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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미국 흑인 사망

백인 경찰, 흑인-라틴계 美육군 중위 폭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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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에서 백인 경찰 두 명이 교통단속 중 흑인-라틴계 육군 중위의 얼굴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발로 차는 등의 폭행을 했다가 고소 당했다. 사건 현장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미국 언론과 트위터는 ‘군인마저도 경찰에 의한 인종 증오 범죄의 희생양이 됐다’며 들끓었다. 마침 지난해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관련 재판이 연일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와중이라 사건의 여파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11일 ABC뉴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윈저의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캐롤 나자리오(Caron Nazario) 육군 중위가 백인 경찰 조 구티레즈(Joe Gutierrez)와 대니얼 크로커(Daniel Crocker)를 2일 연방법원에 고소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두 경찰은 나자리오 중위가 운전 중이던 쉐보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타호를 멈춰세웠다. 그리곤 중위에게 총을 겨눈 뒤 차에서 끌어내리고 체포하는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했다.

당시 경찰의 몸에 달려 있던 바디캠과 스마트폰에 찍힌 영상에는 자세한 상황이 담겨 있었다. 경찰은 중위의 차를 세운 뒤 “안에 몇 명이 타고 있냐”고 소리지르며 물었다. 중위는 “여기에는 ‘장교(본인)’만 타고 있다”고 대답하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운전석에 타고 있던 중위는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안경을 쓴 채 군복 차림이었다. 그의 가슴에는 ‘육군(Army)’ 마크가 크게 붙어 있었다.

경찰의 대응은 조금씩 격해졌다. 그들은 중위에게 총을 겨눈 채 “차에서 내려라. 복종하라. 체포하겠다”고 고함쳤다. 중위는 차분하게 “도대체 무슨 일인지 말해달라. 나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 솔직하게 내리기가 무섭다”고 했다. 중위는 자신의 두 손을 창 밖으로 내보이며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 순간 경찰 두 명 중 한 명이 가슴에 부착된 후추 스프레이를 꺼내 들더니 위아래로 흔든 뒤 중위의 얼굴에 세 차례 분사했다. 후추스프레이를 얼굴이 직격으로 맞은 중위는 괴로워하며 안경을 벗고 눈물을 흘리며 “숨을 쉴 수 없다. 나는 장교다. 이 나라를 위해 복무하는 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항의했다.

경찰은 중위를 차에서 끌어내린 뒤 팔을 뒤로 꺾고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고 수갑을 채웠다. 경찰은 중위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기도 했다. 그리곤 “당신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소리쳤다.

영상은 언론과 트위터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경찰의 인종 증오 범죄라는 논란이 커졌다. 현지 언론 더버지니안파일럿은 “경찰이 중위를 향해 ‘두 손을 창문 밖으로 내밀라’면서 동시에 ‘문을 열고 나오라’며 모순된 명령을 했다”고 지적했다. 하트포드쿼런트는 사건 당시 중위가 체포될 때 경찰로부터 “넌 곧 번개에 태워질 것”이라는 폭언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영화 ‘그린마일’에서 흑인 죄수가 전기의자에서 사형당하기 직전 간수들에게 들었던 대사다.

사회 유명 인사들도 이 사건을 비판했다. CNN 정치평론가 케이스 보이킨은 “무려 군복을 입은 군인에게, 바디캠이 켜진 상태에서도 경찰이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바디캠이 없을 때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는 어떤 짓을 저질렀을지 상상해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조카인 미나 해리스는 “나자리오 중위 사건에 눈물을 흘렸다. 그가 밝은 주유소에 차를 세우지 않았으면 지금 살아있지 못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줄리앙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은 “이건 인종차별이고 흑인에 대한 멸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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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경찰 측 변호인은 중위가 탄 차에 번호판이 달려 있지 않아서 차를 세우려고 했으나 그가 계속 차를 몰고 가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위가 무기를 가지고 경찰을 죽일까봐 체포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당시 영상을 보면 중위의 타호 차량 뒤쪽 트렁크 창문에는 임시번호판이 달려 있었다. 새로 구입한 차량이라 정식 번호판이 나오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 차를 몰고 집에 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위는 “아주 새 차량이었고 정식 번호판을 발급받지 못해 임시 번호판을 뒤에 붙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또 “경찰을 피하려던 것이 아니라 나와 경찰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불빛이 밝은 장소에 차를 정차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당시 중위는 한밤 중 미국 460번 국도의 어두운 곳을 주행하던 도중 경찰로부터 차를 세우라는 요청을 받았다. 중위는 전방에 보이는 밝은 주유소를 향해 방향 지시등을 켜고 차를 좀 더 몰고 간 뒤 세웠다. 경찰 보고서도 당시 중위의 차량이 ‘낮은 속도로 주행 중’이라고 기록했다. 경찰의 정차 요구에 불응하거나 도주하는 차량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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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는 미 버지니아주립대를 졸업한 뒤 학사장교(ROTC)로 복무 중인 엘리트로 알려졌다.

언론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당 백인 경찰 두 명은 여전히 경찰로 근무 중이며, 소속 경찰서는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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