 강조
김 명예교수 "정의 상실하면 사회 유지 안 돼"
"與도 인재 없다…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 모아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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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자택을 방문, 여러 조언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은 윤 전 총장 퇴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김 명예교수는 윤 전 총장에게 '상식', '정의' 등을 특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19일 오후 김 명예교수의 자택에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앞서 윤 전 총장이 먼저 "찾아뵙겠다"고 연락하자 김 명예교수가 이를 수락하면서 만남이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두 사람은 여러 정치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특히 김 명예교수는 문재인 정부에 대해 "어느 방향으로 갈 지 짐작이 안 되는 점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하며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는 게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전 총장을 향해 조언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흔히 야당에 인재가 없다고 하는데 인재는 여당에도 없다"라며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9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설가온에서 열린 신간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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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계 원로인 김 명예교수가 건넨 조언이 평소 윤 전 총장이 강조해 온 바와 동일하다는 일각의 견해도 있다. 김 명예교수는 최근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거듭 비판해 온 바 있다.
그는 최근 한 매체에 기고한 칼럼에서 현 정부에 대해 "국민의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인권이 훼손됐고, 정신적 사회질서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지금의 정치는 문재인 정권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분열과 대립을 넘어 투쟁 일변도의 사회상을 만든 정부"라며 "'우리 총장'이라고 앞세웠던 윤석열이 조국 사태와 청와대를 포함한 현 정권의 비리와 위법을 법에 따라 수사한다고 해서 추방한 실세들이 누구인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전격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직에서 물러난다"라고 강조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별다른 행보 없이 칩거하다가, 지난 19일 김 명예교수를 방문하면서 첫 외부 일정을 시작했다.
한편 김 명예교수는 지금은 북한 지역인 평북 운산에서 출생했다. 일본 조치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으며, 이후 1947년 탈북한 뒤 국내에서 교수로 일하며 다양한 강연·저술 등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년을 살아보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등 다양한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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