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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맛있게 살자! 맛집·요리·레시피

‘슬세권’ 산책하며, 맛집까지 탐방한다…동네 경제를 주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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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중심으로 가까운 반경 내 있는 지역을 뜻하는 말 ‘역세권’. 이와 함께 슬리퍼를 신고 돌아 다닐 수 있는 범위를 지칭하는 ‘슬세권’이나, 스타벅스가 있는 지역을 뜻하는 ‘스세권’이라는 말이 새롭게 등장했다. 과거보다 내 활동 반경의 폭은 줄어든 느낌이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유명 관광지 못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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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디터가 사는 동네 근처에는 배달, 포장 전문 음식점이 몇 군데 생겨났다. 유명 치킨집부터 닭갈비집, 주꾸미까지 1, 2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 없이 오로지 포장, 배달로만 손님을 끈다. 역 근처의 상황은 또 다르다. 최근 골목이 뜨면서 이름 붙은 ‘○리단길’에는 각종 맛집들이 자리잡고 있어, ‘동네 맛집’ 소개하는 SNS 사이트에서도 종종 후기 글을 발견해볼 수 있다. 조만간 동친(동네친구)과 함께 맛집 도장 깨기에 나서볼 계획을 세운다. 그런가 하면 우리집 맞은편에 있는 하천 데크 길에는 길게 줄지어진 벚꽃 나무가 풍성하게 만개했고, 이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작은 카페 겸 케이크 가게가 새롭게 오픈했다. 아마도 마감을 마친 주말에는 간만에 집순이에서 벗어나 동네 산책을 마치고, 새로 생긴 카페를 찾아 벚꽃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해보게 된다.

이 평범해 보이는 일상 계획은 사실 1년 새에 나에게 일어난 큰 변화 중 하나이다. 주말이면 각종 행사나 공연을 보러 가거나, 지인들과 서울 시내 맛집 약속 등을 다니고 휴가철에는 유명 관광지나, 제주도, 멀게는 해외 여행 등을 계획하던 것이 익숙했던 내가 이제는 집에서 휴식을 즐기고 동네 인근의 유명한 맛집들과 새로 생긴 가게들을 찾아 다니는 것이 말이다. 이는 비단 에디터의 일만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로 전 세계 사람들이 ‘안전’과 ‘거리 두기’를 중시하게 되면서, 생활권의 범위는 어느덧 집을 중심으로 한 ‘동네 상권’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경제 활동지, 동네가 뜬다

과거부터 지역 상권은 지하철 역이나 대중교통, 공공 시설, 대형 오프라인 상권 등을 중심으로 발전되곤 했다. 또는 도시재생이란 과정을 통해 개선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옅어졌다. 지난해 7월, 에디터는 본지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거 문화’의 변화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참고: ‘집의 역할론&내게 맞는 공간 정리법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집’, 매일경제, 2020.7).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단순한 휴식처의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공간으로, 내 개성을 표현할 집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범주가 현재는 내가 사는 곳을 중심으로 한 ‘동네’까지 확대되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를 찾는 대신 필요한 물품은 온라인 쇼핑과 택배를 이용하고, 포장 및 배달은 가까운 동네의 상권을 선호하게 됐다. 생활을 유지하는 일정 범위는 좁아졌지만,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단 자체는 늘어난 셈이다. 때문에 도시라는 범위에서 ‘동네’ ‘골목’이라는 범위로의 전환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또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오프라인을 통한 경험의 욕망이 커져갔다. 귀농, 귀촌이나 제주도 한달 살기, 세컨드 하우스 등 으로 탈대도시 현상이 본격적으로 늘고 있고, 또 사는 곳에서 도보나 자전거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 내, 또는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는 지역인 ‘슬세권’,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 지역 ‘스세권’이란 신조어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로컬, 지역 발전 연구자인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를 통해 ‘중단기적으로 코로나 팬데믹 경험이 오프라인 진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사람들이 위생과 쾌적성, 디지털 전환, 동네 경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에 익숙해지면서 코로나 이후에도 공간의 안전성과 온라인 오프라인의 융합을 요구하게 된다. 또 생활반경이 좁아지며 동네 소비도 일상의 부분이 된 것”(-p.29)이라고 덧붙인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동네’는 하나의 트렌드 지표이다. ‘나다움’을 중시하기 시작한 그들은 남들과 똑같은 인프라에서 소비하는 것이 아닌, 저마다 특색 있는 동네를 찾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지역별 맛있는 빵집을 찾아 다니는 ‘빵지순례’를 다니며 맛집 지도를 만들고, 동네의 맛집을 ‘간판 깨기’ 하는 과정을 SNS에 올려 공유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그들은 지역 특색을 담은 수제맥주집이나, 주택가 사이에 숨어 있는 독립서점, 아기자기한 물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등을 발견해가며 동네를 일종의 놀 수 있는 ‘그라운드’로 만들었다. 망원동이나 을지로가 그랬듯, MZ세대의 골목 탐방은 제2의 ‘○리단길’을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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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위드유’ 편에서도 당근마켓 에피소드가 나왔다. ‘함께 고기 먹을 분을 찾습니다’나, ‘30분간 미용실 맡아주세요’ ‘자전거 배우기를 도와주실 분을 찾는다’는 게시글을 통해 유재석은 의뢰인들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 MBC ‘놀면 뭐하니?’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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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본사(사진 매경DB, 매일경제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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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 ‘에어비앤비’ 동네를 경험하다

몇 달 전, 퇴근을 하던 중에 지하철 역에서 생소한 풍경을 본 적이 있다. 두 사람이 지하철 개찰구를 사이에 두고 물건을 건네는 모습이었다. 처음엔 ‘놓고 온 물건을 건네줬나?’ 생각했지만, 그런 모습을 종종 발견하면서 종국엔 이해가 갔다. ‘아, 당근이구나.’

