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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카렌족, 공습 피해 국경 넘자 …“미얀마로 돌아가라” 또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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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피란 3000명 중 상당수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피란

“보호” 말뿐 지방정부가 차단

인도는 난민 식량 제공 중단

[경향신문]



경향신문

머물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이들…어디로 가나 카렌족 주민들이 29일 국경이 인접한 태국 북부 매홍손 샐윈 강가에 피신해 있다. 전날 미얀마군이 카렌주 파푼 지역에 공습을 퍼부어 1만명 이상의 카렌족 주민들이 피란을 떠났다. 매홍손 | 카렌여성기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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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의 무차별 총격과 공습을 피해 국경을 넘는 미얀마인들이 늘고 있다. 군부 쿠데타 파장이 미얀마 주변 국가로 퍼져나가는 셈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가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미얀마인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현지시간) 미얀마 남동부 카렌주의 주민 3000여명이 군부의 공습을 피해 태국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월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피란이다. 피란민 상당수는 소수민족인 카렌족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카렌족의 무장단체인 카렌민족해방군은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며 태국 국경지역의 미얀마군 초소를 습격했다. 직후 미얀마 군부는 전투기를 동원해 카렌족 마을을 공습했다. 공습을 피해 약 1만여명의 피란길에 올랐다. 이 중 8000명은 산림지역으로 향했고, 3000여명은 강을 건너 태국으로 피신했다.

하지만 태국 당국은 이들 중 약 2000명의 입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국경지역에서 주민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미얀마 난민들은 태국 군인의 감시 아래 강을 건널 때 사용했던 선박에 다시 몸을 싣고 있다. 영상에서는 “태국 군인이 마을 사람들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여기 있는 노인들은 돌아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카렌 주민의 목소리가 들린다.

태국 정부는 난민들을 돌려보내지 않았고 그들이 국경 부근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국 외교부 대변인은 “태국 당국은 변화하는 상황을 평가하면서 태국 영토에서 난민들을 계속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지방정부는 난민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태국 북부의 매사리앙 지방정부 관계자가 관련 회의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결정에 따라 난민을 차단하고 국경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북서부 지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에서도 미얀마 난민들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 PTI통신은 29일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미조람 지방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쿠데타 이후 인도로 유입된 미얀마 난민의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난민 중에는 군부의 시위 진압을 거부한 경찰과 군인 및 그 가족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로 향한 난민들 역시 형편은 좋지 않다. 인도 마니푸르주 정부는 난민 유입을 막고 난민에 대한 식량 제공을 중단하도록 했다. 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이들에게만 인도주의적인 지원을 하도록 했다. 인도 정부는 이달 초 로힝야족 난민 150명을 구금, 이들을 추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2017년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피해 인도, 방글라데시 등지로 피신했다.

카렌평화지지네트워크 대변인은 AP통신에 “(미얀마로) 돌아가는 것은 전혀 안전하지 않다. 난민들은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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