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공매도 불신 크고,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 돼 있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현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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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3일 공매도가 부분 재개되면 공매도 재개 종목을 중심으로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금융감독당국의 경고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펴낸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에서 “개인의 공매도 불신이 크고 온라인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어 있는 국내 환경을 감안할 때 (게임스탑과) 유사 사례 발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게임스탑 사태는 지난 1월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헤지펀드 등의 게임스탑 주식 대규모 공매도에 대응해 레딧 등 주식커뮤니티를 통해 집단적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 매수하면서 주가가 폭등한 사건을 말한다.
다만, 금감원은 “국내는 공매도 잔고 비중이 낮고 가격제한폭·단기과열종목 등 시장관리 수단이 있어 극단적인 급등락 우려는 적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일부 작전세력이 외국인·기관 대 개인 구도를 이용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은 덧붙였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급락하자 공매도를 금지했으며 이후 한차례 연장해 올해 3월15일 종료하기로 했다가 오는 5월2일까지 재연장 한 바 있다. 다만, 5월3일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재개한다. 나머지 종목은 재개·금지의 효과,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재개방법과 시기 등을 별도로 결정할 방침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평상시에는 증시 과열을 방지하고 급락시에는 유동성 공급과 가격 발견 기능이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이 왔을 때는 주가의 추가 하락을 촉발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금감원은 보고서에서 이른바 ‘동학개미운동’ 현상에 대해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가 국내 주식시장을 한단계 도약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단기 과열이라는 평가가 혼재한다고 분석했다. 금감원은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 확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자 저변이 확대되면서 수급구조가 전향적으로 바뀌는 과정으로 해석한다”면서도 “반면에 실물경제 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의 일시적 대량 매수로 주가가 크게 상승해 과열 진정 시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인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63조8천억원으로 과거 5년 연평균(11조5천억원)의 5.6배에 달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보면, 순매수 규모가 8.3배 많다. 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2008년 6~11월 개인들은 4조8천억원 순매수했으나, 지난해 1~6월에는 39조6천억원을 순매수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투자 단기화, 주가 변동성 확대, ETF의 시장 영향 증가, 거래시스템 불안 증가 등을 꼽았다. 금감원은 매수 매도가 활발한 개인투자자의 참여 증가로 국내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투자 단기화 현상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개인의 일일 예탁금 회전율은 2019년 25% 내외에서 지난해 35% 내외로 상승했으며, 올해는 1월11일까지 최대 68%까지 증가했다. 일일 예탁금 회전율은 전일 투자자예탁금 대비 당일 거래대금 비율을 말한다. 또한 신용융자와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가 확대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내 ETF 비중이 증가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위험 요소다. 코스피 대비 ETF 자산총액 비중은 2016년 1.9%에서 지난해 12월 2.6%로 증가했다. 코스피 대비 ETF 일평균거래금액 비중은 같은 기간 17.5%에서 25.8%로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ETF의 자산 리밸런싱이 현·선물가격의 변동성을 확대한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자산 리밸런싱은 익일 ±2배 수익률 추종을 위해 매일 장종료 시점에 펀드 내 선물계약수를 재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국내 ETF 시장은 일반 ETF보다 레버리지 ETF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거래시스템과 관련해서는,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 규모가 2019년 9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23조원으로 급증하면서 증권사 매매 주문시스템에 접속 지연 등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국내 주식시장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펀더멘탈 재평가, 개인 참여 확대 등으로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면서도 “주식시장은 대내외 충격에 빠르게 반응하고 채권·외환·파생상품시장 등 다른 자본시장과의 연계성도 높아 리스크 전이경로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시장 변동성 확대 시 투자자별 동향을 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컨틴전시 플랜에 따른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며 “또한 향후 예정된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공매도 금지의 단계적 해제 등에 대응해 공매도로 인한 시장교란 요인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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