최근 동네 기반 서비스들이 개발되며 ‘동네 경험’을 통한, 경제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동네에서 중고 직거래를 할 수 있는 근거리 오프라인 유통 채널 ‘당근마켓’이 대표적이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줄인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는 물론, 지역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생활정보(중고거래, 지역업체, 질문답변, 부동산, 구인구직 등)와 문화를 교류하는 ‘지역 커뮤니티 및 정보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사용자들 역시 당근마켓을 일종의 ‘동네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한다. 장당 1000원이나 소정의 상품으로 거래하는 ‘강아지, 고양이 그림 그려드려요’라는 게시글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 게시물에는 이용자들이 ‘발견 위치’를 공유해가며 적극적으로 소통하기도 한다. 최근 화제가 된 당근마켓 후기 중에는 ‘옥상에 갇혔는데 도와줄 분 계신가요’라는 게시글도 있었다. 이 같은 새로운 소통 방식이 화제가 되면서 당근마켓은 2015년에 첫 출시된 이후, 2019년 월 방문자 수 300만 명에서(2019.7), 2020년에는 월 방문자 수가 1000만 명에 돌파할 정도로(2020.9)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새로운 동네 문화의 확산에 한몫하기도 했다.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는 ‘앞으로 대도시보다 자연이 한적한 소도시 동네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디지털 노마드(생계를 유지하거나, 나아가 삶을 영위하는 데에 원격 통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사람들-위키백과) 스타일의 로컬 여행자가 늘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제주도 한달 살기 열풍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짧은 시간 동안 제주도의 끝과 끝을 모두 여행하는 것이 인기였다면, 이제는 한 지역에 머물고 그 동네를 즐기거나, 장기간 체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유명 관광지가 아니어도 독립 서점과 숙박시설을 겸하는 북스테이, 조식이 유명한 한옥 스테이 등을 찾은 뒤, 역으로 그곳의 일상이나 동네를 여행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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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시 낭독회(사진 CJ), 신세계백화점이 동네빵집 모시기에 나섰다.(사진 신세계백화점), ‘요기요’로 주문된 서울 지역 내 GS25 상품을 주문자에게 배달할 수 있게 한 GS리테일의 배달 플랫폼 서비스 우리동네 딜리버리 ‘우딜’(사진 GS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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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서비스와 만난 ‘동네 경제’

밀레니얼이 열광하는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로컬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스타벅스는 지역 문화재나, 코워킹 사무 공간을 꾸미는 등 ‘지역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제주도나 경주와 같은 관광지의 스타벅스에서는 좌식 공간, 로컬 특선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밖에도 기업별 동네 경제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GS리테일은 배달 플랫폼 서비스 ‘우딜’에 이어 ‘우리동네 플랫폼’ 구축을 위해 당근마켓과 손을 잡았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에 대한 할인 정보나 증정·할인 및 공동 구매 상품 정보를 당근마켓 서비스 사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것. GS리테일은 폐기 상품을 축소하고, 당근마켓 입장에선 지역 중심의 소비 복지 증진을 꾀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동네 빵집 모시기에 나섰다. 신세계 본점에는 제과점 중 유일하게 서울미래유산으로 뽑힌 성북 본점 직영 ‘나폴레옹과자점’이 문을 열었다. 서울 3대 빵집·전국 5대 빵집으로 꼽히는 나폴레옹과자점은 1968년부터 2대째 가업을 이어 운영 중인 베이커리 전문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동네 빵집’ 발굴에 나선 것은, 화려하진 않지만 건강한 맛을 지닌 지역 빵집부터, 특별한 비법을 고수하는 전통 있는 빵집까지, 숨겨져 있는 보석 같은 가게를 골고루 소개하며 ‘디저트의 메카’이자 플랫폼으로서의 영역을 확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운영해온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는 우리 동네 전통시장에서 파는 신선 식재료와 반찬, 꽈배기·찹쌀떡 같은 먹거리를 온라인으로 주문해 2시간 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로, 현재는 서울·경기 및 경남 일부 지역을 포함한 전통 시장 80곳에서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소비를 원하는 이용자와 전통시장 상인의 온라인 판로 확대 니즈에 대응하는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지난 3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네이버 장보기 동네 시장 입점 규모를 전국 160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CGV의 경우 지난해 11월 일부 상영관을 ‘소셜 살롱’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시를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건네는 프로그램 ‘시집이(CGV) 오다!’가 그것. 시 낭독회에는 전국의 동네 책방을 순회하며 독자들과 소통하는 ‘우리동네 이웃사촌 시 낭독회’를 주최해온 김승일 시인과 주영헌 시인이 함께 해, ‘사람에 대한 존중과 사랑’을 주제로 한 시 낭독과 해설, 박주원 기타리스트의 공연이 진행됐다. 한시적이지만 대기업의 오프라인 공간이 친근한 형태의 동네 커뮤니티로 변모해,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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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는 을지로에 플래그십스토어 ‘을지다락’을 오픈했다.(사진 코오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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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FnC는 지난해 2월, 서울 을지로에 멀티 플래그십 스토어 ‘을지다락’을 오픈했다. 이곳에선 코오롱스포츠, 커스텀멜로우, 시리즈, 에피그램, 래코드 등 코오롱FnC가 전개하는 5개 브랜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멀티 플래그십 스토어’의 역할을 한다. 단순한 상품 판매만이 아니라, 카페와 전시, 체험 등을 함께 아우르며 고객이 오감으로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재미있는 점은 을지다락은 을지로라는 장소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기획됐다는 것이다. 을지로는 1960~70년대 서울의 모습을 간직하는 동시에, 최근 뉴트로풍 카페와 레스토랑이 속속 생겨나면서 ‘힙지로’라 불릴 만큼 밀레니얼 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는 장소다. 이처럼 옛 것과 새 것이 공존하는 골목에서, 을지다락 건물 역시 20여 년 된 기존 건물 원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간판도 주변 분위기에 맞게 무채색으로 디자인하고, 내부 인테리어와 집기 또한 오래된 장롱과 마루바닥을 그대로 활용했다. 주위의 공업사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골목이니 만큼, 공구들도 함께 연출하여 을지로만의 자연스러움을 더했다.

