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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조양제 아이진 CTO “화이자 단점 개선한 mRNA 백신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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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양제 아이진 기술총괄대표(CTO)
CJ종기원 출신, 한국 7호 신약 개발 주역
성과 뒤로하고 창업, 20년간 독자 기술 축적
국내 첫 mRNA 백신 도전…6월 임상 계획

조선비즈

조양제 아이진 기술총괄대표(CTO). /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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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연구를 맘껏 하고 싶어서 21년 전 CJ(제일제당) 종합기술원을 퇴사하고 창업했어요. 그동안 축적한 독자 기술로, 화이자 백신의 단점을 개선한 국산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만들겠습니다."

14일 경기 고양시 아이진 부설연구소에서 만난 조양제 기술총괄대표(CTO)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국내 처음으로 mRNA 방식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아이진의 연구개발(R&D)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조 대표는 1990년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생화학 석사 학위를, 2007년엔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졸업 직후인 1992년 CJ(제일제당) 종합기술원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했다. 입사하자마자 1995년까지 세계 최초의 녹농균 백신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다. 2003년 한국 7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백신이다. 입사 초기부터 큰 성과를 낸 조 대표는 CJ종기원에서 연구자로서 앞날이 보장됐다.

그런 그가 입사 8년 만인 2000년 퇴사했다. 조 대표는 "10년, 20년 후 유망할 백신 신기술 연구를 하고 싶었는데 CJ종기원에서는 원하는 대로 하기 힘든 분위기였다"고 퇴사 이유를 설명했다.

조 대표가 퇴사하면서까지 연구하고 싶었던 신기술 중 하나는 ‘면역보조제’였다. 면역보조제는 백신의 효능을 높여주는 보조 성분이다. 백신의 주성분인 항원의 양을 기존보다 줄여도 같은 효능을 유지할 수 있어 백신 이상반응 위험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현재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해외 빅파마는 물론 SK바이오사언스도 임상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에 GSK의 면역보조제를 사용하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 월터리드육군병원 연구소에 파견갔던 1996년, 현지 연구원들이 주목하던 면역보조제 기술을 처음 접했다. 이 기술은 1890년에 이미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상용화된 건 2000년대 이후 GSK에 의해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학계와 바이오업계에서도 낯선 기술이었기 때문에 CJ종기원에서 이 연구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조 대표는 판단했다.

조 대표는 또 당시 CJ가 바이오 사업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파견 1년 만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터져 귀국해 회사에 복귀한 조 대표는 과장급 직원들 10여명으로 이뤄진 주니어 보드(이사회)에 들어갔다고 한다. 현재 CJ그룹 회장인 이재현 당시 CJ 상무이사가 함께 참석해 직원들에게 CJ의 미래 먹거리를 직원들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조 대표는 "백신을 포함한 바이오 사업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대답했지만 이 상무님은 큰 관심이 없으셨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2000년대 들어서 백신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CJ의 바이오 사업은 2014년 CJ헬스케어 분사 전까지 한동안 축소됐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백신 사업부가 사라지기 직전이었던 2000년 회사를 나와 바이오 벤처 아이진을 세웠다. CJ종기원 선배였던 유원일 박사가 공동 창업해 현재 아이진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아이진이 자체 개발한 면역보조제는 현재 임상 중인 대상포진 백신과 임상을 앞둔 코로나19 mRNA 백신에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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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아이진 부설연구소에서 연구 중인 연구원의 모습. /아이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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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진은 mRNA 백신에 필수적인 또 다른 기술도 확보했다. 약물 전달체인 ‘양이온성 리포좀’을 만드는 기술이다. 약물 전달체는 약물이 몸속에서 분해되지 않고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약물을 보호하고 이동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mRNA는 특히 분해되기 쉬워 적절한 약물 전달체가 필요하다.

창립 초기 수익성 높은 사업이 필요했던 아이진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환자 수가 급증하던 안과 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눈에는 이물질 유입을 막기 위한 강력한 보호막이 있는데, 약물이 이 보호막을 뚫고 들어가도록 하려면 약물 전달체 기술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리포좀을 연구하게 됐다.

조 대표는 "양이온성 리포좀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쓰고 있는 약물 전달체인 지질나노입자(LNP)보다 보호 성능이 높다"며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화이자(영하 70℃), 모더나(영하 20℃) 백신의 단점을 개선해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이온성 리포좀이 LNP보다 이상반응 발생 위험이 낮다는 장점도 내세웠다. 또 LNP는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만 기술을 보유해 화이자와 모더나도 로열티를 내고 사서 쓰고 있지만, 독자 기술을 쓰는 아이진은 이로부터 자유롭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을 때, 면역보조제와 양이온성 리포좀 기술을 가진 아이진은 주저 없이 mRNA 백신 개발에 나섰다. 물론 아이진에도 낯선 기술이다. 조 대표는 "우리에게도 기존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 더 익숙하지만, 익숙한 만큼 대규모 생산이 가능한 글로벌 빅파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존 백신은 미생물을 배양할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아이진처럼 작은 회사가 빅파마를 넘어서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백질 재조합 방식으로 수천평이 필요한 시설을 수십평 규모만으로도 같은 양을 생산할 수 있는 mRNA 백신이 화이자와 모더나에 의해 현실화됐다.

아이진은 미국 ‘트라이링크’라는 기업으로부터 mRNA를 합성하는 기술을 이전받아 제주도에 99㎡(30평) 면적의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연간 300만회분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서 만든 mRNA를 자사의 면역보조제, 양이온성 리포좀과 결합시켜면 mRNA 백신이 된다.

지난해 4월부터 개발을 시작한 아이진은 오는 6월 국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될 경우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에 이어 국내 6번째, mRNA 백신으로는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을 하게 된다. 상용화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아이진은 최근 쥐를 대상으로 한 비임상 실험에서 "모더나 백신 수준의 효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원숭이 실험을 위해 한국생명공학원구원과도 협의 중이다.

조 대표는 "다른 백신 개발사들보다 시작이 늦진 않았는데 mRNA 백신에 대한 정부 지원이 없었다 보니 임상 진입이 늦어졌다는 아쉬움도 있다"라며 "지금은 정부와 지원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다른 백신처럼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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