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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바람 잡는 ‘윤석열 출판’에 “고맙네” 한마디만…윤석열의 진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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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윤석열’ ‘윤석열의 진심’ 등 출간

본인 얘기 담긴 책, 말리거나 관여 안해


한겨레

지난 14일 출간된 <윤석열의 진심>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 출판계에 ‘윤석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들과의 일화를 묶은 미담집인 <구수한 윤석열>(김연우·리딩라이프북스)과 고교 동창이 엮은 대담집 <윤석열의 진심>(이경욱·체리M&B)이 지난 13일과 14일 잇따라 출간됐습니다. 지난 2월5일엔 대학교수 3명이 ‘가상’ 인사청문회를 한다는 형식으로 쓴 <윤석열 국민청문회>(지식공작소 정세분석팀·지식공작소)가 나왔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15일 집계 결과 정치 분야 도서 중 <…진심>은 3위, <구수한…>은 5위로, 책이 나온 지 하루이틀 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과거 수사 경험뿐 아니라 어린 시절 일화 등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반적인 개인사와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습니다.

3시간 대화하고 책 한 권 뚝딱


이런 책들의 저자는 누구일까요? <…국민청문회>를 쓴 ‘지식공작소 정세분석팀’은 윤 전 총장을 석 달 동안 연구하고 조사한 대학교수 3명으로 꾸려졌다고 합니다. 출판사 쪽은 저자들의 이름은 밝힐 수 없고 다만 경제·정치·이과계열의 전공자들이라고 전했습니다. 이들은 윤 전 총장과는 직접적인 개인적 친분은 없다고 합니다. 윤 전 총장의 어린 시절 일화가 주로 담긴 <구수한…>은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취재한 방송작가가, <…진심>은 충암고 고교 동창인 이경욱 전 연합뉴스 기자가 40년 만에 윤 전 총장을 만나 3시간 동안 대화한 것을 토대로 썼습니다.

저자들은 책을 내기 전 윤 전 총장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주장합니다. 이경욱 전 기자는 <…진심>에서 “내가 책을 내겠다고 하면 그는 ‘고맙네’라고 답해왔다. 내가 윤석열TV(티브이)를 만들겠다고 하면 ‘고맙네’라고 짤막하게 답해왔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진심>이란 책을 특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도 자신을 홍보하는 활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주장입니다. 이 전 기자는 나아가 “나와의 대화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가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고도 했습니다.

‘평소 끈끈하다’는 서울대 법대 동기들은 윤 전 총장도 <구수한…>의 출간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고 전합니다. 김연우 작가의 취재에 응한 한 대학 동기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석열이가 책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도 아니었고, 찬성도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민청문회>를 낸 출판소 지식공작소 또한 “출간하기 보름 전쯤 당시 현직이던 윤 전 총장 쪽에 출판 의사를 물어보니 ‘민간에서 하는 일이니 출판사에서 판단할 문제’라는 답을 들었다”며 “책 내용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이는 출판사에서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의 ‘잠행’과 ‘암묵적 동의’


즉 윤 전 총장은 본인을 주제로 한 출판물에 대해 관여도, 반대도 하지 않았던 셈입니다. 친구들의 기억이 자신과 다를 수도 있고, 또 틀린 내용도 있을 텐데 왜 윤 전 총장은 기본적인 확인 작업도 하지 않으려고 한 걸까요? 정치권 안팎에선 ‘암묵적 동의’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암묵적 동의야말로 지금 ‘잠행’ 중인 윤 전 총장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정치적 행보라는 풀이도 나옵니다. 주연배우가 무대에 오르길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바람잡이’ 역할을 해줄 사람이 나타난다면 적극 부채질할 이유도, 굳이 말릴 이유도 없겠지요.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출간에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는 게 정치인으로서 행보를 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하려는 계산 아니겠는가”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도 “외부 전문가들을 만나 각 분야의 수업을 듣는 등 대권 행보를 준비하고 있는데 몸값을 올리는 출판 열풍에 굳이 왜 반대하겠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전에도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 신인이 등장하면 관련 출판물이 우르르 쏟아졌습니다. 가령 2011년 샛별처럼 나타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그러했고, 2016년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끝낸 반기문 전 총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출판계에서는 이번에 출간된 윤 전 총장 관련 서적에 대해선 특히 평가가 박합니다. 70만부 팔린 안 대표의 <안철수의 생각>의 경우 본인이 직접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번 책들은 윤 전 총장의 인기가 치솟으니 ‘윤석열’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날림’으로 만든 의도가 빤히 보인다는 겁니다. 북칼럼니스트 홍순철 BC 에이전시 대표는 “이번에 출간된 책들은 극단화된 진영 정치를 강화하는 맥락에 놓여 있다”며 “출판물의 관점에서 윤 전 총장이 본인 생각을 담은 책을 쓰기 전까지는 윤석열이란 사람을 평가하기 힘들다”고 분석했습니다.

윤 전 총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어떻게 할지 정리가 돼야 (정치권 인사를) 만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준비 중이라는 얘깁니다. 우리는 과연 언제 윤 전 총장의 ‘생각’과 ‘진심’을 알 수 있는 책을 만날 수 있을까요?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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