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입법부는 공직자의 재산 중 아파트에 대해 주소를 '시·군·구·동'과 '아파트명'을 표시하고 있다. 동·호수는 제외하지만 어느 동네에 어느 아파트인지는 알 수 있게 하고 있다.
반면 사법부는 '아파트명'을 표시하지 않는 점이 다르다. 법원과 함께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다. 헌재 재판관들의 재산 공개 목록에서 아파트는 법원처럼 '시·군·구·동'만 표시해 어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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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는 고위 공직자 재산 '아파트명 공개'…법원·헌재는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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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와 대법원의 재산공개 업무 담당자에 따르면 공직자 재산공개시 아파트의 주소를 표시하는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공직자 재산 중 토지의 경우엔 번지수까지 명시하고, 건물의 경우엔 법정동까지만 표시하도록 하는 규정은 있지만 공동주택의 명칭(아파트명)에 대한 규정은 없다.
다만 관례적으로 행정부 소속 고위 공무원에 대한 재산공개를 담당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공직자 소유 아파트의 주소는 '아파트명'까지 표시해왔다. 그런데 법원은 소속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이상 고위 공무원 소유 아파트를 재산목록에 표시할 때 관례적으로 '아파트명'을 지우고 있다.
3월25일 대한민국 관보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실린 윤석열 전 검찰총장 보유 아파트 목록. 배우자가 소유한 서초 '아크로비스타'가 건물명 그대로 명시돼 있다. 윤 전 총장은 3월 초 퇴임했지만 퇴임 2개월 이내로 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다./자료=전자관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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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 대한민국 관보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실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소유 아파트 내역. 둔총동 '라이프아파트'라고 아파트명까지 표시돼 있다./자료=전자관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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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 대한민국 관보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실린 김명수 대법원장 소유 아파트 목록. 수영구 민락동으로만 돼 있어 '아파트명'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자료=전자관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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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 대한민국 관보 '2021년 공직자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실린 한동훈 검사장 소유 아파트 목록. 서초동 '삼풍아파트' 등이 그대로 표시돼 있다. /자료=전자관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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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전 성대 교수 '석궁테러' 사건 계기로 판사 신변보호 위해 재산 공개시 '아파트명 비공개'한 법원행정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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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차이가 어디서 나왔는지에 대해 취재결과, 과거 영화화되기도 했던 일명 '석궁테러'사건이 계기가 됐단 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법원 판사들과 헌재 재판관들을 보호하기 위해 공직자 재산공개시 '아파트명'을 삭제하게 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2007년 1월 김명호 전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자신이 제기한 소송에서 항소심 마저 패소하자 판결에 불만을 품고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판사(당시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자택인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계단에 숨었다가 퇴근하는 박 판사를 위협하면서 석궁을 쏜 일도 있었다. 영화 '부러진 화살'로 유명해진 사건이다. 김 전 교수는 석궁은 위협용으로 가져 갔을 뿐 쏘진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에 처해졌다.
현장에서 붙잡힌 김 전 교수는 수사과정에서 전자관보에 공개된 재산목록을 보고 박 판사의 주거지를 찾아갔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사건 직후 법원행정처는 판사들을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판사들의 주거지가 재산공개시 노출되지 않도록 아파트명을 삭제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실제로는 사건이 발생한 뒤 몇년 후부터 적용됐다.
= 27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길 차량이 대법원 정문 앞을 지날 때 한 남성이 화염병을 투척하고 있다. (김정수씨 제공)2018.11.27/뉴스1 |
서초동의 한 개업 변호사는 "판사는 물론이고 검사와 변호사들도 재판과 관련해 때론 '악성 민원인'에 의한 위해를 직접 당할 수 있다는 걱정을 한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이 얼마 전 출근길에 화염병이 관용차량에 던져지는 사건을 겪는 등 다른 분야보다 법조인들이 자택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그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법조인이지만 법무부와 검찰 소속 검사들은 행정부 소속이기 때문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하는 방식대로 실제 거주중인 주소지일 수도 있는 보유 중인 아파트의 아파트명이 그대로 노출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검사장 등 검찰 소속 고위 공무원들의 재산목록엔 아파트명까지 명시돼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공동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을 소유한 고위 공직자의 경우엔 행정부·국회·법원 모두 주소 중 번지수를 생략해 위치가 특정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석궁 테러'사건으로 징역 4년 복역 후 2012년 출간한 ‘판사, 니들이 뭔데?’ 표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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