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맨 오른쪽)이 4·7 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서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사전투표를 마친 뒤 부친을 부축하며 투표소를 나서고 있다.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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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기록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서울시장 선거 사전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내며 공식 정치 행보에 나섰다. 윤 전 총장 측은 유권자로서 투표 행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지만,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마쳤다. 지난달 5일 검찰총장직에서 사임한 후 28일 만의 사실상 첫 공식 정치 행보다. 그는 남가좌1동에 거주하는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정장에 노타이 차림을 한 윤 전 총장은 지팡이를 짚은 윤 교수를 부축하며 투표소에 들어섰다. 투표소 앞에서는 지지자 20명가량이 모여 환호를 보냈다. 검찰총장 사퇴 이후 첫 공개 일정이었지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 향후 정치 행보를 묻는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윤 교수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만 "보시다시피 아버님께서 기력이 이전 같지 않으셔서 모시고 왔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사전투표를 두고 "검사 시절부터 사전투표에서 부정선거가 발생할 가능성을 비판해 왔던 것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날이 사실상 첫 정치 행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지근거리에서 검사 생활을 함께한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일정을 사전고지하고 불편한 부친과 함께했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투표 행위 자체가 어떤 의미를 전달한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정을 기자들에게 알린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행동을 시작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당에는 불안감, 야당에는 기대감으로 각각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는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있다"며 "공직자가 정치할 것을 염두에 두고 그동안 행동했느냐는 비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도 윤 전 총장에 대해 "민심이 워낙 출렁거리고 어떻게 변할지 지켜봐야 될 것"이라며 "인기도가 갑작스럽게 생긴 것이라서 안정적·지속적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깎아 내렸다.
반면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원내대표 선거, 당대표 선거, 대선까지 정치 일정이 줄줄이 이어지는 만큼 야권은 기대감을 갖고 윤 전 총장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정치 행보 하나하나가 각 선거 주자들에게 큰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야당에서는 윤 전 총장이 공식적인 정치 활동 의사를 밝히는 시기를 6~7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이후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 전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법적 탄핵'을 주도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만큼 신임 당대표의 성향과 계파에 따라 유불리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 입당'을 예상하는 의원들은 이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윤 전 총장의 결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입당을 망설였던 안 대표는 결국 오 후보와의 조직력 싸움을 버텨내지 못했다"면서 "윤 전 총장도 이를 반면교사 삼아 입당을 너무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윤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의원은 "우선 당 밖에서 세력을 갖추고 나서 대선이 가까워지면 차려질 야권 빅텐트에 들어오는 방식을 선택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성승훈 기자 /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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