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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 800억 광화문광장 공사 중단하나…현장가보니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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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9일 광화문 인근 재구조화 공사 현장.[사진 =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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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을 마주한 소형 굴착기. 이순신 장군 동상을 둘러싼 '안전제일' 울타리. 791억원 예산이 투입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현장이다. 서울시가 '진정한 광장을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과 함께 해당 사업은 중대기로에 직면했다. 오 시장은 후보시절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사업 중단 가능성을 수차례 언급해왔다. 서울의 한복판에 유동인구도 많은 광화문이다보니 재구조화 중단 여부는 오세훈 서울시정의 변화의 상징처럼 언급돼왔다. 다만 이미 공사가 진행된 상황이다보니 중단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9일 찾은 광화문 현장에서 접한 민심은 재구조화 사업에 대해 냉랭했다. 버스정류장 혼란, 교통체증 등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인근 직장인들은 불편 호소

이날 오전 11시경 광화문 광장 일부구역에선 교통혼잡이 발생했다. 여기저기 자동차 경적 소리가 울려퍼졌고, 경찰은 '지나가세요' '멈추세요'를 외치며 차량을 통제하느라 진땀을 뺐다.

낮 시간에도 이 같은 혼란이 야기된 것은 지난달 6일부터 재구조화 사업을 위해 서쪽 도로를 폐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턴 허용 위치가 바뀌고 동쪽 왕복 7개 차로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시민들은 특히 출퇴근 시간이 가장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서쪽 편도 차로 폐쇄뿐만 아니라, 광화문 정면에서 우회전해 서울 시청으로 가는 차로가 2개에서 1개로 줄어드는 바람에 병목 현상까지 벌어지면서다.

광화문 지하철역 근처에 정차해 있는 택시기사 김모씨는 "낮시간대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지만 퇴근시간에는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마비되는 수준"이라며 "웬만하면 저녁에 이 근방에는 오지 않으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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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광화문 사옥 인근 공사 현장.[사진 =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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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직장인들도 출퇴근 시간 피로감을 호소했다. KT 광화문 사옥에 근무 중인 박모씨는 "평소 40분이면 출근하던 길이 공사 이후 1시간 이상 걸렸다"며 "자동차를 가지고 출근한 날에는 일부러 회사에 남아 7시 이후 퇴근하는 일도 잦다"고 하소연했다.

버스 정류장이 바뀌면서 혼란을 겪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광장 서쪽에 있던 버스 정류장이 동쪽 세종대로 쪽으로 이동하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불만을 나타냈다.

세종문화회관 앞 정류장을 자주 이용했다는 70대 여모씨는 "처음 정류장이 바뀌었을 때 정류장이 사라진 줄 알았다. 젊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간신히 찾을 수 있었다"며 "널찍한 곳에 정류장이 있었는데 공사장 한복판에 만들어 놓으니 불편하다"고 말했다.

매출 타격은 크게 없어...10년전 오세훈 시절 회상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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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광화문 사거리.[사진 =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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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용이 많은 탓에 인근 자영업자들 매출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주한호주 대사관 뒤편에 위치한 한 카페 직원은 "가게 특성상 앉아있는 손님보다 사가는 손님이 많은 편이다"며 "공사로 이동이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나 매출이 줄어들거나 하는 등의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종대로 서쪽에 위치한 한 중식당 직원도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광화문광장은 정치적인 공간으로 바뀌었고, 지난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유동인구와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 광화문 광장에 스키점프대를 만들었을 당시 유동인구와, 나들이객이 많아져 매출이 크게 늘었던 기억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5월부터 서쪽 도로를 편입해 광장을 넓히는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재구조화 사업을 반대해 오던 오세훈 시장이 서울시 새로운 사령탑이 되면서 공사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 중엔 재구조화 중단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광화문 인근 흥국화재에 근무하는 전모씨는 "지난해 7월부터 서울역에서 세종대로 사거리에 걸쳐 보행로를 확장하는 공사가 막 끝났는데 이번에 광화문광장 공사가 또 진행된다"며 "요즘 경제도 엉망인데 멀쩡한 광장을 수백억원 들여 왜 고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SK텔레콤 본사에 근무하는 최모씨 역시 "지금도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곳을 무슨 이유로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진행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세금을 엉뚱한데 쓰지말고 오 시장이 적극 나서 공사 일정을 중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화문광장 사업 중단과 관련해 서울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구조화 공사 관련해서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 중인 것은 없다"며 "향후 차근차근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이 공사 중단을 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미 공사 진척이 상당히 이뤄진데다 서울시 의회 등도 중단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109석 중 101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 취임 첫날부터 광화문 공사 중단은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interne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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