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엠에스엔비시(MSNBC) 아침 프로그램 ‘모닝 조’에 출연한 모습. 유튜브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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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대학에서 시작돼 전세계로 확산한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관해 “중동 역사에 무지”해 벌어진 일이라고 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9일(현지시각) 미국 엠에스엔비시(MSNBC) 방송 ‘모닝 조’에 출연해 미국 대학가에서 벌어지는 가자전쟁 반대 시위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지난 몇 개월간 많은 젊은이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그들은 중동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른다. 솔직히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여러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내 남편(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하나로 모으려는 제안을 팔레스타인에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장이던) 야세르 아라파트가 ‘예’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은 역사상 큰 비극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0년 아라파트 당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장과 에후르 바라크 전 이스라엘 총리를 미국 대통령 별장인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로 초청해 평화협상을 중재하려 했던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 “이 제안이 성사돼 아라파트 전 수장이 받아들였다면 팔레스타인 국가는 24년간 존재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또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나선 학생들이 소셜미디어에 현혹됐다는 취지의 주장도 이어갔다. 그는 진행자가 캠퍼스의 ‘급진화’에 대해 말하자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가 ‘틱톡’ 등에서 보고 있는 것 가운데 다수는 고의적인 거짓이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편파적이고 ‘친하마스’이자 ‘반이스라엘’”이라며 “사람들은 종종 이념적, 종교적, 재정적 또는 당파적 정치 의제를 압박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고 했다. 이런 발언 내용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학생들이 클린턴 전 장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내용의 반박글이 올라왔다.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장관이 1993년부터 여러 해 동안 이어져 온 오슬로 평화 협정 이행 실패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소개했다. 오사마 F. 칼릴 시라큐스대 교수(역사학)는 뉴욕타임스에 “클린턴 전 장관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정말 솔직하지 못한 일”이라며 “외교는 일회성 침대 매트리스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자전쟁 발생 직후이던 지난해 11월 컬럼비아대에서 강연을 하던 중 이스라엘의 전쟁 책임론을 주장하는 학생 시위대로부터 ‘강연 거부’를 당한 적이 있다. 클린턴 전 장관과 정치학자 케렌 야르히 밀로이 대담형식으로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여성의 참여’에 대해 수업을 하던 중 학생 30여명이 강의실을 벗어나 복도에 진을 치고 가자전쟁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을 공개 질타한 학교 쪽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는 지난달에는 모교인 웰즐리대에 세워진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센터 개관식 행사에 참석했다가 한 학생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을 향한 폭력에 무관심하다’는 공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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