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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미군 떠나면 탈레반 귀환…아프간 여성들 “끔찍한 날들 앞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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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직장 포기 강요 불 보듯

여성 인권 후퇴 우려 커져

탈레반 ‘평화협상’ 시간끌기

[경향신문]



경향신문

아프간 미군 전사자 묘역 찾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미군 전사자 묘역에서 헌화한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알링턴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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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의 철수 결정으로 아프가니스탄이 다시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프간 여성들이 탈레반의 복귀를 두려워하고 있다. 학업과 직장 포기를 강요받는 등 여성 인권이 다시 후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오는 9월11일까지 아프간 내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 직후부터 시작해 해외에서 가장 길게 치른 전쟁인 아프간 전쟁을 20년 만에 끝내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미군 2500여명과 나토 병력 7000여명이 9월 전에 아프간을 완전히 떠나게 됐다.

문제는 미국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 체결을 마무리하지 않고 떠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가 지난해 9월 미군이 철군하는 조건으로 주선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미 아프간 국토 절반을 장악한 탈레반은 미군이 빠질 때까지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미군이 발을 빼면 탈레반은 우월한 군사력을 활용해 무력으로 권력을 잡으려 할 수 있다.

남겨진 아프간인들은 탈레반의 복귀에 따른 인권 후퇴를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의 공포는 더 크다.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을 강제하기로 악명 높다. 아프간 여성 교육을 지원하는 바시레 사파 테리는 “탈레반이 언제쯤 돌아올지, 학교에서 계속 공부해도 되는지 사무실로 찾아와 물어보는 여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헤라트대에 다니는 학생 바시레 헤이다리는 가디언에서 “미국인들이 떠나고 탈레반과 함께하는 끔찍한 날을 앞두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내가 하는 일은 물론이고 외출도 못하게 할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같은 대학의 살마 에라리도 “탈레반은 20년 전 사고방식으로 내 교육권을 박탈할 것이다. 이건 탈레반의 본성”이라고 말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의 버팀목이 사라지면 아프간 정부 내 분열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탈레반과 정부군이 대립하는 혼란을 틈타 이슬람국가(IS)나 알카에다 같은 무장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수도 있다. 실제 유엔은 전날 보고서에서 올해 1~3월 아프간의 민간인 사상자가 17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늘었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나 어린이다. 여성 사상자는 37%, 어린이 사상자는 23% 늘었다.

미 의회 아프간연구그룹(ASG)은 “미군이 철군하면 아프간 내전 발발 가능성이 높고, 불안감이 커져 알카에다의 위협도 되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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