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시장·국회의원·지방의원 순
공직자 부동산 투기 (PG) |
(서울=연합뉴스) 김종현 기자 =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 3월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한 이후 투기 공직자들을 가려내기 위한 조사와 수사가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조사나 수사 결과 어느 공직 집단에서 투기 혐의를 받는 공직자들이 가장 많이 나오고 있을까. 답은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이를 보면 앞으로 국민의 감시와 처벌,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의 중심축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답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시장·국회의원·지방의원 순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에 의하면 지난 12일 현재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대상자 가운데 공직자는 공무원 130명, 지방의원 39명, LH 직원 38명, 지방자치단체장 10명, 국회의원 5명이다.
이를 각 공직 집단의 정수와 대비하면 지방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의 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예컨대 수사를 받는 공직자 가운데 공무원이 가장 많지만, 국가직과 지방직 전체 공무원 수가 110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비율은 미미하다. 범위를 좁혀 중앙과 지방의 주택·건설·토지 업무에 직간접으로 관련된 공무원만을 놓고 봐도 그 비율은 1%에 훨씬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부른 LH도 전체 임직원(9천500명) 가운데 수사를 받는 직원은 0.4%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장(정수 243명)은 4.1%가 수사를 받고 있고, 국회의원(정수 300명)은 1.6%, 지방의원(정수 3천756명)은 1%가 각각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따라서 LH 사태만 놓고 보면 공직자 가운데 시장·군수나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투기 범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통상 직무 과정에서 혹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각종 개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업무 정보를 본인 또는 차명 부동산 투기에 악용하거나 지인들에게 흘릴 수 있다.
이해충돌방지법ㆍ국회법 제정 촉구 정의당 기자회견 |
◇ "이해충돌방지법 시급히 제정해야"
정부는 LH 사태가 불거진 이후 민심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국은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의 비리를 어떻게 차단하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공직자들의 부동산 거래나 소유의 투명성을 높이고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으로 불법 투기 욕망을 사전에 꺾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직자의 사익 추구 방지를 위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의 즉각 제정을 요구했다.
안 소장은 "각종 개발 정보에 대한 음성적 접근 특권을 가진 핵심 집단이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인데 자신들의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이해충돌방지법에 소극적"이라면서 "국민들도 이런 사실을 낱낱이 알고 있는 만큼 민심의 분노를 피하려면 다음 주 중이라도 당장 여야가 이해충돌방지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 19대 국회에서 '김영란법'과 함께 논의되다가 폐기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직자의 사익추구를 방지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반드시 제도화해 공직자 부패의 싹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의 직무수행 중 취득한 정보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이해충돌 행위를 근절할 근본 해결책을 담은 법"이라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과제 1호로 이달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회의 벽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법 적용의 대상과 범위, 처벌 수위 등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아직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당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인 국민의힘은 법안 조문을 하나씩 뜯어봐야 하는 제정법인데다 쟁점이 다양한 만큼 신중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im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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