▶로컬 비즈니스, 그 시장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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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욱정 PD(사진 매경DB, 매일경제 이충우 기자)


2018년, 서울시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의 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계획, 추진했다. 주민공동 이용시설 내 주민이 요리를 배우고 식문화 체험이 가능한 공유주방을 제공하거나, 청년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역 마을 레시피를 수집, 마을 도시락을 개발하는 등 ‘도시 문화’와 ‘요리’의 콜라보를 선보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는 ‘누들로드’로 유명한 이욱정 PD가 맡았다. 이욱정 PD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 나눈다는 것은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원초적인 접착제이다. 도시재생은 과거의 공동체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연대를 창출하는 도심 속 상상의 마을을 지어나가는 과정이다.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프로젝트는 가마솥에 밥 짓는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시민들과 지역민들의 마음을 담는 노력이라 생각하며 한발 한발 해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회현동에 쿠킹 스튜디오 겸 음식 관련 교육과 체험 공간인 ‘검벽돌집’이 세워졌다. 지난해 말 이PD는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아 수익이 감소한 회현동 골목 시장 상인들과 함께, ‘남촌상인회도시락’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각자 잘 하는 반찬으로 꾸려진 도시락을 만들어 테이크아웃을 가능케 한 것. 이후 SK그룹에서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를 통해, 무료 급식소 운영이 중단돼 식사가 어려운 이들에게 3월까지 ‘남촌상인회도시락’ 도시락 1만6200개를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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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 소상공인과 함께 한 ‘한끼 나눔 온(溫)택트 프로젝트’(사진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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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여행지로 유명한 강릉 카페 거리 모습(사진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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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경제, 나아가 로컬 지향은 MZ세대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이 대체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콘텐츠를 창조하기 위해서 ‘특색 있는 로컬 자원’은 필수적이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에서 모종린 교수는 “로컬은 2021년 트렌드에 대한 각종 리포트들에서도 한 장을 장식하는 중요한 트렌드가 됐다.(…) 한국 사회가 삶의 질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나아간다면, 로컬 중심의 삶으로의 개편은 불가피하다. 친환경, 커뮤니티, 개성, 다양성 등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들이 로컬에서 실현 가능한 가치이기 때문이다”(-p.9)라고 설명한다. 더불어 그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도시 문화의 골목 산업을 창출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체계적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식음료, 숙박, 카페 등 전통적 골목산업과 디자인,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소셜벤처, 문화 기업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틀어 전문적인 과정을 거친 이들로, 창조 도시를 이끄는 요소이다. 정부 역시 2016년부터 ‘지역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로컬 브랜드를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국내의 경우 대전의 성심당, 군산 이성당, 강릉 카페 거리, 부산 삼진어묵 등 저마다의 지역 문화와, 로컬 정체성을 지닌 동네들을 떠올려 보자. 지속 가능한 로컬 브랜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곳을 찾아 머물게 하고, 돈을 모이게 하며, 일거리를 확대시키기도 한다. 이로 인해 동네는 일종의 독립적인 생명력을 지닌다. 도시의 미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우리 가까이 동네와 이웃에서부터 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사진 및 일러스트 포토파크, 매경DB, 각 브랜드 참고 및 발췌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모종린 저 / 알키 펴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4호 (21.04.1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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