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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글로벌포커스] 美·中 함대 추격전, 전운 감도는 대만해협...G2 일촉즉발 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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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전략적가치 부각...세계의 화약고로 떠올라

中, 美 경고에도 군용기로 맞불대응...군사적 긴장감↑

美, '하나의 중국' 흔들기에 中 회색지대 전략으로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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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미 태평양함대사령부가 공개한 미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머스틴함 승무원들이 중국 랴오닝함을 관측하는 사진. 머스틴함은 지난 4일 오키나와에서 대만으로 향하던 랴오닝함을 추적해 필리핀해 인근에서 랴오닝함과 대치했다고 밝혔다.[이미지출처=미 해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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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11일(현지시간) 미 태평양함대사령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난 4일 유도미사일 구축함인 머스틴함 승무원들이 오키나와에서 대만으로 가는 중간수역인 필리핀해 일대에서 중국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관측하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군사작전 중인 미 군함이 적성국가의 함선을 감시, 추격하는 활동을 사진으로 직접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전날 일본 해상자위대가 랴오닝함이 오키나와 남부 미야코 해협을 지났다고 발표한 직후부터 미 구축함은 랴오닝함을 추적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승무원이 다리를 뻗고 여유롭게 중국 함대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미국이 중국의 모든 군사활동을 감시, 통제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일종의 심리전인 셈이다. 이날 사진 공개는 대만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만해협서 대치하는 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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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국의 군사활동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리고 있다. 두 강대국 함대의 추격전은 지난달 27일 미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해 북상하며 중국 제1의 경제도시인 상하이 인근의 양쯔강 하구에 출현했다는 중국군의 보고가 전해진 이후 이어져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랴오닝함은 앞서 3일 오키나와 남부 미야코 해협을 통과한 이후 대만해협으로 내려가 군사훈련을 벌였으며 10일 미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단을 경계하기 위해 더 남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대만 앞바다에서 미 구축함 궤적을 군용기로 추적함과 동시에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했고, 미국도 즉각 핵추진 항공모함인 시어도어 루즈벨트호를 남중국해에 급파하면서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이 아시아의 발칸반도가 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중국이 6년 내로 대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엔 중국의 대만 침공 시간표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장관은 11일 NBC프로그램에 출연해 "중국 정권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한다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중국 정권의 대만을 향한 무력 행동은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 직후 중국은 대규모 군용기로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를 침범해 무력시위를 벌였다.SCMP에 따르면 12일 J-16전투기와 KJ-500 조기경보통제기 등 25대의 중국 군용기 편대가 ADIZ를 침범했다. 이는 지난해 대만정부가 중국 군용기의 ADIZ 침범을 공개한 이래 가장 큰 규모다.

◇전략적 가치 높아진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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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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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이 미·중 분쟁의 주요 핵심축으로 떠오른 이유는 높아진 대만의 전략적 가치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할 수 있는 최전선이자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 속에서 반드시 지켜내야 할 주요 공급망으로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이 깨질 것을 우려하며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까지 확산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 조금도 물러서려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이 대만을 중국과 별개 국가로 인정하고 정식으로 동맹관계를 선언할 경우 미국의 군사개입이 더 심화될 수 있고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서방국가들의 인권문제 공세 또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도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전례 없이 강조하고 있다. 이날 블링컨 장관은 과거 미국의 대만 안보·방위를 보장한 ‘대만관계법’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9일에는 미 국무부가 미국 고위관료들의 대만과의 교류를 장려하는 새 지침을 내놓으며 대만을 사실상 미국의 파트너 국가로 인정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이후 대만과 수교를 끊고 정식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미국이 대만을 1979년 이전처럼 중국을 상징하는 중화민국 정부로 인정할 경우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 등 중국 내 인권문제는 대만을 통해 직접 개입도 가능해진다. 대만의 헌법상 중국 대륙은 미수복지구로 대만 실정법이 유효한 지역으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군사평론가인 쑹중핑(宋忠平)의 말을 인용해 "긴장감 고조의 요인은 대만 민주진보당 소속 정치인들과 미국의 결탁"이라며 "민진당과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고 있으며 중국도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보도했다.

◇중, ‘회색지대 전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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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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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대만 침공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이 ‘회색지대(Grey Zone)’ 전략을 취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회색지대 전략은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는 수위 내에서 제한적 도발을 통해 적을 지치게 만들고, 자국의 이익을 취하는 전략을 지칭한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이후부터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항공모함 전단 파견, 군용기 발진, 실탄 사격훈련과 민간선박을 이용한 포위 등 다양한 회색지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해 이후 군용기를 통한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침범만 100회를 넘기면서 대만군을 크게 지치게 만들기 위한 전술로 해석된다. 폴리티코는 중국 입장에서 이미 요새화된 대만해협을 공격하기도 어렵고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을 통한 대만해협 일대 군함 파견도 상시화되면서 전면전을 벌이기 까다로워지면서 중국 정부가 회색지대 전략을 더 강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개최된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서도 중국의 회색지대 전략에 대한 지적이 줄을 이었다. 해당 위원회에 참석한 제임스 설리번 미 국방정보국 사이버 담당관은 "중국은 심리전과 여론전, 법률전으로 구성된 이른바 3전교리를 바탕으로 상대국의 사기 저하와 국내외 여론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중국의 악의적 활동은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유사시 훨씬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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