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김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재조사와 관련해 일선 판사 10명을 면담한 사실이 있는지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조회 목적은 재판의 공정성과 관련 있다”고 했다.
윤 부장판사는 당시 해당 판사 10명 중 한 명으로 면담에 참석해, 김 대법원장에게 “반드시 (사법 행정권 남용)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 연루자들을 단죄(斷罪)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장판사는 그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을 맡게 됐다.
이날 재판도 재판장인 윤 부장판사가 주재했다. 임 전 차장 측의 요청은 ‘단죄 발언’ 의혹의 장본인 앞에서 “의혹을 밝혀달라”고 요구한 격이다.
윤 부장판사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인용이나 기각 여부를 바로 밝히진 않았다. 그는 “사실 조회 신청 인용 여부는 쌍방의 의견 듣고 법정 외에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 말미에 “끝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다”며 “헌법 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심리하도록 규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대에 앉은 형사36부 구성원 모두가 헌법 103조가 정한 법관이며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각자 판사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했다.
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같은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집행유예 2년), 징역 1년6개월(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판사에 대한 첫 유죄 판결이었다.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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