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 '신중론'에도 국내주식 비중 확대 논의
정부부처 인사로 구성된 기금위…독립성 '의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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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열린 국민연금 기금위는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리밸런싱 안건을 검토했지만 3시간여의 회의 끝에 “다음 달 기금위에서 다시 살펴보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투자허용범위를 확대해 보유 주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으나 다음 달로 넘긴 것이다.
기금위 직후 언론과의 백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음 기금위가 보궐선거 이후 열리느냐’는 질문에 “그건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개인투자자 관심이 집중됐던 사안이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정치적 판단(연기)을 내렸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 미루기’가 정치적이라는 의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투자자의 염원과는 달리 상당수 전문가가 국내주식 비중 확대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부분도 있다. 기금위 상정 이전에 안건을 검토했던 산하 투자정책전문위원회와 실무평가위원회에서는 국내주식 비중 확대에 대한 신중론도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위원회 내·외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주식 비중 확대가 필요하지 않고, 해당 안건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국민연금이 개인투자자 여론에 휩쓸린 결과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위가 정부 입김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은 이러한 의심을 부채질한다.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등 4개 부처 차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하는 구조다.
국민연금의 총 자산은 이미 8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해 다수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의사결정 구조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 역시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회의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논의했다. 그리고는 결정을 슬며시 다음 기금위로 미뤘다.
통상 기금위가 매달 말쯤 열렸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재논의하는 다음 기금위는 선거 이후인 4월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옛말에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 고쳐매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이라면 안건 하나하나에 보다 신중을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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