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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고덕동 택배산성' 이틀째…강성 대치 속 평범한 주민들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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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고생도, 주민들 입장도 이해…논란 상황에 지쳤다"

"전반적 의견 반영 안돼…소모적 논쟁 아닌 해결책 나왔으면"

뉴스1

14일 단지 내 택배차량 진입이 제한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5000세대 규모 아파트 앞에 택배들이 쌓여 있다. 2021.4.1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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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상학 기자,강수련 기자 = "택배기사분들이 고생하시는 것도, 아파트 입주민들의 입장도 다 이해가 갑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주민 A씨는 이번 '택배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 지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15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주민들의 택배 물품들이 쌓여있었다. 택배노동조합이 전날부터 이 아파트를 개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해 입구에 놓고 간 물건 중 주민들이 아직 찾아가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일부 택배사 직원들은 택배 물품을 아파트 입구에서 내린 뒤 손수레를 이용해 단지 안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날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조속한 사태 해결을 바라는 측과 택배노조의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는 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입주민 B씨는 "아파트 여건상 택배 차량이 지하주차장으로 못 들어오게 돼 있기 때문에 입구까지만 물건이 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 입장에서 불편함은 있지만, 택배 기사들에게 사비로 택배차 개조를 요구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안은경씨(60)도 "문 앞까지 배송해주는 택배기사들의 노고 덕분에 우리가 편할 수 있었다"며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또다른 입주민 김모씨(55)는 "주민과 택배기사가 다 만족할 수 있는 합동보관소 등이 마련되면 좋을 텐데 이 아파트에는 그럴만한 공간이 전혀 없다"며 "설계할 때부터 이런 문제를 고려해서 짓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반면 40대 입주민 C씨는 "지난해부터 아파트 측에서 지상 도로 이용이 어렵다는 걸 계속 알려왔고, 저상차량으로 변경해 배송하는 택배사도 있다"며 "갑자기 지상도로 운행을 막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도 지난해 3월부터 여러 차례 저상차량 배차를 통한 지하주차장 운행 및 배송에 대한 협조를 구해왔다는 입장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13일 "노조가 이미 배송 불가 지역으로 선정했다면 본래 택배주문 시 비용 지불 계약 기준인 집 앞 배송이 아니므로 자체적으로 배송불가 처리 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며 "아파트 입구에 택배를 쌓아두고 입주민들에게 찾아가라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택배노조 측에 보냈다.

일부 입주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누구 하나 해결책을 마련할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입주민은 "입주자대표회의도 입주민들의 전반적인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택배노조에 공문을 보냈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엘리베이터에 걸어놨고, 택배노조도 언론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3년 전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그 뒤로 바뀐 게 하나도 없다"며 "비슷한 상황의 강동구 다른 아파트에서는 입주민들이 전동카트를 사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shakiro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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